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관문 상하이(上海)가 연일 상한가다. 제주도를 지나 조금만 더 내려가면 닿는데

다, 만리장성 이래 최대 역사(役事)라는 양산항 개장을 앞두고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상하이는 여러 번 우리를 놀라게 한다. 양산항도 그렇거니와, 2002년말 여수를 제치고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권을 따냈을 때, 2003년 부산항을 따돌리고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이 3위로 올라섰을 때도 그랬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시장경제를 공부하는 계기가 된 것도 상하이를 보고 난 후였으며,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후 중국 방문길에서 빼놓지 않았던 곳도 상하이다.


1세기 전 우리 임시정부가 조국독립의 꿈을 키우며 활동했던 고풍스러운 도시 상하이는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첨단 도시로, 경쟁의 대상이자 기회의 대상으로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468미터 東方明珠탑의 현란한 조명과 푸동지구의 스카이라인은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주지만 상하이의 부흥을 상징하기에 충분하다. 아직도 상하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황포강 주변은 공장들이 밀집해 매연을 뿜어내지만, 밤이면 와이탄 야경에 몰입할 수 있는 낭만의 장소이기도 하다.

 

더 이상 부산항과 경쟁하지 않는 상하이
그러나 정작 상하이의 현재와 미래, 나아가 중국의 경쟁력을 체험할 수 있는 최적지는 바로 상하이항이다.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부산항을 추월한 게 불과 2년전 이지만, 적어도 물동량면에서 상하이항은 더 이상 부산항과 경쟁하지 않는다. 지난해 상하이항은 컨테이너만 1,455만teu를 처리 전년보다 29.14%가 늘었다. 올해는  1,800만teu, 내년엔 2천만teu를 간단히 넘어설 기세다.


상하이항이 이런 식으로 매년 30% 전후씩 고성장을 거듭하면 당초 2010년쯤으로 예상한 컨테이너 물동량 1위 자리는 2008년이면 달성하게 된다.
컨테이너를 포함해 전체 화물 처리량면에서 상하이항은 올해 세계 1위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지난 10월까지 처리한 물량이 3억 6,300만톤, 연말까지는 4억 4,300만톤으로 4억 2,000만톤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싱가폴을 앞서게 된다.

 

수출입물량 대부분, 환적화물은 7.9% 불과
상하이항은 현재 황포강변의 ‘SCT 구 터미널’, 양자강 입구의 ‘와이카오차오(外高橋) 터미널’ 등에 걸쳐 총 26개 선석을 갖추고 있다.  컨테이너만 보면 1994년 고작 100만teu를 처리하고, 97년만 해도 세계 10위권을 맴돌았지만 2000년 6위, 2001년 5위, 2002년 4위, 2003년 3위로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화물은 대부분이 중국 자체의 수출입 물량이며, 환적화물은 7.9%에 불과하다.  


상하이항의 급성장은 중국경제의 호황과 맞물려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매일 미주, 유럽발 소비재가 각 항만으로 쏟아져 나오고, 거꾸로 각종 원자재들이 밀려들어온다. 지난해 폭발적인 해운시황 상승의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이 경기과열을 우려해 긴축을 단행하자 해운경기가 다시 주춤했던 것도 중국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이렇게 중국의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이미 세계시장의 60%를 넘어가면서 상하이항은 북중국의 넘쳐나는 화물처리에도 손이 모자란다. 그 바람에  전세계 주요 해운회사들은 앞다퉈 상하이항 직기항 노선을 속속 개설하면서 상하이항의 겐트리크레인은 24시간 쉴 틈이 없다.

 

24시간 쉴새없는 상하이항의 겐트리크레인
이 때문에 상하이 경제는 지난 13년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상하이를 포함한 화동지역의 국내총생산 규모는 중국 전체의 20%를 넘는다. 지난해 상하이항을 통한 수출입 총액이 2,825억 7,500만달러로 중국 전체무역의 25%였다. 올들어서는 지난 10월까지 2,861억 8,000만달러로 벌써 지난해 연간 규모를 돌파했다.
지난해 외국인들이 상하이에 직접 투자한 금액이 116억 9,100만달러, 지역본부를 설치한 다국적기업이 30개, 투자기업 15개, 연구개발센터를 설치한 것도 34개에 이른다. 상하이가 잘 나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상하이항은 중국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장강(長江)과 태평양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한 중국의 관문이다. 그러나 항만으로서는 부산, 홍콩, 싱가폴 등 인근의 항만에 비해 약점이 많다. 대양에서 깊숙이 들어가 있는데다, 장강에서 밀려오는 엄청난 토사로 수심이 낮아 애초부터 대형선이 기항할 수가 없었다. 부산항이 중국의 수출입 화물을 환적하는 역할로 톡톡히 재미를 본 이유중 하나다.     

 

중국특유의 뚝심으로 低수심 극복에 성공
중국인들은 그런 상하이항을 특유의 뚝심으로 바꿔가고 있다. 수심이 낮아 겨우 만조시에만 2,500teu급 중형 컨테이너선이 기항할 정도였으나 대형선 기항을 유인하기 위해 준설을 시작했다. 지난 2001년 1차로 7미터를 8.5미터로 높였으며, 올해말까지는 10미터, 2008년경에는 12.5미터 까지 파낼 계획이다. 여기에만 총 7억 6,500만달러가 투입된다.
상하이항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아·태지역의 4대 중심(국제경제, 무역, 금융, 물류)으로 도약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수립하고 항만·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관련규정의 개정 등 물류인프라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른바 ‘3港 2網’ 건설 정책(양산신항, 푸동공항, 정보항/고속도로망, 철도교통망)이 그것이다.  


상하이항무국측은 “상하이항은 EDI 시스템이 완벽에 가깝게 가동되고 있고 국제항만으로서 경쟁력도 갖췄다"며 “명실상부한 중국 관문이 되기 위해 항만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미 기존 와이카오차오 4기 터미널 확장공사를 지난 2003년 완공했으며, 5기도 지난해말 4선석 규모로 추가 건설했다.

 

대소양산(大小洋山) 프로젝트가 단연 압권
160억달러를 투자해 상하이항에서 30㎞ 떨어진 대양산섬과 소양산섬에 대규모 신항만을 건설하는 '대소양산(大小洋山) 프로젝트'가 단연 압권이다.   
지난 1993년 상하이항은 세계 최대 항만운영업체인 홍통의 허치슨포트홀딩스(HPH)와 손잡고 황포강에 3개 터미널을 합작운영하면서 항만개발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1995년 와이카오차오 터미널을 완공하고, 상하이 출신 관료들 이른바 상하이방들의 주도로 허브항 발전전략을 공식화하면서 양산항을 비롯한 상하이항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육지와 양산항을 잇는 32㎞(다리만 25km)의 믿기 어려운 연륙교인 동해대교 공사는 지난 상반기에 완공되었다. 이 다리와 중국 각지로 연결돼 수출입 화물이 오고 갈 고속도로망도 새로 정비되었다. 터미널은 착공 2년 8개월만에 1차로 연간 30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5개 선석이 12월 1일 개장된다.


1차 5선석을 시작으로 2007년 4개 선석, 2010년 7개, 2020년 14개 등 총 40선석이 완료되면 2020년 1,800만teu 처리 규모를 갖추게 되며, 2020년 이후에는 20선석 1,200teu를 더 늘려 총 50선석 3,000만teu의 매머드 허브항만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깊은 수심(17m) 덕에 8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이 자유롭게 정박할 수 있어 주요선사들이 대부분 선박을 기항시킬 전망이다. 
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해대교 서쪽 10km 지점에 철도와 고속도로 겸용 제 2의 동해대교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 제조업 기지가 꾸준히 중국으로 몰려오는데다, 서해대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산항 안개등 기후조건 극복여부 주목
다만 한가지, 양산항이 바다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안개가 자주 끼는데다 태풍과 강풍이 심해 정상 가동일수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상하이국제항무그룹(SPIG)은 연간 340일 이상의 정상가동을 자신하고 있으며, 동해대교 패쇄시에는 기존 상하이항에서 하역후 양산항으로 옮겨서 처리토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1차 개장을 앞두고 기존항만의 유럽루트 항로 15개를 이전하도록 조치하는 강수도 두었다. 아시아-유럽노선 화물은 상하이 전제 물량의 16%인 260만teu로 이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5개 선석의 300만teu의 90%가 확보되는 셈이다.


아울러 양산항 조기 활성화를 위해 국제 환적화물에 대해 40%를 할인해 주는 등 한국. 일본의 화물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산항을 개발하면서 배후에 복합물류도시인 링강시 건설도 화제다. 동해대교가 시작되는 육지 초입에 서울 절반 크기의 인구 50만을 수용하는  항만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물류기지 등이 들어서는 복합물류단지는 물론, 자동차.중공업 등의 공장이 세워질 중공업단지, 전자기계 등 종합산업단지, 연구개잘 및 교육단지 등이 망라된다. 이미 물류기지 등은 상당부분 공사가 완공돼 운영되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마무리되면 푸동공항과는 35km를 자기부상열차를 연결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상하이총영사관 부산항처리량 30%에 영향 전망
상하이항의 비약적인 발전은 역설적으로 부산항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상하이 총영사관은 ‘상하이물류보고서’에서 양산항이 완공되면 부산항 화물처리량이 최대 30%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산항은 현재 중국으로부터의 환적물량이 전체의 40%에 이른다. 양산항이 5년뒤 16개 선석 체제로 운영되기 시작하면 바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산항이 주로 유럽행 화물 중심으로 운영되고, 미주행은 부산항에서 환적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하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상하이항 말고도 심천, 청도 등 세계 20위권 이내의 7대 항만에 대한 개발이 계속되고 있어 2010년경이면 연간 처리능력이 8,500만teu까지 확대될 전망이어서 우리 항만의 경쟁력을 위협할 전망이다.


지금도 여전히 인근지역으로부터 은근히 촌놈 취급을 받을 만큼 조그마한 어촌에 불과했던 상하이. 그 상하이가 지금 동북아를 넘어 세계의 물류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상하이를 배우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