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항 운영실태,

 
 
2011년 부산항은 1,618만 5,000teu를 처리해 세계 5위 항만의 지위를 굳건히 지켰다. 성장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 연속 두자릿수 이상을 보이고 있으며, 연초부터 대형 컨테이너선박의 잇따른 기항으로 한껏 들뜬 상태이다. 그러나 부산항을 세계적인 항만으로 올려놓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북항 컨테이너 부두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컨테이너 물량의 신항 이전이 본격화된 가운데 teu당 하역료가 2~3만원대로 떨어진 것. 업계와 정부, BPA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다면 북항은 물론 신항까지 ‘하역료 덤핑’ 사태가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북항 ‘풍요속의 빈곤’..
하역료 2~3만원대까지 추락

부산항이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연이은 기항으로 축하 팡파레를 울리고 있는 가운데, 북항 운영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2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항에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줄줄이 입항, 명실상부한 메가 허브 항만으로서 본격 자리매김하게 됐다”며, “그동안 16m로 증심 준설해왔던 부산항 북항의 수심은 대형 선박도 언제든지 안전하게 접안할 수 있는 메가 허브 항만으로 공인받는 계기가 됐다”고 홍보했다. 또한 “북항 신선대와 신항 PNC 부두에 대형선박들이 연달아 입항할 예정”이라며, 신항과 북항으로 몰려드는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증가세를 자축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축제 분위기와는 달리 북항 운영사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업계에 따르면 부산 북항 운영사의 하역요율이 최근 2~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3만원대의 하역요율은 지난해 말 3~4만원대보다 더 하락한 것으로, 중국항만의 1/5, 일본항만의 1/10 수준이다. 부산항의 적정 하역요금은 6~7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북항 관계자는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북항 사정이 좋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정작 북항의 터미널 운영사들은 한치앞도 모르는 상황에 내몰렸다”며, “하역료 덤핑이 심각한 수준으로, 현 상황에서는 화물을 처리할 수록 손해만 늘어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 등 대형언론에서 북항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북항에서 밥 벌어먹는 입장에선 씁쓸했다”며, “북항 관련 언론보도가 얼마만에 나온 것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기껏 나온 보도가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지 못했다. 내실없이 외형만 부풀리는 것을 발전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컨’ 물량 신항 쏠림 가속화..
신항 선석 및 물량 북항 넘어설 듯
북항 운영사들의 시름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은 신항의 놀라운 발전속도이다. 부산항 전체 입장에선 생산력 높은 신항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좋은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북항 운영사들은 신항과의 불리한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올해 부산신항 2-3단계 BNCT가 개장하면서 부산항은 본격적인 신항시대를 열었다. 신항의 컨테이너 선석수가 처음으로 북항을 앞지르게 된 것.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신항 컨테이너 선석은 22개이며, 북항은 20개의 전용 컨테이너 선석을 갖추고 있다.

 

 
 

신항이 북항을 추월한 것은 선석 뿐만이 아니다. 컨테이너 물량 역시 ‘신항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항만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북항에서 처리한 총 컨테이너 물량은 약 840만 7,949teu로 신항이 처리한 775만 865teu와 비교해보면 약 5.2:4.8의 비율이다. 부산지역 업계에서는 올해부턴 신항 처리물량이 무난히 북항 처리물량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종수 부산항만물류협회 과장은 “2006년 PNC부두가 신항에서 처음으로 오픈할 당시 북항 처리물량이 부산항 전체 물량의 90% 이상이었다. 06년 23만 7,700teu를 처리했던 신항 물량은 08년 157만 9,350teu를 처리해 2년만에 5배 가까이 성장하더니, 09년 239만 791teu, 10년 548만 5,227teu, 지난해에는 775만 865teu로 매년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부턴 신항 물량이 북항 물량을 처음으로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북항 처리물량은 10년 넘게 답보상태이다. 현재 북항 ‘컨’부두는 자성대부두(허치슨), 우암부두(우암터미널(주)), 신감만부두(동부), 감만부두(세방, 인터지스), 신선대부두(대한통운)가 운영되고 있다. BPA 통계예 따르면, 북항의 2011년 처리 물량은 10년전인 02년 894만 7,397teu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북항은 04년 1,000만teu, 07년 1,200만teu를 처리하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기세가 꺽이기 시작하면서 매년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북항 터미널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의 중심이 신항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은 거스를수 없는 흐름”이라면서도, “정부와 PA가 북항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항 운영사들은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선사 신항 이전..
“북항에는 인트라아시아 및 근해선사만 남아”
한편 글로벌 선사의 신항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북항의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실제로 몇몇 글로벌 선사가 신항 이전을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여기에 올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세계 최대 얼라이언스인 'G6'의 행보에 대해서도 북항 운영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A와 TNWA가 합쳐진 G6 해운동맹에 따라 북항과 신항의 명암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협력이전 신선대부두를 이용했던 GA가 G6로 합쳐짐에 따라 소속사인 현대상선 부두로 이전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북항 운영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G6로 통합한 후에도 아시아-북유럽 서비스는 신항의 현대상선 부두를 기항할 것이며, 아시아-지중해 노선은 북항 신선대 부두를 이용할 것”이라며, 부두 이전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북항 관계자들은 이미 글로벌 선사의 신항 이전이 시작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화물은 신항으로 이전하고 나머지 화물을 잡기 위해 북항 운영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북항 운영사 관계자는 “신항에는 얼라이언스를 갖춘 글로벌 서비스가 기항하는데 북항은 대형 모선이 거의 없다. 결국 요율이 신항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대부분의 물량이 인트라아시아와 피더 및 근해선사 물량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하역료 약화의 원인”으로 평가했다.

 

BPA 북항-신항 환적화물 물류비 지원 추진.. 업계 “신항 쏠림현상만 가중”

 
 
그렇다면 북항 운영정상화에 대한 정부와 PA의 대안은 없는 걸까. 부산항만공사는 최근 신항과 북항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북항-신항간 타부두 이동환적화물 물류비 지원 사업’을 공고했다. 북항-신항간의 연계 활성화를 통한 균형적 발전을 위해 해상운송과 육상운송의 환적화물 하역료와 트럭킹 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해상운송의 경우 20ft 3만원, 40ft 5만원의 하역료가 지원되며, 육상운송은 20ft 1만 5,000원, 40ft 2만원의 비용이 지원된다. 그러나 이에대해 북항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 북항 운영사 관계자는 “물량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 항의 연계를 강화한다는 것은 오히려 한쪽의 쏠림현상을 유리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PA가 양 항을 공히 균등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지만, ‘눈가리고 아웅하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과연 신항에서 북항으로 가는 물량이 얼마나 될것인지 생각해 봐야한다. 근해 항로와 인트라항로만 버티고 있는 북항에서, 이 지역 물량이 유럽으로 나가는 물량이 많을지 유럽에서 인트라 아시아로 가는 물량이 많은지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다”며, “일방적으로 북항이 손해보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부두운영통합 논의.. 업계간 의견차로 연기, 풀링제도 사실상 합의 실패
북항 운영사 통합운영도 논의되고 있다. 본지 취재에 의하면, 국토해양부와 한국항만물류협회가 북항 운영사 통합을 두고 지난해 말부터 정기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역사를 줄여 북항의 과당경쟁을 막겠다는 의도이다. 통합방식으로는 하나의 지주회사를 설립한 후, 공동 하역·공동마케팅을 행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항만물류협회가 추진했던 컨테이너 풀링제도와 이익공유제 방식이 사실상 합의에 실패하면서 또 다른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계획도 빠르게 진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하역사간 입장차가 크다는 것이다. 북항 관계자는 “1개의 통합운영사를 설립하기 위해 북항 운영들이 지분참여를 해야 하는데 평가 방식이 애매하다”며 동 정책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에대해 항만물류협회 관계자는 “2월까지 각 운영사 대표자의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었는데, 운영사의 입장 차이로 실행하지 못했다”며,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운영사간 합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국가가 나서서 통합을 추진할 입장은 아니다”라며, “업계가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건의한다면 지원할 수 있지만 국가 주도로 통합을 유도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계 5위의 부산항은 지난해에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굳건한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항을 만드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부산 북항의 운영사들은 한치앞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항 운영사간 과당경쟁과 PA 및 정부의 대응 미숙으로 인한 지금의 ‘하역료 덤핑’ 문제는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 하역사 임원은 “부산북항 하역료 덤핑은 오직 북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선사의 지배력이 강화된 현 해운시장에서 북항의 하역료를 잡지 못하면 결국 신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와 정부, PA가 힘을 합쳐 빠른 시일내에 해결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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