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먼지로 주민에게 외면받는 항만, “근본대책 필요”

 

 

 
 

 

석탄, 사료 등 벌크부두 인근주민 민원 이어져
클린포트 구축 노력에도 민심은 ‘기피시설’

항만산업에도 ‘녹색’ 이슈가 떠오르면서 우리 항만도 그린포트 구축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하역장비의 동력을 전력으로 전환한 e-RTGC, 풍력·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시설 도입, LED 조명 교체 등은 우리 항만산업의 녹색화를 위한 주요 사업으로, 이들 사업은 대부분 항만내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방편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과 특히 항만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항만은 여전히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하역작업으로 인한 소음, 화물에서 발생되는 분진 등으로 항만주변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민원제기나 시위 등 단체행위로 이어지기도 하는 등 ‘기피시설’로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컨테이너에 비해 분진과 매연을 더욱 야기시키는 벌크화물, 특히 석탄·광석·사료·목재 등의 처리는 여전히 골칫거리이다.

 

인천내향 8부두 재개발, 환경논리에 급히 추진
동해·묵호항 인근 주민 피해보상 요구, 울산항 피해민원 속출

지난 5월 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인천항을 직접 방문해 인천항 8부두의 재개발을 약속했다. 끊임없이 이어져온 인천항 주변 주민들의 민원과 격렬한 농성의 결과였다. 해양수산부는 올해까지 재개발사업안을 마련하고 2015년까지 8부두 재개발 사업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항만업계와 경제단체들은 대체부두 마련없이 8부두 재개발을 확정짓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2년전 1·8부두 재개발과 관련해 2014년 이후 논의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갑자기 8부두 재개발이 결정나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천내항 8부두 폐쇄가 결정난 이유는 항만인근 주민들의 불편으로 인한 것이었다. 특히 8부두 재개발 운동을 주도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의 성명서에는 “구도심의 항만은(8부두) 주변 도심지역에 환경오염 피해만 유발한 채 일부 벌크화물만 취급하는 도시환경 저해시설로 변모하고 있는 추세”라는 내용처럼 인천내항 주민들의 벌크화물로 인한 불편함이 나타나 있다.
 

이같은 문제는 벌크화물을 취급하는 항만에서 더러 나타나고 있다. 동해·묵호항에서는 광물 수출입의 증가로 인근 주민들이 피해보상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며, 울산항도 석탄화물로 인한 비산먼지로 피해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항만지역의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도시가 팽창하면서 과거와는 달리 항만인근에도 주거지와 상권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면서,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분진 및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 벌크부두 관계자도 “벌크부두의 경우 컨테이너 부두보다 훨씬 낙후된 부두가 대부분이다. 운영사나 PA가 분진과 소음을 막기 위한 펜스를 확충하고 있지만 100% 문제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비산먼지를 80% 저감시킬 수 있는 에코호퍼
비산먼지를 80% 저감시킬 수 있는 에코호퍼

IPA·UPA ‘에코호퍼’ 도입으로 비산먼지 80% 저감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주요 무역항을 운영하는 각 PA들은 어떤 대책을 내놓고 있을까.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를 대상으로 벌크화물로 인한 분진 및 환경오염에 대한 PA의 대책을 취재한 결과, IPA와 UPA는 벌크부두의 시설개선과 부두기능 재배치 등을 통한 비교적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으나 YGPA와 BPA는 이 문제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됐다.


IPA와 UPA는 세계 최초 친환경 하역장비인 ‘에코호퍼’를 도입해 벌크화물 처리로 인한 비산먼지를 줄이고 있다. ‘에코호퍼’는 높이 9m, 폭 6.5m의 깔때기 입구에 공기를 분사해 이른바 '에어커튼'을 설치함으로써 먼지를 1차로 차단하고, 이 과정에서 후드로 흡입된 공기는 먼지를 걸러 다시 에어커튼용 공기로 사용하는 무배출 순환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IPA 관계자는 “보건환경연구원 검사결과 에코호퍼는 종전 호퍼에 비해 비산먼지를 약 78%로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앞으로 에코호퍼를 더욱 확충하고 친환경 시스템에 투자하는 등 녹색항만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IPA는 에코호퍼와 친환경 LNG연료 선박 ‘에코누리’호 등으로 ‘2013 대한민국 녹색기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UPA도 시설개선과 부두기능 재배치 등을 통해 비산먼지 저감 대책을 진행 중이다. 울산항에서 취급하는 사료, 석탄, 우드칩 등의 벌크화물 하역·보관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을 2010년부터 줄여나가고 있으며, 사료부원료의 경우 창고시설 확충을 통해 보관과정의 비산먼지를 일부 개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역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는 아직 미해결과제로 UPA는 올 8월부터 ‘호퍼개량 시범사업’을 추진, ‘에코호퍼’를 일부 도입할 계획이며 저감효과가 우수할 경우 2014년부터는 전면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UPA 관계자는 “석탄분진과 사료부원료 분진 저감을 위해 2010년부터 약 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방진막 설치, 스프링쿨러, 하역설비 개량, 창고 신축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면서, “에코호퍼 도입으로 아직 해결되지 않았던 사료 하역먼지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반면 국내 최대항만인 부산항을 운영하는 BPA는 벌크화물 분진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BPA 관계자는 “감천항에 벌크화물이 일부 들어오지만 먼지로 인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세계적으로 클린포트 논의의 중심이 선박 규제와 배출가스 저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 분야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수·광양항을 운영하는 YGPA도 “벌크화물이 포스코에서 운영하는 철재부두가 대부분”이라며, “운영사 자체적으로 문제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두 운영사 “우리도 피해자. 부두 재배치 등 역차별 당한다”
그러나 몇몇 PA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는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항만이 비산먼지 등 오염물을 막기 위해 방진막을 설치하고 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인체에 해가되는 비산먼지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미세먼지임에도 불구 일부 항만에 설치된 방진막은 그물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는 “항만관계자, 일반시민, 환경단체가 참여해 정기적으로 항만 주변의 대기오염 검사가 진행해 보다 투명하고 확실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탄 등 벌크화물을 처리하는 부두 운영사들도 고충을 털어놓는다. 한 부두운영사 관계자는 “벌크화물의 물량이 줄어들고 하역료도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설비에 대한 투자는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낙후된 항만에서 먼지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펜스를 치고, 뚜껑도 덮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 국가나 PA도 친환경 장비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해 결국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장 접근성이 낮은 부두로 옮겨지는 역차별도 당한다”고 토로했다.


비산먼지와 분진 등으로 입는 피해자는 비단 지역 주민뿐들만이 아니다. 이를 처리하는 운영사들, 그리고 주민들의 민원에 시달려야 하는 항만운영주체 모두 피해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하고 근본적인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항만업계와 환경단체의 공통 의견이다. 세계 5위의 항만국가의 항만이 인근 주민들에게 ‘기피시설’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한 해결책이 요구된다. 앞으로의 항만산업 발전은 여론의 지지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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