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 해운시장…‘초대형 컨선’ 확보가 생존전략

 
 
1월 MOL 2만teu 8척 발주, ‘세계 최대 컨선’ 왕좌 놓고 경합
OOCL·에버그린 다량 발주 추진…국내 선사는 1만 3천teu가 최대

새해 벽두부터 MOL의 2만teu급 컨테이너선 8척의 신조발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로벌 정기선사들의 초대형 컨선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MOL과 OOCL, 에버그린, 머스크, 하팍로이드 등이 다량의 1만 8,000-2만teu급 초대형선 발주의 준비를 검토 중이거나 조선소와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양대 정기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들에 필적할 만한 초대형 컨선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향후 외국 선사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정기선 업계의 원가절감과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초대형 선박ULCV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는 선사 간 경쟁과 투기자본 유입으로 불황에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선박 대형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는 선사간 원가경쟁과 얼라이언스간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기선사들은 불황기 생존전략 차원에서 고효율 초대형 신조선을 확보하여 수송원가를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에 따른 수익성 극대화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초대형 컨선은 주요 항로인 극동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

글로벌 컨선 오더북 339만teu, 선대 18.4% 차지
알파라이너의 ‘2014 마켓 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는 전년대비 6.3% 증가한 1,837만teu(2015년 1월 1일 기준)로 집계됐다. 신조선 인도에 따라 147만teu에 달하는 선복량이 추가됐으나 39만 4,000teu가 해체 및 스크랩되면서 약 110만teu의 선복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기준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오더북은 339만teu로 전체 선대의 18.4%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나 오는 몇 달간 1만 8,000-2만teu급 초대형선 발주 증가에 따라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4년말 기준 글로벌 선박 계선은 22만 7,900teu로 전년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세계 20위권 선사들은 올해 신조선 인도로 152만teu의 추가 선복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신조선 선복량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20위권 선사들 중 14곳만 신조선을 2015년 스케줄에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나머지 6곳(코스코, APL, NYK, 현대상선, Zim, 완하이라인)은 올해 인도예정인 신조선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위권 밖의 선사들은 올 한해 신조선 인도로 11만teu를 추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존 최대 컨선, MSC의 1만 9,244teu ‘OSCAR’호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박의 왕좌를 놓고 선사들과 조선소들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만 8,000teu급 ‘트리플E’ 시리즈 20척을 발주하며 초대형 컨선 시장을 독주했던 머스크라인을 필두로 차이나 십핑, MSC 등 경쟁사들이 초대형선 확보에 도전장을 내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이라는 왕좌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한국의 ‘빅3’ 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조선소 등의 초대형 컨선을 둘러싼 수주경쟁도 한층 치열해진 상황이다. 각 조선소들은 수주한 초대형 컨선이 하나둘씩 완공돼 명명식을 가질 때마다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대 상선 건조 기록을 갱신했다’며 톡톡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알파라이너 및 시장에 따르면, 2015년 1월 기준 현존 최대 컨선은 MSC의 1만 9,244teu급 ‘OSCA
R’호(대우조선해양)로 나타났다. 이어 CSCL의 ‘GLOBE’호(현대중공업)가 1만 8,982teu급으로 뒤를 잇고 있으며, 머스크라인의 ‘맥키니 몰러’호(대우조선해양)는 1만 8,340teu급으로 3위로 밀려 나있다.

그러나 동 순위는 오는 4월 UASC가 발주하고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BARZAN'호가 등장하면 또 다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다. 동 선박의 규모는 초기에 1만 8,800teu급으로 전해졌으나 인도 전에 선복량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 선박의 정확한 규모는 추후 공개TBA키로 되어 있으나 길이LOA 400미터, 폭Breath 58.6미터, 흘수Draft 16미터로 기존 초대형 선보다 길이가 긴 편으로 알려졌다.

선박 대형화 흐름 주도, 머스크 ‘맥키니 몰러’호
정기선 시장의 선박 대형화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은 2013년 6월 머스크라인이 인도받은 1만 8,340teu급 ‘트리플 E’ 시리즈선 ‘맥키니 몰러’호가 맡았다. 머스크라인의 ‘트리플 E’급 선박은 20척 중 현재까지 13척이 인도된 상태다.

‘맥키니 몰러’호가 유지했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자리는 지난해 11월 차이나십핑CSCL의 1만 8,982teu급 'GLOBE'호에게 내주고 말았다. 차이나십핑은 현대중공업에 동급 컨선 5척을 발주했으며 2014년 11월 첫 번째 선박인 ‘GLOBE’호를 인도받았다. 동 선박은 1teu당 연료 소모율이 1만teu급 컨테이너선보다 약 20% 뛰어난 전자제어식 엔진ME엔진을 탑재했다.

올 1월 8일에는 MSC가 1만 9,224teu ‘OSCAR’호를 인도받아 세계 최대 컨선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MSC는 2013년 7월 중국 교통은행과 장기용선계약을 맺고 동급 3척의 컨선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바 있다. 동 선박은 현존 컨선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길이 395.4m, 폭 59m, 높이 30.3m로 축구장 4개를 합친 크기와 비슷하다. 선박에서 발생된 폐 연료유(dirty oil)를 회수해 깨끗한 연료유로 만들어 재사용하는 ‘퓨어 드라이(Pure Dry)’라는 장비도 세계 최초로 장착됐다. 이날 명명된 ‘OSCAR'호는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돼 부산-칭다오-닝보-상하이-로테르담-앤트워프를 운항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MSC는 지난해 선주 스콜피오그룹과 용선계약을 맺고 삼성중공업에 1만 9,200teu급 옵션 3척 포함 6척을 발주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척당 1억 5,300만달러로, 2016년 인도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MOL, 척당 1억 5천만불에 2만teu 8척 발주
MOL은 올 초 세계 최대 규모인 2만teu급 8척을 발주하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MOL은 2만teu급 컨선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 있는 선대로 재편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MOL의 공격적인 전략은 새해 1월 베일이 벗겨졌다. MOL이 용선방식으로 삼성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소에 2만 500teu급 선박 총 8척을 발주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면서부터다.

트레이드 윈즈의 보도에 따르면, MOL은 용선선사로 그리스 선주 코스타마레와 일본 선주 쇼에이키센을 선정하고 삼성중공업에 옵션 2척 포함 6척, 일본 이마바리조선소에 2척을 각각 발주했다는 내용이다. MOL은 10~15년간 일일 6만달러 이하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2만teu급 4척 및 옵션 2척 신조선의 척당가격은 1억 5,500만달러로 파악하고 있으며 신조선의 인도 예정일은 2017년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경합을 벌인 결과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보여 최종 선정된 것으로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각 선사들은 초대형 컨선 발주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정확한 발주계약을 발표하지 않아, 관련 내용들이 시장에 계속 업데이트되어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트레이드 윈즈는 MOL이 코스타마레를 용선선사로 선정하긴 했으나 당초 용선계획을 바꿔 삼성중공업에는 6척을 직접 발주한 것으로 재보도했다.

OOCL·하팍로이드 등 초대형선 발주행렬 잇나
G6 얼라이언스 소속선사들도 초대형 컨선 발주행렬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MOL, OOCL, 현대상선, APL, 하팍로이드, NYK 6개사가 소속돼 있는 G6는 타 얼라이언스와의 선대 경쟁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초대형 컨선 발주를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거론돼 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G6가 2M와 O3에 대응하려면 최소 22-24척의 초대형 컨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의 ‘2M’과 CMA-CGM·UASC·CSCL과 연합한 ‘O3’는 이미 동서항로에서 다수의 초대형 컨선을 투입하고 있는 반면 G6의 경우 초대형 컨선 발주나 인도예정 선박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시장점유율 뿐 아니라 원가 및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G6가 신조발주한 초대형 컨선으로는 NYK가 일본 JMU에 2016-2017년 인도예정으로 발주한 1만 4,000teu급 8척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G6는 올해 초대형 컨선 발주를 통해 덩치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MOL 외에 나머지 G6 선사들은 올해께 10여척의 추가 발주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말부터 홍콩의 OOCL이 1만 8,000-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8척을 직접 발주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에 계속 돌고 있다. MOL이 용선방식으로 발주하는 반면 OOCL은 직접운항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아시아 조선소에 건조 옵션 및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발주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초대형 컨선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왔던 독일의 하팍로이드도 초대형 컨선 발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팍로이드는 선대의 효율적인 구성을 위해 신조선 투입 보다 항로 및 서비스 최적화를 통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CSAV와 합병 이후 연간 3억달러의 비용절감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신조선 발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팍로이드는 올 2분기에는 신조발주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동사는 최근 유가하락 추세가 초대형 컨선의 비용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G6와 논의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에버그린도 2만teu 11척 발주 임박
CKYHE 소속 선사인 에버그린의 2만teu급 11척 발주 소식도 업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주요 이슈다. 1월 트레이드 윈즈와 일본해사신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에버그린은 다른 선사를 통해 11척에 달하는 초대형 선박을 발주한 뒤 이들 선박이 인도되는 2017년 장기용선하는 형태로 선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2만teu급 최대 11척에 대한 용선선사로 쇼에이키센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쇼에이키센은 자매사인 이마바리 조선소에 2만teu급 6척과 옵션 5척을 발주한다는 내용이다. 신조선의 납기는 2017년 이후로 알려졌다.

이마바리 조선소는 이미 MOL의 장기용선 선박인 2만 500teu급 2척을 수주 받아 건조 중이다. 에버그린과 쇼에이키센은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맺어왔으며 지난해 1만 4,000teu급 5척의 용선계약을 체결해 이마바리의 히로시마 조선소에서 2016년 인도예정으로 건조 중이다. 이마바리는 급증하는 초대형 컨선 신조발주에 대응하기 위해 ‘마루가메Marugame’에 새로운 드라이도크 시설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에버그린은 CKYHE 선대에 1만 8,000teu급 이상 선박 6척을 신조선 용선계약을 통해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조선의 척당 가격은 1억 5,100만-1억 6,000만달러 사이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에버그린 대변인은 2만teu급 11척 발주와 관련해서 “1만 8,000teu급 6척의 용선계획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용선협상의 결론이 나지 않아 선주와 계약이 체결된 것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사 작성 시점 이후 에버그린은 1월 28일 쇼에이키센과 1만 8,000teu급 11척의 용선계약 발표)  

세계 최초로 1만 8,000teu급 선박을 발주한 머스크라인도 추가적인 초대형 컨선 발주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머스크라인은 1만 9,600~2만 200teu급 신조선 6척의 발주를 추진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라인은 추가적인 초대형 컨선 발주를 통해 시장의 선도적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머스크라인은 3년 전 ‘트리플E’급 20척을 발주한 데 이어 1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컨선 발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업계에서는 1만 9,000teu급 6척을 한국 주요 조선소에 발주하는 것으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발주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머스크는 선박 인도기일을 2017년으로 추진 중이다.

국내 선사는 1만 3천teu가 최대 규모
국내에서는 1만 4,000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선을 보유하거나 발주한 선사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대형선 위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선사들과의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컨테이너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보유한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은 지난 2011년에 발주한 1만 3,100teu급이다.

한진해운은 2011년 현대중공업에 1만 3,100teu급 사선 5척을 발주하고 선주사와 4척의 용선계약을 체결해 현재 총 9척의 1만 3,100teu급 컨선을 확보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초대형선의 신조발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대상선은 2011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했던 1만 3,100teu급 5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G6 회원사 중 하나이지만 신조선 검토 계획과 관련해서는 아직은 특별하게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선사들이 글로벌 선사들과 달리 신조선 발주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으나 대표적으로 신용등급 하락 부담에 따른 선박금융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BBB’에서 ‘BBB-’로, ‘BB+’에서 ‘BB’로 한 단계씩 하향조정했다. 여기에 더해 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아직 쉽지 않아 신조 발주에는 다소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정기선 업계가 원가 절감을 위한 초대형 선박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으나 국내 선사들은 신조선 발주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치열하게 전개될 얼라이언스간 경쟁 구도를 선점하고 시장점유율을 계속 유지하려면 원가 경쟁력이 높은 초대형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연초 MOL이 2만teu급 컨테이너선 시대의 막을 올리며 정기선 해운시장은 4대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한 무한생존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글로벌 선사들은 생존전략 중 하나로 고효율 초대형선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정기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사들의 초대형선 확보 전략이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절감 극대화’와 ‘시장점유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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