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루트 상품개발 투자전략*진정성·일관된 서비스, “위기 속에 기회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시 중국대륙횡단철도(Trans China Railway) 화물적체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어 對CIS국가 수출입 물류관련업계가 여전히 화물지연문제로 어려움을 겪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부터 제기된 TCR의 화물대기지연에 따른 문제로 국내 물류기업 및 화주 역시 사업운영의 고심이 극으로 치달았다. 이와 관련, 대륙철도복합운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국내 주요 국제물류주선업체(Freight Forwarder)를 만나 중국철도 화물정체의 현황와 해결점, 그리고 향후 관련 서비스 사업구도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업체들의 상호비공개 요청에 따라 업체명은 본지에 실명으로 게재하지 않았다.

 

 

전반적인 국내 대륙철송 서비스 포워딩 업체들의 분위기는 ‘분주’했다. 이들은 TCR 서비스 외에도 대부분 러시아, 몽골, 이란 등을 경유하는 폭넓은 TAR(Trans Asian Railway)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어 루트별 ‘Origin-Destination’에 따라 일정한 고정 화물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 손가락 안팎의 관련업체간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서 중국화물지연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동 루트 이용 화물 화주와의 파트너십 체결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말 TCR 칭다오와 롄윈강 등 메인포트에서 처리된 화물은 11만 4,398teu로 2010년 7만 6,070teu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TCR의 주요 물량은 특히 천연 원자재 등 풍부한 자원 보유고로 개발 잠재력이 높은 CIS지역에 대한 대기업의 현지 진출이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제품, 전자제품, 건설자재, 비철금속 등의 품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동 지역은 아직도 제대로 된 공장 하나 들어서 있지 않는 등 국가 전반에 걸쳐 미개발 개척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만큼 라면, 비누를 비롯한 각종 생필품을 수입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국가로부터 원자재와 면화 등을 수입하는 등 對CIS국가 수출입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카자흐스탄 측은 좀처럼 화차(Wagon)공급을 늘려 핸들링 제고를 꾀하지 않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화차 부족으로 인한 화물지연은 다시 중국 당국이 중국 국경에서의 신속통관을 위해 목적지에 따라 통관화물을 분류하고 이들을 요일별로 순차 운송하도록 발차를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토록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이 화물운임 인상을 적용하면서 국내 화주기업들은 창고보관료까지 납부하게 됐다. 한국무역협회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경지역인 도스틱에서 중국의 알라산코 국경지대까지 운송기간은 평균적으로 1.5개월에서 최대 3개월까지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는 당분간 이러한 중국 철도 화물적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마 전 삼성전자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A사 상무는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결국 자본투입이 불가피 할 것”이라며, “중국화물 대안루트 개발을 위한 글로벌 투자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Mariana Line과 협력사로 동남아 일원에서 CIS와 러시아 향 물량을 담당하고 있는 B사의 대표이사 역시 TCR의 운송지연 문제는 민간 업체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며, “제한된 노력이나마 기업은 대체루트를 사용하고 국가차원에서는 중국 철도청과 꾸준한 접촉을 통해 이러한 애로사항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철도청 민영화 가속도, CIS 화차 공급제한
“화물적체 주범은 러시아”
카자흐스탄 철도청이 늘어나는 화물량에도 불구하고 핸들링을 늘리지 않는 것은 화차 부족에 있다고 전해지지만 사실 카자흐스탄 철도의 웨건의 일부는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자국 철도청 민영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철도청은 운송기간과 운임 등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형 컨테이너 터미널 수송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선진 물류시스템 개발을 2005년부터 시행해 왔다. 러시아 측은 철도청 산하 ‘트랜스 컨테이너’를 분사해 현재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며 국제 화주와의 직접적인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국영기업을 내세워 오더를 조정하는 등 러시아 국경을 통과하는 외국 화물 운송 캐리어들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경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는 CIS지역내 철송 화차 부족 문제와 긴밀하게 관계돼있다. 국내 TCR·TSR 서비스 관련 업계는 對CIS수출 적체현상에 대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공급되는 화차를 러시아 측에서 주도하고 있지만 러시아 철도 사유화 움직임에 따라 CIS지역이 철도 운송사업에 있어 아직까지도 이른바 ‘구소련 식민지배’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업계는 “현재로서는 국내 물류기업과 화주들의 어려움이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문제의 해결점이 적제현상을 빚고 있는 중앙아시아 독립 국가와 러시아가 자체적인 외교적 합의를 찾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카자흐스탄·중국 호르고스 FTC 개발 합의
성장잠재력 기대되는 “대안루트” 눈 돌려야
카자흐스탄의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호르고스 자유무역센터(FTC)’가 지난해 말 카자흐스탄 국경 호르고스 지역에 준공됐다. 호르고스는 과거 중국과 카자흐스탄 양국 정부가 실크로드로서 중요 거점 도시로 삼았던 지역으로 유입물량확보 잠재지역이다. 국내 TCR·TSR 전문 업체인 A사 측은 “동 자유무역센터 건립에 따라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 등 경제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카자흐스탄 국경을 통과하는 화물루트로서의 발전이 얼마만큼 가속화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하며, “동 지역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한 해 동안 호르고스를 통과한 화물은 300만톤, 여행객 55만명 등 총 30억 달러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측에서는 서부개발과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인 CIS 지역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동 센터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까지 신장 위구르차지구와 카자흐스탄의 대외무역량은 약 7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의 성장을 보였다. ‘호르고스’센터 건립으로 중국과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8,000유로 이내 면세혜택을 받게 되며, 오는 2016년까지 카자흐스탄이 CIS지역 국가내 무역 및 물류허브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소식통이 밝혔다.

 

 

 

 
 


한편 지난 2009년부터 국내 한 은행이 러시아와 CIS북쪽 경계선 지대개발에 관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 상무는 러시아 국적기업이 아닌 외국계 기업에 대한 경계강화로 러시아 일대는 물론 러시아 국경 인접지역도 러시아의 영향권에 있어 해외투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은행권도 대출을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투자 기업들은 이러한 자본력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일명 ‘상부상조’ 전략을 언급하면서 위기에 닥친 국내 물류업계에 향후 수반될 수 있는 리스크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국제법규 등 지식과 특수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현장경험 중심의 인력을 ‘매닝(manning)’하는 것 역시 사업전략의 일부라고 밝히며 물류전문가를 고용하는 것보다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난 인재를 물류현장에서 훈련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진정성 서비스 장기거래고객 확보, 한결같은 서비스로 차별화
“업체별 운임 비용·기간 큰 차이 없어”
그러나 이같은 대체루트 개발에는 마찬가지로 자본력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홀로 블루오션 개척에 쉽사리 뛰어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TCR 등 대륙철송서비스 전문 업체 C사 관계자는 “30여년 전부터 철도복합운송 쪽은 기업이 맨땅에 헤딩하다시피 거의 자력으로 사업을 전개해 왔다”며, 투자와 관련된 정부지원 요청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상 문제가 발생할 때도 국가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응이 기민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TCR 화물적제 문제와 관련, 이미 작년 6월부터 논의와 대책이 필요했지만 정부 등 유관기관에서는 연말에 가까이 와서야 문제시되고 있는 현장방문을 추진했다고 밝히며 정부 관계자들의 즉각적인 대응의지를 촉구했다.

 

그는 “80년대부터 TCR 서비스를 시행해온 입장에서 국내 경쟁업체간의 운임이나 서비스는 솔직히 비슷한 수준이다. 당사 거래 고객사도 사실 타 업체와 거래를 하기도 하고, 단기고객들도 많기 때문에 업체별로 확보하고 있는 고객사 수가 일정하지도 않다. 따라서 단순히 수적인 면에서 파트너십 구축 업체를 집계하고 이에 따른 업체간 서비스 경쟁을 바라보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전하면서, “미세한 차이가 있다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얼마나 일관되고 진정성 어린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쟁사의 노하우와 현장경험 등은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자본력으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고객사를 양적으로 높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래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장기고객 확보는 타겟 파트너 업체에 대한 ‘목숨을 건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2011년) 기준 TSR 화물은 4만teu, TCR은 평균 2만 5,000teu를 처리한 D사는 역시 운임과 서비스 비용에 대한 차별화된 특징은 사실상 업체별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다고 밝히며 중앙아시아 지역내 구간별, 노선별 기준 차이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TCR이 운임거리나 비용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루트이고 TSR이 차선이며, 우즈벡의 경우 반다라바스를 통한 트럭킹 루트도 대체 루트로써 재고될 수 있다. 반면 트루크메니스탄이나 아제르바이젠, 그루지아와 같은 국가는 이란을 경유한 루트가 가장 경쟁력 있는 노선”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오는 4월 GRI발표 이후 효율성 측면에서 철송의 경쟁력이 재집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해상과의 운임경쟁력에 있어서도 비교가능 루트인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향 화물에서 발생되는 국경부근 환적에 대한 갈등양상은 해당국가의 자체적인 합의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들 합의가 수일내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올해도 관련 루트 서비스 업체 및 수출업체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난항을 타개해 나갈 대륙철송 복합운송업체의 경영전략에 따른 위기국면이 기회로 전환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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