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과 극일정신
어제가 3·1절 공휴일이고 새벽부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부슬부슬 내려 지각하기 딱 알맞은 날이지만 콤파스 회원들의 시간관념은 철저하다. 아침 7시30분에 시작하지만 30분 전에 이미 많은 회원들이 회의장소에 도착하여 신문도 보고 담소도 나눈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나이가 많을수록 시간을 잘 지킨다. 젊은 층이 모이는 실무자회의 보다 연령층이 높은 편인 이사회가 시간을 더 잘 지킨다. 실무자들이 더 바쁘기 때문인지 아니면 시간관념이 부족한 것이지 모르겠다. 고 해성 이맹기 회장 회고록에 보면, 이 회장은 어떤 모임이든 30분 전에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며 기다린다고 한다. 시간을 놓쳐 인생을 실패한 사람들이 많다.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하여 백일천하로 끝난 것도 시간을 못 맞추고 늦게 전투현장에 나타난 부장(副將)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워싱턴 대통령은 자주 지각하는 비서가 시계 탓을 하자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시계를 바꾸든지 비서를 바꾸든지 안 되겠어.” 그후 비서가 지각을 안했는지 아니면 경질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상록수의 저자 심훈의 시 ‘그 날이 오면’에서 독립과 광복을 염원하는 시인의 비장한 마음과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이 느껴져 처절하기까지 한 감동을 준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이다./ 두개골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고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조선의 종군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말을 하여 3·1절 88주년을 맞은 한국인들의 분노를 샀다. 요즘 인기가 기대 이하인 아베 총리로선 이러한 발언으로 우익진영의 지지를 얻고 떨어진 인기도 만회하려는 속셈을 짐작하겠지만, 잊을만하면 터트리는 일본 정치인들의 행태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울릉도와 독도 사이의 바다에 경계를 그으려 하는 일본. 일일이 맞닥트려 싸울 수도 없고, 이웃이 싫으면 이사를 가면 되겠지만, 땅덩어리를 옮길 수도 없고 죽을 맛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주몽’이 끝이 났다. 시청률 50% 대를 기록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주몽’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사람이 나올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였다. 헌데 고구려가 자기 나라 변방이니 역사왜곡하지 말라고 중국인들이 주장하는 모양이다. 만만디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힘겨운 싸움도 벌여야 하는 우리로선 좌우로 협공을 당하는 꼴이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샌드위치 이론을 제기하였는데,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이다. 샌드위치 가운데 고기가 있어 이렇듯 서로 먹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한국P&I클럽, 크루징
이어 한국P&I클럽(KPI)의 박범식 전무가 지난해에 이어 KPI의 최근 실적에 대해 설명하였다. 
세계 P&I보험 시장이 총 21억달러에 달하고, 한국은 8천만달러에 이른다. 그중 KPI는 506척 836만달러에 달하는데, 금년 목표가 900만달러이고 내년까지 1천만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금년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기존 선단의 2배를 가입시켰다. 국제 P&I 카르텔인 IGA 클럽 6개 이상에 가입했던 74척 선박의 190만달러에 달하는 보험료를  KPI로 유치했다. 특히 대한해운과 STX PanOcean, 신성해운, 범한상선, 동아유조선 등 국내 중대형 선사들이 처음으로 KPI에 가입하였다. 특히 태영상선과 천경해운은 전체 선대를 KPI로 바꾸었는데, 이는 KPI의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앞으로 신조선도 들어올 예정이다. 앞으로 KPI의 보험요율을 12% 낮추어 담보율을 낮출 계획이다. 정부가 39억 내지 49억을 그리고 선주가 잉여금을 포함하여 80억원을 매치펀드(match fund) 방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선주들은 일본P&I클럽(JPI)에 300척, 1,000만톤 정도 가입하고 있는데, 이를 KPI로 돌리면 KPI의 위상이 크게 높아져 IGA와의 협상력도 커질 것이라고 콤파스 참석자가 말했다. 그런 면에서 전체 물량을 KPI로 돌린 태영상선과 천경해운의 용단은 3·1절을 맞아 더욱 뜻있는 일이다. 짧은 기간에 큰 실적을 올린 KPI의 노력을 평가하며 설립 기초를 다진 윤민현 전무에 이어 사무국을 맡은, 전문성과 친화력을 겸비한 박 전무의 계속적인 활약을 기대한다.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다녀온 동덕여대 오세영 교수가 크루징 여행담을 들려주었다. 오 교수 부부는 지난 2월 노르웨이 크루즈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유람하고 돌아왔다. 뉴욕 맨해튼을 출발하여 자유여신상 옆을 지나 남쪽으로 항해하여 버진 아일랜드의 센트 토마스와 영령 버진 아일랜드의 로드타운을 거쳐 도미니카공화국 산마리노에 들렀다가 뉴욕으로 되돌아 왔다고 한다. 카리브해에 가서 해적을 만났는지 보물선은 보았는지 선장들이 마시던 람주는 마셔 보았는지 궁금하다. 크루징은 하늘과 땅, 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그림이라고 오 교수는 말했다. 재미있는 크루즈 승선기를 기다린다.


세계의 3대 크루징 해역은 카리브해, 지중해, 알래스카와 멕시코간 코스라고 한다. 섬이 많고 큰 도시들이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 동남아와 함께 한중일 해역도 개발하면 좋은 코스가 될 것이다. 예를들어 제주도, 중국의 하이난다오, 타이완, 일본의 규슈와 오키나와를 연결하는 코스는 개발 여하에 따라 환상의 코스가 될 것이다. 


크루징은 일본이 우리보다 앞서 있는데 섬나라인 일본도 경영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일본 NYK 미야오카 회장이 특히 크루즈에 관심이 많았고 그에 대한 투자도 많이 했음에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미야오카 회장이 크루즈에 대한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는데, 자기 유골을 크루즈를 타고 바다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하였다고 한다. 4월에 부산항에도  크루즈 전용 터미널을 개장한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크루즈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서양인들은 평생 벌어서 노년에 부부가 함께 크루징 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우리도 크루즈선을 타고 각국 항구에 다니는 꿈의 여행을 즐길 날이 머지 안았다고 본다. 대기업에서는 사원연수를 크루즈선에서 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주최 바다의 날 기념 선상세미나 및 항만시찰 행사가 5월 말에 열린다. 이번에는 배를 타고 일본항만을 둘러볼 예정이다. 요즘 엔저현상으로 일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이 많다고 한다. 여행이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까닭은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이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문화를 체험하고 극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해운시황과 리스크 관리
금년 3월에 들어서 해운시황이 상승 기조로 돌아섰다. 건화물선과 유조선 부문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데, 건화물선 운임지수(BDI)가 5,000 포인트를 돌파하였고 유조선 운임지수(WS)도 100 포인트 선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컨테이너 용선 운임지수인 HR도 1,000 포인트를 넘어서 해운시황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해운업계로선 이렇게 시황이 계속 받쳐주기를 기대하지만, 기존의 패턴으로 볼 때 의외이며 우리의 경험치를 수정하게 만들고 있다. 작년에도 많은 연구기관들과 컨설턴트들이 침체 내지 하강을 예견하였지만 하반기 들어 호조세를 보였고, 금년에도 어둡게 보는 기관이 많았으나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그 예측이 빗나가는 듯하다. 연구기관과 선사의 조사실에서는 그 원인을 찾느라 부산할 것이다. 시황이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호·불황이 결정되는 것이 정설이나 요즘 같이 변수가 많은 글로벌 경제체제 아래에서는 기존의 경험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결과가 자주 빚어진다. 세계경제가 WTO를 중심으로 개방체제로 흘러갈수록 해상물동량이 늘어나는 것은 맞다. 그리고 자립경제를 추구하던 중국과 동구권 그리고 제3세계가 세계시장에 편입될수록 물동량이 늘어나고 따라서 해운시황도 좋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세계의 블랙홀로서 특수를 일으킨 중국이 과열을 우려하며 속도조절을 하고 있기에 해운시황의 침체 내지 하락을 예견하였으나 무언가 또 다른 변수에 의해 시황이 움직이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아닌 어떤 변수에 의해 시장이 움직인다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해운업체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세력에 의해 시장이 좌우된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런 배경 아래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이다. 해운기업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리스크를 관리하며 경영하는 것이다. 해운업은 배와 짐을 가지고 장사하는 것이다. 해운업을 영위하기 위해 배를 소유할 수도 있고 빌릴 수도 있고, 짐도 현재의 것과 미래의 것도 있다. 이러한 변수를 감안하여 리스크를 관리하며 장사해 나가는 것이다.


배를 가지고 있는 것과 짐을 가지고 있는 것 중 어느 게 더 유리한가? 배와 짐을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것인가? 또 배는 언제 지을 것인가? 환율 변동폭이 클 때에는 외환딜러들의 피가 마른다고 한다. 순간의 판단을 그르쳐 수백, 수천만 달러가 연기도 없이 사라진다고 하니 체력과 순발력이 없는 사람들은 이 시장에서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해운시장도 사선과 용선 그리고 현물과 선물의 선택에서 이익을 극대화,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운영기법이 리스크 관리이다. 이것을 잘 활용하면 호황 때 큰돈을 벌거니와 불황 때도 나름대로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의 테크닉과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실무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을 해운실무교육 강사로 초청하여 배울 수 있다면 해운실무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보라.”
3월 16일 해송(海松)법학도서관 준공식이 있었다. 이 도서관은 콤파스 회원으로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들려주던 대양상선 정유근 사장이 모교인 고려대 법과대학에 세운 것이다. 지성과 야성을 품고 현실을 딛고 이상을 실현하려는 법학도들에게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후배를 위해 거액을 쾌척한 대양상선 정유근 사장에게 박수를 보낸다.

 

SLOC과 해상안보
해상수송로(sea lane)에 관해 연구하는 한국해로안전연구회(SLOC Korea, Sea Lane of Communication, Korea)라는 단체가 있다. SLOC은 이젠 고인이 된 민관식 전 문교부장관을 중심으로 몇몇 인사가 주창하고 이맹기 대한해운 회장 등이 재정적으로 후원하여 발족한 모임으로 해군, 외교부, 해운단체의 관계인사를 회원으로 하여 지금까지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여 왔다. 해상수송망 확보와 안전에 관한 논제를 중심으로 국내외 국제정치학 석학들을 초청하여 회원들과 활발한 토론을 벌여 왔는데, 시레인(sea lane)과 관련한 여러 문제들을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필자도 회원으로서 10여년간 이 모임에 참여한 바 있다. 인상적인 것은 이 모임의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러시아(구 소련), 태국, 말레이시아 등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참여하였다. 어떤 발표회에서는 참여한 나라를 가상 적국으로 하여 시뮬레이션을 하여 토론을 벌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중국이 가상 적국이 되기도 하고 러시아와 일본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동맹국인 미국이 표적이 되기도 하여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슬아슬하기도 하였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대륙국가와 미국과 일본, 호주의 해양국가 중간에서 조정하는 역할을 맡으며 토론을 벌여 왔으나 해양국가의 카테고리에 넣었던 적이 많았다.


최근 신문에 미국과 일본, 호주가 준 동맹국에 해당하는 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하여 삼각동맹체제를 구축하여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안전보장전략의 기본축이 한,미,일에서 미,일,호로 바뀌고 있다는 보도가 발표되었다. 일본은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80%에 달하고 1,000해리에 달하는 시레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호주의 도움이 필요하고 호주도 태평양에서 정치, 경제, 외교 주도권을 쥐려하고 있어, 중국과 러시아로 대변되는 대륙세력의 확산을 막으려는 미국의 계산과 일치하여 이런 체제를 구축하게 된 듯하다. 우리나라는 어떤 위치와 역할을 맡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지정학적으로 대륙국가와 해양국가의 사이의 샌드위치에 있는 우리나라로선 매우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양대 세력에 의해 한국이 외톨이가 되어서는 안되고 이를 잘 조정하고 이용할 운영의 묘를 찾아야 한다. 이는 외교통상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우리 민족이 안고 가야 할 태생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SLOC이 해왔던 것 같이 양대 세력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이론과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상황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지 좀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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