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항 ECT터미널
로테르담항 ECT터미널
대형 컨선 낮은 정시성 문제로 항만 적체현상 ‘심각’
유럽위원회, 네덜란드 항만세금감면 불법여부 조사

유럽의 관문인 로테르담항이 체선과 불공정 의혹으로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지난 4월부터 대형 컨테이너선의 낮은 정시성 문제로 심각한 항만 적체현상을 겪고 있으며 이는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위원회(EC)는 7월부터 로테르담항에 대한 네덜란드 정부의 보조금 불공정 여부를 놓고 본격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유럽 북부 항만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EC의 조사결과가 부정적일 경우 로테르담항의 항만시설이용료가 인상되는 등 물류경쟁력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테르담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적체현상이 최근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적체현상은 과거에도 발생했으나 현재 로테르담, 함부르크 등 북유럽 항만들의 체선현상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업계는 4월 중순 이후 로테르담 항만 내 체류시간이 50-90시간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한다.

항만 적체현상 심각, 낮은 정시성 원인
이에 로테르담항 기항 선사들은 다른 항만에 기항하거나 서차지surcharge를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예로 하팍로이드는 8월 10일부터 로테르담항 환적 컨테이너에 대해 teu당 75유로의 서차지를 부과했다. 중국발 환적화물은 9월 1일부로 적용되며 미국·캐나다발 화물은 9월 7일부터 적용된다. 또한 하팍로이드는 G6와 공동운항하는 유럽-아시아 4개 노선의 선박 4척을 로테르담항에서 철수시키고 엔트워프항의 PSA Deurganck 터미널로 기항지를 옮겼다.

로테르담항의 적체 원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대형 컨테이너 선박들의 낮은 정시 도착률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드류어리에 따르면, 2012년 아시아-유럽 항로의 정시 도착률은 83%였으나 2014년 1분기에는 51%로 하락했다. 대형 선박이 스케줄을 크게 벗어나 항만에 도착할 경우 터미널 운영사들은 접안 가능한 선석 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화물을 하역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수의 크레인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선사 공동운항 확대 등 운항 지연 초래
낮은 정시 도착률과 함께 하역물량이 집중되면서 전체 터미널 적체가 야기되고 있다. 초대형선들은 정박 시 평균 약 1만개의 컨테이너들을 하역할 수 있으며 이는 1,560개의 트럭, 32개의 연안수로 선박, 10개의 피더선, 19개의 열차에 의해 연계운송된다. 그러나 증가된 하역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선박의 정박시간은 2배로 늘어났고, 이로 인해 전체 운송시스템의 스케줄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로테르담항 터미널의 인프라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어서 항만혼잡이 가중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테르담항 ECT 델타 터미널에서는 현재 5개의 새로운 안벽크레인이 설치되고 있는 중이다.

드류어리는 로테르담항의 이 같은 항만적체 현상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선박도착 정시성의 악화는 선사 간 얼라이언스에 따른 영향이라 지적하고 공동운항 확대로 서비스 변경이 발생하거나 선박의 운항지연이 초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안 환적물동량 인근 터미널로 이동
로테르담항 측은 연안 환적물동량을 대체 터미널로 이동시키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로테르담항만공사는 8월 7일 ECT 델타터미널의 체선을 해소하기 위해 내륙수로로 운송되는 환적물동량을 인접해 있는 다른 터미널로 이동시켜 여유선석을 확보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내륙수로 선박들은 ‘로테르담컨테이너터미널RCT’, ‘Moerdijk 컨테이너터미널MCT’, Waalhaven 지역의 ‘유니포트터미널Uniport Terminal’에서 나누어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항만공사 측은 이를 통해 ECT 터미널의 여유선석을 확보하고 외항선에 대한 화물처리능력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올해 하반기 ‘Maasvlakte2 터미널’이 개장하면 처리능력이 확대돼 체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항만공사 측은 이 같은 단기대책 외에도 화물처리능력 개선을 위해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EC, 로테르담항 세금면제 불공정 조사 착수
로테르담항의 체선현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럽위원회EC는 세금면제 불법혐의로 로테르담항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EC는 지난 7월 초부터 로테르담항만청 등 공공기관에 대한 네덜란드 정부의 법인세 감면정책이 EU의 보조금 지원정책과 합치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EC는 항만운영사를 포함하여 공공기관들에게 민간기업보다 더 나은 세금혜택을 주면 안 된다는 입장이며 로테르담항이 세금감면을 통해 불공정한 정부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C는 2013년 5월 네덜란드에 일부 공기업에 대한 법인세 면제규정을 폐지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전반적인 정부기관에 대해 이를 수용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항만청은 제외시킴에 따라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Zeeland, Groningen, Moerdijk 5개 항만은 계속 법인세를 면제받고 있다.

법인세 연간 5천만 유로 부담 가중
EC의 요구사항을 네덜란드 당국이 받아들이지 않자 EC는 네덜란드 항만에 대한 심도 깊은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결과가 EU의 보조금 정책 위반으로 드러날 경우 네덜란드는 항만 세금면제 정책을 폐지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기관에 대한 법인세 면제 규정으로 인해 경쟁 민간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며 이는 EU의 역내국가 보조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한 EC는 네덜란드 정부에 2016년 1월부터 항만 법인세를 도입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네덜란드 당국은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국 항만을 지원하고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로테르담항 측은 독일과 벨기에 정부도 자국의 항만인 함부르크항과 엔트워프항에 각각 항만운영 손실에 따른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로테르담항 측은 오히려 이웃 국가들이 자국항만에 국가보조금을 지원하지 않을경우, 로테르담항은 연간 7% 이상의 물동량을 더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만약 법인세가 적용될 경우 로테르담항은 연간 5,000만유로를 부담하게 된다. 로테르담항 측은 현재 ‘Maasvlakte2 컨터미널’ 등 항만인프라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항만요율이 감소하여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항만의 임대수익은 신규 항만구역으로 인해 다소 증가했으며 2013년 로테르담항의 총 수입은 전년대비 100만유로 감소한 2억 2,700만유로로 기록됐다. 로테르담항의 2013년 컨테이너 처리물량은 1,170만teu로 전년대비 1.7% 감소했으며 전 세계 항만 순위 12위에 랭크됐다. 올 상반기는 전년동기 대비 1.9% 증가한 600만teu를 처리했다.

항만시설료 인상 등 경쟁력 타격 전망
EC의 조사결과가 부정적일 경우 로테르담항은 최초로 패널티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항만시설사용료 인상 등 가격경쟁력에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르아브르, 엔트워프, 브레멘, 함부르크 등 인접 항만의 물동량 유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유럽 최대 물량을 처리하는 로테르담항의 지위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은 로테르담항을 통해 대유럽 수출을 하는 한국 기업도 항만이용료가 인상되는 위험이 있어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잘 갖춰진 인프라와 유연한 세관 시스템 등 다양한 경쟁력을 보유해 단시간 내에 시장 우위를 잃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EC의 조사는 유럽지역 다른 항만으로까지 확장될 조짐이다. EC는 유럽 항만들의 공정한 경쟁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타 항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랑스와 벨기에에도 자국항만들이 불공정한 세금면제혜택을 받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