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인터넷만으로 선박 유류비 7% 절감 가능한 ECOS

 

장기간의 해운·조선 시장 불황과 조선산업의 상선수주가 급감하면서 우리 조선기자재 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조선 불황으로 기자재 수주량이 동반 하락한데다가 해양플랜트, 그린십 등 새롭게 떠오르는 고부가가치선 분야는 높은 진입장벽에 막혀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선 기술과 아이템, 꾸준한 기술력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국내 기자재업체들도 있다. 이들은 해양플랜트, 그린십, 에코십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해운조선 산업의 트렌드를 미리 읽고 시장을 선점했거나, 탁월한 기술력으로 바이어들의 신뢰를 쌓아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기업들이다.


본지는 국내 조선기자재 산업의 부흥을 위해 매달 주목되는 한 업체를 탐방하고 그들의 기술·제품 소개와 시사점을 기획연재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 기업의 사례가 국내 기자재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최신 조선산업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선체, 엔진, 기상, 해상 등 데이터 분석통해 최적 엔진 RPM 산출, 대한해운 등 50여척 적용, 1,000만불 유류비 절감 확인
치솟는 유가로 인한 운항비 부담이 커지면서 해운업계의 관심은 유류비 및 운항비 감소를 위한 운영·기술이 화두로 떠올랐다. 몇년전부터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감속운항, 선박 대형화, 에코십 개발 등도 결국 선사의 운항비 절감의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선박의 연비를 높이기 위한 세계적으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뉴월드마리타임NWM의 에코스(ECOS, Energy Consumption Optimized System)는 오직 소프트웨어만으로 선박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ECOS의 가장 큰 특징은 추가 설비없이 노트북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로 선박의 최적 RPM을 산출하고 제시한다는 점이다. 기관 및 선체정보 등 선박의 기초자료를 데이터화해 프로그램에 입력시킨 후 기상·해상상태 등 각종 항해정보를 입력하면 선박의 최적 RPM을 산출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국내 주요 선사 50여척에 적용됐으며 대한해운의 경우 13척 선박에 동 시스템을 적용해 1,000만불 이상 절감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ECOS는 효율적 선박운항의 해답을 엔진RPM에서 찾는다. 이는 그간 해운업계가 선박속도에만 집중했던 것과는 다르다. 김재열 NWM 사장은 “감속운항이라고 하면 대부분 속도의 개념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선사측이 승선 해기사에게 ‘몇 노트로 운항하라’는 주문을 하는데, 이는 비효율적이다. 기상, 해류, 파도 등으로 선박의 상황이 수시로 바뀌는데,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엔진 소모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ECOS는 선박의 모든 정보와 기상정보를 취합해 정해진 운항기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최적의 RPM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연료소모의 영향을 주는 엔진을 제어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COS가 적용된 선박의 연료절감 효과
ECOS가 적용된 선박의 연료절감 효과

에코드라이빙 표시+블랙박스 기능으로 운항방법 제시·모니터링 가능
최근 시판되는 자동차에는 에코드라이빙 표시기가 장착되고 있다. 차량의 엔진상태에 따라 차량 계기판에 ‘ECO’ 표시가 점등되는 방식으로, 운전자는 표시에 따라 엔진 이용과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서 ECOS는 선박에 에코드라이빙 표시기를 탑재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는 달리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은 다양한 요소로 인해 운항환경이 시시각각 바뀐다. 선박운항에 영향을 주는 모든 정보를 수집해 최적의 운항 경로와 엔진RPM을 제공해 연료소모를 최소화하는 방식이 동 시스템의 핵심이다. 여기에 블랙박스와 같이 ECOS가 제시한 경로 및 RPM대로 운항이 이뤄졌는지 평가 결과를 보여줘 선박 운항자가 충실히 에코운항을 실행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성과배분계약, ‘선사 신규투자 부담 낮추고 효과 검증은 확실하게’
특별한 하드웨어가 없기 때문에 유지비용 및 제품 고장의 염려가 없다는 점도 ECOS의 특징이다. 여기에 시스템 적용시 선사와 ‘성과배분계약’을 통해 솔루션을 구축하기 때문에 초기비용도 거의 없다. 주로 기상정보만 취급해 라우팅Rout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제품의 가격이 14~15만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사의 비용적 부담은 거의 없다는 것. 성과배분계약은 선사가 동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유류비 절감의 효과가 나타나면 절감액의 일정비율을 선사가 NWM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재열 NWM 사장은 “한마디로 정수기 렌탈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사용 후 절감효과가 나타나면 절감액을 나누는 방식”이라며, “선사들의 경우 투자비용에 민감하고, NWM도 절감효과에 대해 자신이 있기 때문에 성과배분계약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선사들의 선박연비에 대한 관심 증가와 IMO의 SEEMP에너지관리계획 시행으로 NWM의 ECOS에 대한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김재열 NWM 사장은 “ECOS 개발 초기만 하더라도 선사의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선박 연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동 시스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NWM에 따르면 ECOS 시스템을 적용한 업체는 대한해운, SK해운 등 국내 주요선사들이고, 대형선 37척을 포함 총 50척에 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김 사장은 “유류비 급등으로 많은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들이 단 1%의 연료소모를 줄이기 위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ECOS는 별도의 장비 없이 노트북과 인터넷만으로 약 7%의 연료절감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ECOS가 가장 강조하는 점은 선박을 직접 운항하는 운항사들에게 에코 세일링ECO-SAILING 습관을 익혀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NWM은 선박에 솔루션 설치 외에도, 승선한 해기사들이 동 시스템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ECOS가 적용된 선박·운항 데이터는 NWM 관리센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되며, 관리센터는 실시간으로 선박상태와 기상상태 등을 모니터링해 관리하게 된다. 김재열 사장은 “단순히 제품만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운항전 교육과 운항 상태 모니터링, 운항 후 평가과정을 거치면서 완벽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월드마리타임의 김재열 사장은 30년간 국내 대형 선사의 1급 항해사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ECOS를 상품화했다. 선사들이 유류비에 민감해지기 시작하면서 ‘에코스피드 운항’을 본선에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가 ECOS 개발의 바탕이 된 것이다. “2008년도 부터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선사들이 유류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하면서, 본선에 ‘에코스피드’로 운항하라는 주문을 했는데, 당시 ‘에코스피드’는 정확한 개념이 없었다. 그때부터 본선의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항해사마다 운항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가 다 다르더라. 이를 어떻게 개념화시킬 것인가 고민하면서 수차례 데이터를 수집하고 엑셀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거쳐 에코세일링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다. 이를 상품화한 것이 ECOS다.”

 

“선박속도보다 엔진RPM이 우선, 운항습관 모니터링도 가능”
ECOS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실시간 운항상황에 따른 최적의 엔진RPM을 제공하고 관리한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저속운항은 사실 연료절감 목적보다 불황에 대처하기 위한 선사의 방법이다. 해운시황이 호전되고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저속운항이 가능할 수 있을까? 에너지 절감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운항전략은 속도가 아닌 엔진 회전을 줄이는 것이다. 저속 운항은 물론 고속 운항시에도 그에 맞는 최적의 엔진 RPM을 제시해 연료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ECOS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선박 운항자가 ECOS가 제시한 RPM과 루트대로 운항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기록된다. 김 사장은 “운전자나 선박 운항사나 한번 베인 습관을 고치기 힘들다. 게다가 대부분의 선사는 선박 속도와 운항 기간 정도만 운항사에게 주문하는데, 바다의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운항사 입장에서는 제시된 속도로만 운항할 수 없다. 상황에 맞게 운항 방법을 제시하고, 이를 잘 지키고 있는지 선사가 확인할 수 있는 블랙박스 기능으로 에코 세일링을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배분계약은 ECOS 효과의 자신감, 초기투자비 거의 없다”
“머스크나 NYK는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 다른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 운항비와 연료 절감의 중요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해운불황과 유가 상승의 압박으로 인해 많은 글로벌 선사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일찍이 선박 연비개선과 운항비 절감에 집중해 수익을 내고 있는 머스크와 NYK를 강조했다. “선박 연비 개선은 현 해운시장의 가장 큰 화두이다. 단 1% 연비를 높이기 위해 많은 조선소들과 기자재 업체들이 엄청난 금액을 들여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로 인해 많은 선사들은 에너지 절감 기술에 대해 신규투자를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김 사장은 ‘성과배분계약’을 통해 선사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과배분계약’은 ECOS에 대한 자신감이다. 사용자가 솔루션을 이용하고 성과를 인정해야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에너지 절감 효과에 자신이 없다면 성과배분계약 방식을 취할 수 없다. 불황으로 인해 선사의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초기비용 거의 없이 ECOS를 이용하고, 이를 통해 확실한 효과를 봤다면 이에 대한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ECOS 시판 5년째, 현재 50여척 선박에 적용된 동 솔루션은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올해부터 IMO의 환경규제가 시행되고, 선사들의 선박 연비에 대한 관심도 최근 들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사실 사업을 시작할때만 해도 선사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그러나 확실한 실적이 나타나고 있고, 선사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작년부터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선사는 물론 대형 조선소에서도 관련 문의가 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의 30여년 해기사 경험과 솔루션이 그대로 녹아있는 ECOS가 앞으로 전개될 ‘녹색·에코 해운’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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