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선박관리, 무책임한 선원, 안전불감과 이익만 쫓는 회사경영, 미숙한 구조와 혼선, 구심점 잃은 정부... 국내 사상 최악의 여객선 사고가 된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침몰과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일련의 문제점들이다.

사망과 실종으로 희생된 생명이 300여명. ‘세월호’의 참사가 전 국민을 비탄과 실의에 잠기게한 것은 1차적으로 해당선사의 선박은 물론 여객과 화물에 대한 안전관리 부실과 사고후 선원들의 비상대응력 부족과 무책임 탓이며, 2차적으로는 구조의 지지부진으로 인해 생각보다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건발생 14일째인 4월 29일 오전 현재 실종자 109명이 이를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4년전 ‘천안함’ 침몰사고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해난구조 체계는 한발짝도 더 내딛지를 못한 후진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원인은 과적과 허술한 고박, 선박평형수 부족, 개조, 무리한 변침 등에 따른 복원력 상실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정확한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현재 의혹이 제기된 여러 문제점중 어느 한 요인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안전관련 여러 부실요인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결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결국 해당선사의 안전불감 경영이 처참한 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철저히 대비해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 사고이다. 그래서 평시에 대응훈련과 재난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사고발생이후 대응력에 따라 피해의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인데, ‘세월호’ 선원들의 비상대처력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사고의 원인과 대응방안을 논의했을 핵심 선원들이 여객의 안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우선적으로 구조받았다는 사실은, 국민적인 지탄을 폭발시키고 현장에서 본분을 다하고 있는 대다수 선원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일각에서 선원에 대한 비상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지적하지만, 침몰하는 배에서 승객의 탈출지시를 내리지 않은 선장의 책임은 결코 면할 수 없는 개탄스러운 일이었다.

침몰 신고이후 구조에 나선 해경을 비롯한 정부의 구난대처는 엉성하기 짝이 없었다. 해난사고의 경우 해외선진국은 해난전문가를 책임자로 일사분란한 구난체계를 갖추고 구조작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고초기 해당부처인 해수부보다 안전행정부가 앞장선 모습이었고 이후 구조 못한 여객이 3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난구조본부는 구심점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인력과 장비가 구조에 투입된 것으로 공표했지만, 해난구조의 경험 부족과 시스템의 미비 등으로 인해 구조를 통해 생존한 사람보다 사망자와 실종자 수가 2배 가까이 된다. 정부의 구난체계가 후진적이라는 국내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배경이다. 천안함 사고이후 해난구조의 구심점이 되겠다며 발족한 해양구조협회도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해양의 구난사고를 전문적으로 대비하겠다는 구호만 요란했지 실효는 보지 못했음이다.

지난해부터 해양사고 30% 감축을 대대적으로 주창하며 해난사고의 예방에 힘을 쏟아온 해수부는 유구무언의 입장이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 정부의 해양사고 감축정책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그동안 해양사고의 상당부분이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했음을 분석한 결과,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돼왔고, 선박의 안전점검의 중요성도 누누이 강조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드러난 선박의 안전관리 소홀과 선원의 안전의식 결여, 그리고 비상시 안전대응력 부실은 창피할 정도로 후진적임이 세월호 침몰사고를 통해 드러났다.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에 대한 수사와 선박의 안전검사를 담당한 한국선급과 운항관리를 맡아온 해운조합의 책임론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검찰의 수사가 미치자 관련 단체장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사태로 변했다. 구조를 담당한 해경의 늑장부실대응 책임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의 범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해수부와 그 산하단체에 선박의 안전과 관련한 조직에 대한 인사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수부내 선박의 안전문제를 담당하는 부서와 관련 산하기관의 단체장과 주요직책에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가 단행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해난구조에 전문가가 없었다’는 지적과 관련, 관련기관·단체 적재적소에 전문가가 배치되어 있었더라면 조금더 많은 여객을 생존자로 구출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통한으로 남는다.

4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었다. 온국민이 TV와 인터넷으로 ‘세월호’ 선체가 서서히 침몰하는 광경을 목도하면서도 ‘객실이 안전하다’는 선원의 말만 믿다가 바다로 잠겨들어간 이들을 구하지 못했다. 선체가 많이 기울고 침몰 중이었어도, 그 정도에서는 상당수가 구조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랬기에 몇일이 지나도 추가 생존 구조자가 늘지 않는 상황을 더욱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초기 구조대응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는 이제 구조보다 인양의 대상이 되어간다. 서해훼리와 천안함 사고 등 여러 선박의 침몰사고를 경험하고도 여전히 해난구조의 체계화가 미흡함이 이번 사고로 드러났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우리나라는 그에 걸맞는 선박과 해상의 안전문화에서 지체현상을 드러내보였다고 해외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차제에 사고의 원인과 책임 규명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또다른 해난사고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수차례 선박침몰사고를 경험한 이후 해난관리 전문가를 양성하고 제대로 실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기에 더욱 재발방지책 마련이 긴요하다.

일본의 주요선사들은 신년에 발표하는 경영방침에서 매년 안전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성과가 한순간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평상시 안전유지를 위해 들이는 노력과 비용에 대해 인색하기 쉬운 것은 사실 인지상정일 게다. 그러나 일어나지도 않은 비상시에 대비해 들이는 비용과 노력을 소홀히 해도 되는 일로 치부한다면 ‘세월호’와 같은 해난사고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설마 하는 생각으로 안전문제를 취급하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정부와 관계기관및 업계가 깊이 새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 특히 최근 국내 연안은 물론 국제항로에서도 여객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객의 유치확대와 더불어 성숙한 안전시스템 구축과 철저한 관리가 필수라는 점을 해운업계와 관계당국이 깊이 인식하고 실천하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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