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전쟁, 인도네시아 팜오일부터 볼리비아 리튬까지

KOTRA가 76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역관들의 눈과 귀를 통해 파악한 전세계 경제활동 현장의 ‘90여개 이슈’를 생생하게 전달한 ‘2012년 세계경제’를 발간했다. 현재 전세계 산업계가 바라보고 있는 관심사를 ‘현장감’있게 정리한 이 책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비즈니스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만큼 환경과 관점이 서로 다른 85명이 정치, 경제, 기술, 산업, 문화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제로 집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세계경제 환경의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각종 전망이 맥없이 폐기되는 현실 속에서 현장을 주시함으로써 현실을 헤아리고 미래에 대처하는 능력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이슈를 짚어내고 있는 ‘2012년 세계경제’의 내용(일부)을 KOTRA 측과 협의해 연재한다.  -편집자주-


                                                                      싱가포르 무역관 이 상 훈 과장
인구 100억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유엔은 2011년 세계 인구가 70억을 넘어섰고 2083년이면 100억 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인터넷에서 연관 검색해보자. 식량문제, 환경문제, 자원문제 온통 문제투성이 이야기들이 줄을 잇는다. 한정된 땅에 먹여 살려야 할 사람만 늘어나니 인구증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처음 연2%대 인구성장에 돌입한 60년대에 이미 급격한 인구증가에 대해 위기감이 조성되고 많은 인구학자들이 10년내 대규모 기아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식량파동이나 세계적 기아사태는 실제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오늘날은 이와 맞먹는 자원문제와 환경문제가 등장해 쉽사리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 특히 자원고갈이라는 어마어마한 위기상황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석유의 기채연수는 41년이라고 하고 천연가스 60년이라고 한다. 즉, 자원이 바닥나는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이다. 원유가 상승은 지칠 줄 모르고 있고, 금값을 비롯해 온갖 희귀금속과 원자재가의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더불어 늘어나는 인구와 함께 신흥국의 경제개발은 이러한 자원고갈을 앞당기고 있어 더욱 심각하다. 중국과 미국은 막대한 자원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타국의 자원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고 전쟁도 불사한다. 70억 인구 시대가 가져오는 가장 큰 이유이자 과제로 다가온 자원문제의 실상은 과연 어떠한가.

심화되는 자원전쟁
자원은 점점 그 수요가 다양해지고 심화되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자원은 실제로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전쟁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1차 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석유는 빠지지 않는 원인 제공자였고 최근의 리비아 내전 역시 정치적 이면에는 석유가 핵심이었다.
그런가 하면 자원자체가 그 어떤 최첨단 무기보다 강력한 무기로 떠오르기도 한다. 중국과 일본 간의 조어도 영토분쟁은 자원이 무기가 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국과 일본의 해상 영토가 맞닿아 있는 조어도는 1968년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요한 자원지역으로 부각되었고 2010년 일본 순시선이 조어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었다. 결국 이 사건은 희토류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의 항복으로 끝이 났다. 휴대폰, 반도체 등 다양한 활용범위가 다양한 희토류는 중국이 전 세계 매장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페트로 아메리카’ 협정을 추진하여 중남미의 석유자원국간 협력을 통해 강력한 석유카드를 활용, 미국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즈는 외국 기업들의 자원을 국유화하고 관련세법을 개정해 신자원민족주의를 확산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광물자원의 수요가 계속될 경우 2050년에 거의 모든 광물자원의 누적 수요량은 경제적 매장량을 초과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자원전쟁이 이제 시작임을 의미한다.

자원전쟁 최전선
중동지역이 자원전쟁의 최전선임을 두말 할 필요도 없지만 각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자원전쟁 최전선들을 알아보자면 대표적으로 카스피해와 남중국해가 있다. 1999년 이슬람 반군이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공화국을 공격하고 반군이 되피한 체첸지역을 공격한 사건은 언뜻 종교전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석유를 둘러싸고 벌어진 자원전행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는 세계 최후의 유전지대라고 불리는 이곳은 걸프지역 다음으로 많은 2,700억 베럴의 석유 매장 지역이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를 바다라고 주장하고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이란, 아제르바이잔 등 4개국은 후수라고 주장하며 대립하고 있다. 바다라면 12해리내 영역에 있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개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남중국해는 대만과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둘러싸인 섬들이 많다. 이 곳 역시 해저에는 1,300억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인접국의 분쟁은 최근 미국까지 개입하며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 미국은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이 지역 아세안국가와 협력을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과 미래 전망
우리나라도 남해를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의 대륙붕 경계에서 중국, 일본과 분쟁이 불거지고 있다. 이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에 가까운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등 자원의 보고와 같아, 한중일 3국의 첨예한 대립이 예고되고 있다. 실로 세계 10위의 에너지 소비국인 동시에97%의 해외 자원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는 자원전쟁터의 한가운데 있다. 전세계 117개 지역에서 개발을 진행 중이며 243개 지역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는가 하면, 2012년까지 석유가스 자주개발율을 30%까지 끝어올리고 점차 가속화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이차전지의 원료인 리튬 세계최대 보유국인 볼리비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리튬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등 여러 국가들과 자원 협력이 활발하다. 신재생에너지분야의 떠오르는 자원, 팜오일 개발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LG상사는 지난 11월 인도네시아 팜오일 업체 PT Green Global Lestari의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시했고 대우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개발 전문 업체인 피티비아인티아그린도  지분 8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팜오일은 대표적인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식용유에서 세제 원료, 화학제품 등 적용범위가 다양하다.

자원전쟁의 향후 전망
자원 국유화의 확산과 자원무기화, 자원민족주의에 이르는 자원전쟁 심화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동지역 다음으로 떠오르고 있는 카스피해 연안 등 러시아 및 CIS국가들이 자원전쟁의 최전선에 놓일 전망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매장량 보유국이자 생산국이며 유럽 수요의 41%를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서방의 에너지 동맹국이었던 사우디아리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중심의 동맹관계에서 카스피해, 시베리아 등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을 위시로 한 세계의 주측은 9.11 테러 이후 대테러전쟁의 동맹국인 러시아와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견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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