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타당성 재조사서 B/C 1.16 사업성 입증

인천신항 조감도
인천신항 조감도

인천항의 최대 현안이었던 인천신항 증심사업이 최종 확정됐다. 이로써 인천신항의 진입항로 수심은 기존 14m에서 16m로 늘어나며, 최대 1만 2,000teu급 대형선의 입출항이 가능하게 됐다.
6월 22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인천신항 증심사업 타당성 재조사 결과 비용편익비율이 1.16, 계층화 분석치가 0.569로 집계돼 사업성이 입증됐다. 일반적으로 비용편익비율(B/C)은 1.0 이상, 계층화분석(AHC)은 0.5 이상일때 사업 추진 타당성이 인정된다.

이에 따라 인천신항은 2018년까지 총 사업비 1,816억원이 투입돼 항로준설 공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인천항만청은 인천신항 조기 활성화를 위한 항로증심 준설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오는 7월 중 설계용역을 착수할 예정이며, IPA는 신항 증심이 확정된 만큼 주요 선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IPA 측은 “그동안 인천항은 수도권 최인접 항만이라는 지리적 이점에도 낮은 수심과 항만시설 부족으로 항로가 중국과 동남아에 편중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인천항 수심 증설 계기로 최대 1만 2,000teu급 대형선 입출항이 가능해져 항로 다변화와 함께 물동량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상부시설 공사가 진행중인 인천신항 개발사업은 2020년까지 총 2조 5,000억원을 투입해 인천시 송도국제도시 서남쪽에 컨테이너 부두 6개 선석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현재 하부공사는 완료된 상황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B터미널이, 연말에는 A터미널이 차례로 개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9년여 인천신항 증심논란 마침표, ’18년까지 1,816억 항로준설 투입
인천신항 증심이 확정되면서 인천항만업계는 10년 가까이 끌어왔던 숙원사업이 드디어 해결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천신항 증심 논의가 시작된 시점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던 인천항 자문협의체는 인천항 계획수심 증심 필요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 이후 추가적인 증심 논의는 잠잠했으나. 2011년 인천항발전협의회가 인천신항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적정 수심확보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신항 증심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다. 2012년에는 관련 TF팀이 구성됐고, IPA가 인천신항 준설계획을 발표하고 지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같은 해 11월 IPA는 국토해양부에 인천신항 적정 수심 확보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이후 지난해 기획재정부에 타당성 재조사를 신청하고 동 결과의 경제성이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동 사업이 확정된 것이다.
 

中·동남아 편중 항로 다변화, 환적물량 확대 기대
“2020 세계 30대 항만 도약 가능”

인천항만 관계자들은 “선박 대형화 추세에서 인천신항 증심은 글로벌 항만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증심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간 중국과 동남아에 편중된 항로로 인해 대형선에 실린 수도권 화물은 부산항·광양항을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들 화물이 인천신항의 증심으로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IPA에 따르면 올해까지 인천항의 누적물동량 기준, 對아프리카·남미지역 물동량은 70%, 對유럽 물동량은 35%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IPA 관계자는 “그간 인천항은 對중국 물동량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 문제였으나, 현재는 유럽과 아프리카 물동량도 점점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인천신항의 증심으로 대형선이 입항하고 운영이 본 궤도에 오르면 대중국 물동량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면서, 항로 다변화 효과를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천항을 기항하는 원양항로가 개설될 경우 그간 1% 미만이던 인천항 환적물동량의 비중도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그간 인천항은 중국과 인트라아시아 교역에 강점을 보였기 때문에, 원양항로의 개설은 항로다변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화물로 일컬어지는 환적화물 유치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 외에도 증심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준설토가 인천신항 배후부지의 매립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인천신항 배후부지의 개장이 빨라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벌크화물 중심이었던 인천항이 컨테이너 항만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문이다.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230만teu를 달성해 세계 50위권 항만 대열에 진입한 인천항은 내년에는 인천신항 6개 선석 개장 및 운영을 예고한 상태다. IPA는 인천신항 개장으로 2015년 260만teu에서 2020년 407만teu의 물동량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세계 30위권 항만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적극적인 선사 마케팅, 인천항 장기 비전 제시돼야
그러나 신항 증심에 대한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아직 남아있는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한 인천항만업계 관계자는 “수심을 깊이 팠다고 해서 선박이 자동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업계나 PA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자세로 전사적인 세일즈와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IPA는 우선 대형선사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Maersk 등 대형선사와 G6, CKYHE 등 글로벌 얼라이언스의 본사 및 아시아, 태평양 권역 본부를 대상으로 글로벌 포트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IPA 관계자는 “한 업체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선사들이 인천신항 증심이 이뤄질 경우 인천항에 항로개설 의향이 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면서, “글로벌 대형 선사를 중심으로 인천신항 증심을 적극 홍보하고 이에 대한 효과를 설명해 선사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앙 정부의 인천항 장기전략과 비젼도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는 이번 증심결정을 시작으로 그간 정부정책서 소외시됐던 인천항이 국내 항만정책에서 보다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항의 한 관계자는 “그간 인천항은 수도권 관문항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투포트 정책에 희생되어 왔다”면서,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정부에서 장기 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는 항만은 부산항과 광양항 뿐이며, 인천신항 증심이 결정된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국가 중심전략이 인천항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수부는 부산항 종합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과, 광양항 특화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두 연구용역 모두 각 항만의 2030년까지의 발전전략을 담을 예정으로, 종합발전계획에 대한 연구용역은 전국항만기본계획 등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두 용역의 결과가 인천항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인천항만업계의 설명이다.
 

부산항·광양항과의 협력,  “각 항만 특성살린 혁신적 전략 필요”
이와 함께 부산항, 광양항 등 국내 항만업계와의 협력관계 유지도 중요하다. 사실 이번 증심 결정에 가장 크게 반대했던 곳은 부산과 광양지역 여론과 지역 항만업계였다. 부산지역 업체들은 인천항 증심이 부산항의 환적화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광양항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광양항 물동량이 최근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천신항의 증심은 부산·광양을 기존 투포트 정책을 흔들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부산과 광양에서 일부 처리되는 수도권 화물이 인천신항 증심으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인천항 관계자는 “인천신항 증심이 확정되기 까지 무수한 타 항만의 견제가 있었고, 정치적 논리까지 더해진 ‘딴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인천신항의 증심을 확정한 만큼 인천항 발전과 함께 우리 항만이 전체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계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신항을 개발하는데 대형선 입항이 불가능하게끔 만드는 것은 혈세 낭비로 기본적인 항만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증심은 당연하다”라면서도, “국가 항만 정책도 부산, 광양, 인천, 울산 등 주요 항만의 특색을 살린 정책이 나와야 하며,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이 과감한 항만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우리 항만정책에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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