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소망
계사년(癸巳年) 원단(元旦).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서설(瑞雪)도 내렸다. 눈 내린 산하를 바라보며 새해의 소망을 빌었다. 개인적인 바람과 함께 경제가 나아져 해운경기도 좋아지기를....... 이명박 대통령이 새해 인사에서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을 했다. “물이 차야 배가 뜬다”는 말로, 때가 되면 잘 될 것이라는 뜻이다. 2012년의 사자성어(四字成語)는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겠지만 거세개탁(擧世皆濁)이었다. 중국 초나라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詞)에 나오는, 세상이 온통 흐리고 더럽다는 말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승풍파랑(乘風破浪)이 선정되었다. 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쳐 나간다는 뜻이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금년, 불황과 역경의 황파를 지혜와 협력의 바람을 타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바란다. 올해는 계사년 뱀의 해다. 지혜의 상징인 뱀은 겨울잠을 자고 나면 허물을 벗고 새 몸으로 봄을 맞이한다고 한다. 우리도 지난날의 찌든 구습을 벗어버리고 새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풍랑은 거세지만 잘 이용하면 추진력과 발전력을 만들 수 있다. 거칠다고 바람을 피하지 말고 잘 이용하여 파도를 헤치고 힘차게 전진하는 원동력으로 삼아보자.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안이 1월 15일 발표됐다. 이번 개편안은 민생정부로서 국민의 안전과 경제부흥을 실현하여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국정철학과 실천의지가 담겨 있다. 핵심은 국가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신설과 경제부처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경제부총리제의 도입이다. 행정의 원리는 효율성과 생산성에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직과 규제 조장의 관리가 필요하다. 고도산업사회의 행정조직은 상부하달(上付下達)의 공급자 생산자 위주에서 수요자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1차 2차 3차 산업분류에서 시너지와 파급효과가 큰 연관산업 간의 융합조직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 뜻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신설은 의미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제도 보다 사람”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어 놓아도 이를 운영할 사람이 신통치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적재적소의 인재발탁과 함께 부처간 이해조정 같은 운영의 묘도 필요할 것이다.

1월 콤파스의 강사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조정제 바다살리기국민운동본부 총재가 나와 ‘새 정부의 신해양수산부 조직 및 10대 해양수산 국정과제’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은 차기 정부를 민생정부로 불러달라며 국민의 뜻인 민의의 발현에 최우선하겠다고 말했는데, 아무쪼록 초심을 잃지 말기를 바란다. 박 당선인은 해양수산부의 부활이라는 말 대신에 신설이라는 표현을 썼다.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정반합의 변증법적 발전조치로 생각된다.

조정제 총재는 이날 6가지 항목인 해양의 중요성, 세계 주요국가들의 해양정책 동향, 우리나라의 바다여건과 해양력,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전략, 신해양부 조직(안)과 함께 새 정부의 10대 해양수산국정과제를 제시하였다. 해양수산부 신설 및 국가해양 거버넌스 체계 구축, 국가 해양과학기술 선진화, 글로벌 수산강국 구현, 해양레저스포츠산업 활성화, 해운조선 및 해양플랜트산업 고도화, 항만의 글로벌경쟁력 강화와 해양항만도시 발전, 연안 도서민과 어민의 삶의 질 향상 및 해양생태계 보전, 해양수산자원과 해양에너지 확보 및 관리, 글로벌 물류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국가물류경쟁력 제고, 대한민국 해양영토의 효율적 관리가 그것이다. 이를 정리하여 소개한다.

1. 해양의 중요성
무한한 자원의 보고 바다는 새로운 전략자원의 개척대상으로 이용 가능한 자원은 확인된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육상자원의 고갈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면 상용화가 곧 가능할 것이다. 또한 국제교역 및 미래 국부창출의 기반으로 국제교역의 78%가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는 99.8%에 달한다. 또한 세계 GDP의 5 내지 8%를 창출, 2010년의 약 7조 6천달러에서 2020년에는 14조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해양은 생태계의 생존 보루이다. 육상기후와 지구온난화의 결정적 요인 바다는 인류의 생활공간 문화공간 미래 신기술의 창출원천으로 그 가치가 22조 6천억달러에 달해 육지의 두 배이다. 제2의 국토라고 부르는 해양영토를 둘러싼 해양주권과 해양관할권 문제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UN 해양법 발효이후 세계 도처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특히 한중일간 대륙붕 문제로 동북아가 해양충돌의 진원지가 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장차 블루오션 및 신해양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하였다. 폴 케네디는 21세기는 해양의 세기이며 블루 이코노미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엘리너 오스트룀은 미래한국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해양자원을 지목하였다.

2. 세계 주요국들의 해양정책 동향
우리나라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의 해양정책을 살펴보면,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회복코자 신해양정책을 수립, 해양기본법을 제정하여 각 부처에 산재한 해양정책 기능을 통합하여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설치하였고 국가전략 프로젝트인 신성장전략에 해양을 포함시켰다. 중국은 바다를 통해 세계 2강이 되고자 국가해양국을 확대 개편하여 국가해양위원회를 설치했는데, 곧 부급으로 승격시킬 계획이다. 주요국인 미국은 해양관리체질 개선을 위해 연방해양정책위원회 설치 및 해양관리법을 제정하였고, 해양과학기술 개발과 연안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국립해양대기처(NOAA)의 기능강화를 꾀하고 있다. 캐나다는 1979년부터 해양수산부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북극지역 개발전략을 발표하여 본격적인 북극개발에 착수하였고, 유럽도 미래성장을 위한 전략으로 해양수산개발에 힘쓰고 있다. EU는 해양수산위원회, 영국은 해양관리부, 아일랜드는 통신해양자원부, 노르웨이는 수산연안부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동아시아도 인도네시아가 우리의 해양수산부를 벤치마킹하여 해양수산부를 설립하였고 필리핀은 대통령실의 해사해양위원회가 국가 해양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3. 우리나라의 바다 여건과 해양력
우리나라는 유지면적의 4.5배인 44만 3천평방킬로미터의 바다 관할권과, 3,170개의 섬과 1,914킬로미터의 해안선을 보유하며,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바다를 통한 국부창출과 해양주권 및 영토강화를 위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해양영토는 태평양 심해저에 7.5평방킬로미터의 해역(C-C)을 확보하고 남태평양 퉁가의 EEZ 수역에 제주도의 10배 크기인 해저 열수광상 독점탐사권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합해양력은 세계 12위 수준이며, 동북아 3국 가운데 최하위로 해양자산 해양관광 및 해양보전 부문이 취약하다.

4. 해양강국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전략
해양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비전은 생산 환경 생명의 해양부국 실현이며, 2030년까지 세계 해양질서를 주도하는 나라로 부상하는 것이다. 2020년까지 세계 5대 해양강국인 G5로 도약하고 적극적인 해양개척을 통해 국민소득 3만달러시대 진입을 실현하고, 해양부문의 GDP 기여도를 10% 수준으로 제고할 계획이다. 글로벌 당면과제는 기후기상 변화와 자원공급 압박 및 글로벌 경기침체인데, 생명의 근원이며 신자원의 보고이자 해양과학기술 발달이라는 해양의 잠재력을 살려 녹색성장 및 지속발전과 해양기상자원 개발과 신성장동력 발굴을 대응전략으로 세워야 할 것이다. 이런 비전을 수립하고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강력한 신해양수산부의 발족이 필요하다.

5. 신해양수산부 조직(안)과 명칭
구 해양수산부의 기능을 살펴보면, 수산정책은 농림수산식품부로 이관되었고 해운항만과 해양정책은 국토해양부로, 해상안전 및 치안정책은 국토해양부와 해양경찰청으로 분산되어 있다. 수산부문의 해양생물자원 보존과 갯벌대책은 국토부가 관장하고 어촌지도 기능은 지자체로 이관하였다. 해양자원개발 가운데 심해저자원 이외에는 지식경제부 소관이고 유인도는 행정안전부, 크루즈 이외의 해양관광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식경제부 소관이다.

구 해양수산부에 포함되지 못한 해양관련 기능을 살펴보면, 기후기상이 기상청이고 조선 및 해양플랜트는 지식경제부, 해상국립공원 관리는 환경부로 되어 있다. 보강해야 할 기능을 열거하면, 해양관광레저정책 중의 크루즈관광과 유인도서관리 및 해양자원개발과 국제통합물류 정책이다. 특히 해운과 국제물류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우리나라는 수출입물동량의 99.8%를 해상운송에 의존하므로 해양수산부가 관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상선진국 미국의 NOAA와 호주의 의 CSIRO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세계적인 기상허브로서 기상예보 뿐 아니라 기상산업도 육성해야 할 것이다.

해운조선과 해양플랜트의 통합도 필요하다. 해양플랜트는 해양개발의 중요한 인프라이기에 해양을 전담하는 신해양수산 부처에 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재 환경부에서 관장하고 있는 해상국립공원 관리정책도 연안해양 시너지효과 창출 측면에서 해양수산부가 맡는 것이 타당하며, 관리기능은 해양환경관리공단이 관장하면 될 것이다. 해양레포츠 행정은 일관(one stop) 서비스가 필요하고 도서 통합관리 측면에서 규모가 큰 유인도와 연육이 된 섬은 행정안전부가 담당하되 그 이외는 해양수산부가 맡고 일본의 이도(離島)진흥센터 같은 조직을 해양수산부에 설립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자원 개발은 해양탐사 조사 및 해양과학기술 개발과 연계되어 있으나 일원화되지 못해 신성장 분야의 정책우선순위에서 뒤처지고 있다. 해양조사원 해양과학기술원 극지연구소 해양수산개발원 국립수산개발원 등은 연계가 필요하다.

신해양수산부의 명칭은, 1안이 해양수산대기부 또는 해양수산기후부이고, 2안은 해양수산자원부, 3안은 해양수산부인데, 설문조사 결과 해양수산자원부 해양수산부 해양수산대기부 순으로 지지한다고 응답하였다. 신해양수산부의 주요 조직(안)은 외청으로 해양경찰청과 기상청을 두고 1차관에 기획조정실 해양정책실 수산정책실 해운항만실 4실을 둔다. 해양정책실에서 기존 업무 외에 해양자원개발 도서통합관리 해양레저 기상허브 해상국립공원 관리를 추가하고 수산정책실에서는 어촌수산기술, 해운항만실에선 조선 및 해양플랜트와 국제통합물류를 추가해야 할 것이다. 실별 조직 및 주요업무는 장관 직속으로 기상정책보좌관을 신설하고 해양정책실의 해양자원심의관 밑에 신성장개발과를 두어 심해저 해양에너지 해양과학기술개발을 담당하게 하고 해양자원개발공단을 설립하여 보강하고, 해양영토심의관은 EEZ와 대륙붕 및 도서개발관리를 담당하며, 해양환경정책관은 해양환경정책과 해상국립공원을 관장한다.

수산정책실의 수산물유통관에게 수산물안전과를 신설하여 불량 수산식품을 추방하고 수산식품 안전제도를 개선 관리하고 양식어업관에는 기술지도과를 두어 어촌지도를 병행하며, 원양어업관의 어섭교섭과에서는 양국간 어업협정을 관리 체결하고 한중일간의 어업협력은 지도안전과에서 관장한다. 해운항만실의 해운정책과는 해운정책 총괄과 선박금융을 맡고 조선해양플랜트정책과에선 조선과 해양플랜트 업무를 맡도록 한다. 또한 해사안전정책관의 항행정보과는 항행정보와 함께 사고대응시스템 관리업무를 담당하고 해양교통정책관의 항만관제과가 항만관제시스템(VTS) 인프라 확충과 항만관제사 육성을 맡고 연안VTS는 해양경찰청에서 관장하면 좋을 것이다. 항만정책관의 항만지역발전과에서는 항만지역 개발과 배후부지 관리 및 연안항 개발정비 업무를 맡고, 물류정책관의 물류정책과에서는 물류정책 총괄과 함께 국제통합물류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

아울러 기획조정실에는 해양수산인재개발원, 해양정책실에 해양박물관 해양조사원 해양오염피해지원단, 수산정책실에 수산검역검사본부 어업관리단 어항사무소 어촌지도소, 해운조선정책실에 중앙해양안전심판원과 위성항법중앙사무소, 항만물류정책실에는 제주를 제외한 11개 지방해양수산항만청을 산하기관으로 두도록 한다. 산하 및 연관단체(공공기관)는 정책기획실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을 총리실 소속으로 하고 해양정책실의 해양환경관리공단에 해상국립공원 관리기능을 추가하고 한국해양연구소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으로 바꾸고 해양자원개발공사를 신설하며, 수산정책실에 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공공기관이란 공공기관 지정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지정된 기관을 말한다.

발표가 끝나고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해사산업 조선은 어차피 해양수산부로 올 수밖에 없으며, 지금도 해양플랜트 안전 선급 등의 업무를 해운이 지원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의존 범위가 넓혀질 것이다. 통합물류도 해운 포션이 절대적이므로 해운 쪽에서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신해양수산부 청사를 부산이나 무안(목포)으로 옮기거나 세종시와 부산시에 각각 1,2청사를 두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으나 행정효율 측면에서 다른 부처와 함께 세종시에 있어야 한다. 세상만사 쉬운 일이 없겠지만, 신해양수산부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업무협의를 위해 국토해양부가 있는 세종시를 찾았다. 논산고속도로 앞에 펼쳐진 눈 덮인 산과 벌판이 시원하다. 정안IC를 지나 달리는 신작로가 한적하다 못해 휘휘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행복(행정복합)도시 세종시,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감탄할 날이 곧 오겠지.

마키아벨리와 군주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 “내 이름은 마키아벨리, 내 책을 몰래 읽은 자는 교황의 자리를 차지하고, 내 책을 던져버린 자는 독약을 성배처럼 들게 되리라.” 사악함의 대명사로 불린 군주론의 작가 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자의 편에서 승자의 논리로 권력을 쟁취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운 제왕학 모사 정도로 그를 생각하기 쉬우나 실상은 지배자에게 억눌린 약자들에게 자신이 터득한 살아가는 법과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준 탁월한 가이드요 컨설턴트였다. 그는 고전과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세상을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피지배자에게 지혜와 용기와 기개를 불어넣어 주었다.

실험정신과 현실감각이 뛰어난 행정가요 직업 외교관이었던 그의 생애 자체가 군주론이었다. “승리의 여신은 울보를 기억하지 않는다. 손에 무기가 쥐어지기 전까지는 때를 기다리며 침묵과 위장으로 일관하라.” ‘마키아벨리’의 저자 김상근 교수. 연세대와 프린스턴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그는 지난 10년간 르네상스 연구에 매진해 왔는데, 탁월한 인문학자이며 약자의 수호성자 마키아벨리가 강자의 대변인과 지배자의 시녀로 왜곡된 그의 진면목을 밝히고자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보지 않으면 쓰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이탈리아 반도를 누비며 500년간 감춰졌던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을 복원하고 재평가하는 작업에 매달린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마키아벨리가 자라난 곳 일하던 곳에 수도 없이 가보고 그가 걸었던 길을 마냥 걸어보고 그가 바라보던 산과 강을 바라보며 상념에 빠져들곤 했다고 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를 약자의 수호천사로 묘사하고, 인생을 건너는 법과 탁월한 리더의 조건, 고전과 경험으로 완성한 통찰력을 마키아벨리에게서 찾았다. 마키아벨리는 생존전략을 고전에서 찾아냈고, 운명의 신은 신중함보다 과단성에 끌리기에 때를 기다리되 기회가 오면 단호히 실행했고, 노예근성을 버리고 더러운 세상에 침 뱉는 대신 영악한 여우가 되려 했으며, 시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세상을 보며 새 시대의 영웅을 고대했다. 온갖 영욕을 겪은 그가 현직에서 추방된 후 재기를 노리며 심혈을 다해 쓴 책이 군주론이다. 진흙 속에 파묻혀 있는 자신과 같은 진주가 다시 빛을 발할 날이 올 것으로 믿었으나 당시의 권력자들은 아무도 그를 불러주지 않았다.
 
어렵사리 메디치에게 군주론을 헌정하는 기회를 잡았으나 사냥개만큼의 대접도 못받는 수모를 당하며 쫓겨난다. 그후 자신과 자신의 책을 몰라주는 세상을 원망하던 니콜로는 동네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이론을 가르치는 것으로 소일하거나, 이웃 과부와 사랑에 빠져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만드라골라 같은 코미디를 써서 세상을 마음껏 풍자하며 살아간다. 그는 자신의 생애가 한편의 희극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약소 도시국가 피렌체의 말단 행정가로서 주변 도시국가들과 부딪기며 강대국 프랑스 스페인 신성로마제국과 교황 틈새에서 생존해 나가는 노하우를 배워 실천한 니콜로.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처럼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 약소국들이 유린당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군주론을 집필했으나 그 시대를 풍미했던 사보나놀라, 체사레 보르자, 율리우스2세, 막시밀리안, 메디치...... 그 누구도 그가 생각한 군주는 아니었다. 그가 기다린 이상적인 군주는 어쩌면 영원히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 분명히 알았네. 세상을 즐겁게 하는 모든 것이. 한바탕 짧은 꿈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계관시인 페트라르카의 시구로 자신의 삶을 관조하며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했다.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 showloa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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