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벌크선 해운부문의 리딩그룹인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두 선사가 매각절차를 밟고 있어 차기 경영권의 향방을 둘러싸고 해운계를 비롯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STX팬오션이 구랍 12일 그룹의 재무개선을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공표한데 이어 대한해운도 구랍 20일 3자 유상증자를 통해 매각한다고 밝혔다. STX팬오션(이하 팬오션)의 경우 STX그룹이 인수한 지 8년만에 재매각의 수순을 밟게 된 것이며, 법정관리 3년차에 접어든 대한해운은 지난해 DIP파이낸싱 방식으로 자금조달을 추진해왔으며 그 마무리 단계에서 법원에 M&A신청을 낸 뒤 매각을 선언했다.   


팬오션의 매각은 유동성 어려움에 처한 STX그룹이 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구조개선약정 이행을 위해 사업구조 개편과 재무구조 개선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로서, (주)STX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35.93%를 경영권과 함께 매각하는 것이다. 동 그룹은 구랍 15일까지 국내외 증권사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에 들어갔다. 동 그룹은 이미 STX에너지의 지분(43%)을 3,600억원에 매각했으며 최근 자회사인 STX OSV도 7,680억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STX그룹은 1조1,28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팬오션이 매각된다면 재무구조 개선과 자금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한해운은 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등 외부자본 유치를 통해 매각되며,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된다. 대한해운은 구랍 26일까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5개사가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과 CJ그룹, 동아탱커 등 전략적 투자자와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 선박금융회사 제니스파트너스 등 5곳이 참여했다. 대한해운이 M&A를 위해 사전에 진행한 DIP파이낸싱은 회생절차에 돌입한 기업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금융기관에서 신규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로,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활용돼왔다. 동사는 이 금융기법을 통해 미국 투자전문회사로부터 8,000만 달러 상당의 자금조달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한편, 용선계약을 정리해 안정적인 수익을 실현함으로써 회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의 매각을 바라보는 해운계의 심경은 복잡해 보인다. 한국을 대표해온 벌크선사인 이 두 기업의 기구한 사정은 차치하고, 장기 불황에 처해있는 해운업계는 인수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해외매각이나 비해운계 매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업황이 최악인 벌크선해운 사업자이고 장기운송계약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황이 개선된 이후 수익개선 여지가 커 관심을 가질 업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타고 국내외 여러기업이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결과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면면은 화주기업이거나 2자물류 기업들, 해외기업인데, 화주기업의 해운업 진출을 반대해온 해운계로서도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감축과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경영 환경에서 현금투자와 업종리스크, 동종업의 대형매물, 정권이양기라는 변수들로 인해 매각작업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은 새해들어 세계 해운업계의 이목을 끌어 모으며 한국 해운사의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매각 운명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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