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 좌초 100년째 되는 올해 초 다시금 지중해 근해에서 발생한 이탈리아의 대형 프리미엄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침몰사건은 여객선 안전운항에 주의를 더하고 있다. 4,200여명 이상의 탑승객을 수용하는 동 초호화 거대 크루즈 선의 좌초는 20여명의 사망자를 포함, 현재까지도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하고 있다. IMO는 연초 ‘타이타닉’호 100주년의 해를 맞아 기고문을 통해 타이타닉과 같은 대형 크루즈선박을 포함해 여객선 등 선박침몰사고에 대해 ‘예측불가한’ 요인의 선제적인 인식과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막대한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해상 안전사고의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침몰사건을 위주로 여객선 사고현황을 점검하고 이를 통한 안전성 문제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코스타 콩코르디아’ vs ‘타이타닉’
초호화 거대 여객선 침몰 사건,

‘Black Swan Event’ 선제적 준비 필요
2012년 1월 13일 이탈리아 크루즈 여객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이탈리아아 반도 서쪽 지중해역의 티라니아해 토스카나 제도에서 좌초됐다. 선원을 포함해 탑승객 4,200여명을 태운 동 선박은 계속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확한 수는 아직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1월 26일 현재까지 알려진 실종자만 20여명이며 최근 16번째 시신이 발견됐다. 2006년 건조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전장 290m, 전폭 38m, 운항속도 20노트, 무게 11만 4,500톤의 대형 크루선으로 59개의 스위트룸을 비롯해 발코니, 오션뷰 등 총 1,500개의 일반호텔급 이상의 객실과 5개 레스토랑, 4개의 수영장 외에도 피트니스, 대극장, 카지노, F-1 시뮬레이터 등의 시설을 갖춘 초호화 프리미엄 여객선이다.

 


이같은 침몰소식이 전해진 직후 ‘콩코르디아’호는 영화로도 익히 알려진 제2의 ‘타이타닉’호로 여론의 관심과 우려를 낳는 한편 침몰사건 전말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때마침 올해는 타이타닉호가 침몰된 지 100주년 되는 해로써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연초 기고를 통해 침몰 100주년을 맞은 타이타닉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동 기고문의 저자인 Andrew Guest는 타이타닉호 침몰을 ‘블랙스완 이벤트(Black Swan event)’로 회고하며 예기치 못한 사고의 엄청난 파급효과에 대한 선제적 대응태도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재앙을 직접 경험한 후에야 영화 속 판타지의 감동이 현실에서 재현되길 바랐던 마음을 버릴 수 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영화의 실제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콩코르디아’호 침몰 역시 누구도 생각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상자를 동반한 비극적 사건이 되어버린 지금, 이를 통해 영화 타이타닉의 향수에 젖어드는 것이 아니라 향후 재발할지 모르는 유사사고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점검이 요구된다.

 


  
‘콩코르디아’호 침몰원인 명실상부 ‘인적과실(Human Error)’,

부주의·경계 소홀 여객선 해양사고 원인 1위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침몰 원인은 동 선박의 선장 프란체스코 스케티노(Francesco Schettino)의 부주의로 인한 인적과실임이 밝혀졌다. 동 크루즈선의 운영사인 코스타 크로시에레의 발표에 따르면 스케티노 선장이 토스카나 제도의 질리오섬 부근으로 가던 도중 정해진 항로를 벗어나 암초에 지나치게 가깝게 항해해 선박좌초를 이끌었다고 알려져 있다. 더불어 그는 사고 후 좌초선박을 버리고 홀로 달아나는 등 과실치사의 혐의로 이탈리아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사고해역 운항 당시 컴퓨터 등 기술적인 시스템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의 육안에 의존해 항해하고 있었다고 밝혔으며 항로변경 지시를 늦게 내린것에 대한 과실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스케티노 선장은 항해사인 부모를 따라 피아노 디 쏘렌토의 해군사관학교에서 동 분야 교육과정을 이수, 관광투어보트 및 지중해의 수퍼요트 등에서 관련 경험을 쌓고 2002년 코스타 크로시에레에 안전부문 책임자로 입사해 2006년 선장으로 승진한 항해분야의 배테랑이다. 더불어 사고직전까지 모든 엔진 및 기관의 시스템상 오작동도 없었다. ‘콩코르디아호’ 침몰은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다. 완벽한 항해사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지만 조사과정 중 그의 발언에서 드러난 것처럼 그는 자신의 오랜 항해 경험과 감각에 자만해 작은 리스크의 가능성을 무시하게 됐고, 그 결과 비이성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주 작은 위험요인도 객관적인 항법의 기준에 따라 고려돼야 하지만 인간의 주관적 감각체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리스크를 보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고 이성을 공황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

 


실제로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지난 99년부터 10년간의 사고종류별 국내 해양사고 원인현황을 종합한 결과 충돌, 접촉, 좌초, 폭발, 침몰, 기관손상 등의 모든 해양사고를 통틀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사고원인은 운항과실로, 그 가운데서도 ‘경계소홀’로 인한 사고가 가장 빈번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동 기간 여객선의 사고 비율은 전체 2,135건의 해양사고 중 49건으로 전체의 약 2.3%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791건으로 37%의 가장 높은 사고비율을 보인 어선에 비해 극히 적은 수치이지만, 여객선 및 어선의 건조척수 및 운항선박 척수 현황 단순 비교시 이같은 여객선 사고비율이 낮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2012년 기준 100년간 해외 여객선관련 해양사고 현황은 1912년 1,5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타이타닉’ 침몰을 비롯해 137명 인명사고의 1934년 ‘모로 캐슬’호, 1986년 500여명이 사망한 ‘애드머럴 나키모프’호, 1987년 200여명 사망의 ‘헤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와 같은 해 4,000여명의 사망자를 기록한 ‘도나 파즈’호 등 인명피해가 큰 주요 여객선 사고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발생해왔으며, 특히 87년 필리핀에서 일어난 ‘도나 파즈’호 여객선 침몰 사건은 총 4,340명의 사망자를 낳으며 역사상 최악의 해양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최근 2010년까지 여객선 사고는 꾸준히 증가해온 것으로 집계됐으며 사고원인 역시 운항 중 인적과실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해양사고 안전성 관련 국내외 제도적  규제
해양사고는 이처럼 인적과실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선박침몰 및 제 사고에 대해 안전성의 확보 및 제고를 위한 국내외 법률이 마련돼 있다. 국내 관련 법규로는 지난해 6월 일부 개정된 제18차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이 있다. 동 법률은 해양사고에 대한 조사 및 심판을 통해 해양사고의 원인을 밝힘으로써 해양안전 확보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동 법률 제4조 제1항은 해양사고의 원인이 △사람의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했는지 △선박승무원의 인원, 자격, 기능 근로조건 또는 복무에 관한 사유로 발생했는지 △선박의 선체 또는 기관의 구조 등 혹은 선박 의장(艤裝) 및 성능의 문제로 발생했는지 등 해양사고 원인규명시 점검해야 할 사안들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콩코르디아’호의 스케티노 선장의 경우처럼 과실치사 등의 사고혐의가 관련됐을 경우를 위한 징계 내용도 규정돼 있다. 동 법률 제5조 제2항과 제6조 ‘징계의 종류와 감면’에 따르면 해양사고가 해기사나 도선사의 직무상 고의 또는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판단될 때 재결로써 해당자는 징계조치를 받게되며, 이때 징계는 행위의 경중에 따라 △면허 취소 △업무정지 △견책(譴責) 등 3가지 사항에 따르게 된다.

 


여객선운항의 운항관리규정 및 선박운항관리자의 자격 등에 관한 규정도 있다. 2008년 3월 해양수산부령으로 개정된 ‘여객선운항관리규칙’에는 여객운송사업자와 여객운송사업 종사자가 지켜야 하는 사항이 명시돼 있는데, 이 중 안전성 부문과 관련한 일부내용을 소개하면  △해상에서의 안전 및 환경보호에 관한 기본방침 △안전관리조직에 관한 사항 △출항이나 운항을 정지해야 하는 해상 등의 조건에 관한 사항 △선장이 운항관리실에 보고하는 여객선 입·출항 상황 등에 관한 사항 △해양사고 등 비상사태 발생 시의 조치에 관한 사항 △여객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자에 대한 안전운항 및 해양사고방지교육에 관한 사항 등이 여객 운송시 고려돼야 한다.

 


한편 IMO가 규정하고 있는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Safety of Life At Sea)의 국제안전관리규약(ISM Code)을 통해서도 선박의 안전운항과 관리 및 오염방지 등에 관한 국제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해운선사 및 선박운항의 책임이 있는 모든 조직 및 사람은 이같은 규약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고 있다.

 


동 규약은 특히 선박종사자의 인적과실에 기인한 해양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 지난 98년 7월부터 시행됐다. 동 규약은 △안전 및 환경에 관한 기본방침 설정 △선박소유자 및 선장의 책임과 권한 △안전관리책임자의 선임 및 임무 △인력 배치 및 운영 △선상운용계획 및 비상대책의 수립 △사고 및 위험상황 등에 관한 보고와 분석 △선박 정비 및 문서화 등 자료관리에 관한 사항 △안전관리체제에 관한 선박소유자의 검토 및 확인·평가에 관한 사항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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