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엘타워에서 열린 ‘물류산업진흥재단’ 설립식은 많은 중소물류업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이날 20억원을 출연해 물류재단을 설립한 현대글로비스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물류업계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면서 말을 아끼며, 재단의 효과에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이날 행사는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각본대로 움직이는 인상을 주었다.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국회의원들의 축사시간이었다. 의원들은 저마다 현대글로비스의 재단설립은 중소물류업체와 상생하기 위한 세계적 물류기업의 행보라며 낯간지러울 정도로 앞 다퉈 칭찬했다.

설립식은 아나운서의 사회로 방송카메라와 함께 재단법인 소개와 VIP축사, 선포 세레머니 등 거창하게 진행됐으나 보여주기식 행사에 치우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반성장, 희망, 상생, 창조경제 등 번드르르한 말들은 가득했으나 물류산업진흥재단의 구체적인 사업에 대한 소개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다과가 놓여있는 테이블에는 단 한 장의 자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재단을 설명하는 유일한 자료는 약 5분 가량의 동영상이 전부였으며 현대글로비스가 2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여 중소물류기업과 상생하기 위한 재단을 설립했다는 사실이 행사 내내 강조됐다.

특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재단법인 설립 선포 세레모니였다. 무대 양 옆 대형 화면에는 상생협력 서명서에 사인하는 주요 인사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됐으며 아나운서의 진행에 따라 김경배 사장, 심재선 이사장, 국회의원들이 무대에 나와 상생협력 선포문을 낭독하고 서명서를 편 채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음악과 함께 무대 아래에서는 하얀 드라이아이스가 뿌려지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희망과 상생의 물류생태계 창조’라 쓰여진 배너가 펼쳐졌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웃는 얼굴로 박수를 치면서 재단 설립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표정도 감추지 못했다. 재단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 ‘계속 지켜봐야겠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 중견 물류업체 대표는 “재단이 무엇을 하는 곳이고 왜 설립되었는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의 20억원 출연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잘 모르겠다”면서도 “오늘 행사는 현실적으로 쓸모 있는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고 평했다.

물류업계는 현대글로비스의 재단설립이 동반성장의 ‘생색내기용’으로 끝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 이날 현대글로비스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가 차갑게 식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앞으로 물류재단이 보다 실질적인 중소 물류업체 지원 프로그램을 펼치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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