한국은행 8월 10일부터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시행
문제는 ‘국내 거래용’ 외화대출까지 금지한다‘는 내용

 

8월 10일부터 한국은행에서 시행 중인 외화대출 용도제한 조치로 인해 해운기업들이 환리스크에 노출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도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한국은행은 8월 1일 ‘외환시장의 안정화 조치’라는 발표를 통해 개정된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과 그‘절차’의 내용을 밝히고, 이를 8월 1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조치는 외화대출을 해외사용 실수요 목적자금과 제조업체에 대한 시설자금으로 제한하고, 제조업의 시설투자를 제외한 모든 ‘국내 거래용’ 외화대출은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선주협회(이하 선협)는 최근 ‘해운산업에 대한 외화대출 용도제한 철폐’를 골자로 건의문을 한국은행에 제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선협은 건의서를 통해 ▲환-리스크 노출 ▲경영안정성 저하 ▲거래안정의 훼손 등을 들어 해운기업의 국내 거래용 외화대출이 금지될 경우 빚어질 문제점을 제시했다. 다음은 선협이 제시한 문제점의 근거이다.

 

선주협회 ‘해운산업에 대한 외화대출 용도제한 철폐’ 건의 
먼저 해운기업은 선박금융을 은행에서 차입해 조선소에 지불한 다음 장기간(통상 10-20년) 분할상환하고 있으며, 이때 모든 부채는 외화로 차입하고 있다. 이같은 해운기업의 부채가 외화로 구성돼 있는 이유는 해운기업의 거래가 전세계적으로 달러화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만약 해운기업이 원화로 선박금융을 장기 차입할 경우 차입기간 내내 환율변동의 리스크에 노출돼 경영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선사는 선박가격을 차입당시의 원화에 고정시켜야 하지만, 선사의 수입은 외화이므로 선사는 외화를 팔아서 원화로 상환해야 하며 원화의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매입한 선박가격이 그만큼 오르게 돼 선사의 경영불안이 야기된다는 것.


또한 막대한 자본이 투자되는 자본재 산업인 해운산업의 특성상. 해운기업의 부채는 10~20년, 최장 35년의 장기부채로 구성되기 때문에 부채의 환-변동에 대한 안정성은 경영상 중요한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해운기업은 외부차입시 당해 차입금이 투자될 선박의 수입, 투자금 회수기간, 거래화폐, 차입금 이자 등을 우선 고려하며, 은행도 해운기업의 현금흐름, 수익구조, 거래형태(결제화폐) 등을 고려하여 대출여부, 이자율 등을 결정한다. 따라서 해운기업의 환-리스크에의 노출은 선사의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로인한 이자율 상승 등 금융비용 증가는 해운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해운기업이 환-리스크 헷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헷지비용 및 관리인력 등 추기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국제해운 시장에서 생존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 국내 해운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선박등록제도와 제주선박등록특구제도, 톤세제도 등을 통해 해운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정부의 시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조선소와 원화계약한다고 해도 “환리스크는 선사-은행간 문제”
국내조선소와 원화로 거래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선협은 강조하고 있다. 현재 국내 조선소와 선사간 거래도 달러로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새 조치에 따라 선사가 은행에서 차입한 원화를 다시 달러로 환전하여 지불하게 됨으로써 환 리스크에 노출되는 상황을 맞았다는 것.

 

설령, 조선소와 원화로 건조계약을 하더라도 선사는 은행에서 당해 자금을 차입하여 조선소에 지불한 다음 차입은행에 장기로 상환하는 형태를 취하므로 선사는 여전히 환 리스크에 노출되는 상황이다. 이 대목에서 선협은 “환-리스크에 대한 문제는 국내선사와 국내은행간의 문제이지, 선사와 조선소간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국내선사 외국조선소서 건조상황 야기 제조업체와 형평성의 원칙도 어긋남
선협은 또한, 국내선사와 경쟁관계인 외국의 선사들은 달러로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비해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해운기업들은 이번조치로 외국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는 국내 조선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는 해운기업의 거래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해운기업은 자본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박가격을 기준으로 화주와 장기계약을 하며, 입찰운임의 결정요인은 선박가격이다. 다시말해 선박가격이 확정되어야만 20년정도의 장기계약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제조업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선협은 ‘해운기업의 기초자산인 선박은 제조업체의 설비와 전혀 차이가 없음’을 강조하며 ‘제조업체의 국내 시설자금에 대해서는 외화 대출을 허용하면서도 해운기업의 선박투자에 대해서 이를 제한하는 것은 본 제도의 시행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하며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남’을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선협이 해운산업에 대한 외화대출 용도 제한은 철폐돼야 마땅하다는 건의서를 제출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시행에 들어간 이 조치의 개선이 가능할 지가 해운업계의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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