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조선, 세광重, 오리엔트重, 오리엔트조선 회생절차 진행 / 업계 ‘정부 특단조치 필요’.. 정부 ‘묵묵부답’

 
 

국내 중소조선사에 몰아치고 있는 ‘한파’는 언제쯤 잦아질까. 한때 대기업 조선소 못지않은 성과를 기록했던 국내 중소조선소는 새해가 지나도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이다. 진세조선이 파산한 가운데, 삼호조선도 지난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21세기조선, 신아SB, 오리엔트중공업 등 대표 중소 조선사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난과 RG 미발급에 따른 신규수주의 중단. 자금 지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은행권은 이미 등을 돌린 상태이고, 정부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삼호조선 최종 부도처리.. M&A도 쉽지 않아
지난해 ‘삼호드림’호와 ‘삼호쥬얼리’호로 유명세를 탄 삼호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삼호조선이 최종 부도처리됐다. 유동성 악화가 원인이었다. 한때 2,3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연매출 6,000억원을 달성했던 삼호조선이 고작 21억원의 어음을 막지못해 5월 12일 부도에까지 이른 것. 현재 채권단에 의해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다. 삼호조선은 현재 지난해 11월 이후 선박 건조를 중단했다. 통영지역의 한 관계자는 “모기업인 삼호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이 삼호조선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M&A를 통해 회생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삼호조선을 비롯해 현재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조선소는 진세조선, 세광중공업, 목포조선, 오리엔트중공업, 오리엔트조선 등으로 알려졌다. 이 중 진세조선은 09년 국내 조선소 중 가장 먼저 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초 결국 파산됐다. 오리엔트중공업과 계열사인 오리엔트조선의 회생절차도 난관에 부딪힌 상태이며, 세광중공업은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21세기조선, 신아SB 워크아웃 단계.. ‘비관적’
세코重 작업장 폐쇄.. 세광, 삼진조선 패스트트랙 진행 중
워크아웃 단계에 있는 조선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아직 부도상태에 이르진 않았지만, 몇년에 걸친 수주가뭄은 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21세기조선은 올 6월 이후의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3만 4,000톤급 벌크선을 건조하고 있는 동사는 4년넘게 수주소식을 알리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그나마 있던 수주계약마저도 취소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상황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신아SB(옛 SLS조선)도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지만 09년 이후 단 한척의 수주실적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동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올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공격적인 수주를 목표로 세웠으나 쉽지 않다. 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다른 조선소의 블록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세코중공업은 지난해 상반기 경영난에 시달리다 작업장을 잠정 폐쇄했고, 세광조선과 삼진조선은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중소조선업계의 강자인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의 사정도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경남지역에서 가장 큰 조선소인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자금난으로 몸살을 겪었다. 그나마 채권단의 자율협약이 작년 12월 말 합의되어 구조조정을 담보로 1조 2,500억원의 추가 자금이 지원될 전망이다. 그러나 제4 채권단인 국민은행의 추가 자금지원 거부와 채권단 탈퇴 선언으로 적지않은 상처를 입었다. SPP조선 역시 최근 구조조정 일환으로 계열사인 SPP강관을 세아제강에 매각하고 조선업에만 주력하기로 하는 등 국내 중소조선소는 ‘너나할 것 없이’ 현금 유동성에 대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은행권도 등 돌렸다.”.. 정부 부처는 ‘강건너 불구경’
“해양플랜트, 수리조선 업종 변경하고 싶어도 돈없어 못한다”
더욱 암울한 것은 중소조선 회생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은행권이 동 업계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현실이다. 중소 조선사 자금지원은 08년 금융위기 이후, 상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인한 중소 조선사 위기 상황은 08년도의 ‘리스크’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08년도의 위기가 현금 유동성에 국한되었다면, 이번 위기는 현금유동성에 과잉발주로 인한 조선업 전체의 경쟁력 악화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2~3년전 저가로 수주했던 상선 수주물량이 올해부터 대거 쏟아져, 신규수주가 미미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조선사의 구조조정은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라면서, “채권단과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이 대거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에서는 미적지근한 당국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한 금융사의 연구원은 “우리나라 중소조선소의 기술력은 중국 조선소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런데 당장 현금이 없으니 몇십년을 버텨왔던 회사가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 조선소가 경남 지역에 미치는 지역경제 효과가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본다면, 지금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안된다” 라면서, “해양플랜트 지원선이나 수리조선소로 업종을 변경하고 싶어도 당장 현금 부족으로 업종 변경이 불가능한데, 당국의 지원이 전무하다는 것은 그냥 죽으라는 말밖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의 반응은 ‘묵묵부답’이다. 업계에서는 중소조선 업체의 줄도산을 우려하고 있지만, 관련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 자동차조선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소조선사에 대한 어떠한 지원계획도 마련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와 조선 1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은 정부 주도의 중소조선사 구조조정이 이뤄질 계획이다. 중국 당국이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대형업체들을 중심으로 업계 통폐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렇게 되면 중국 건조량의 5~60%를 차지하는 5개 기업위주로 조선업 시장이 재편된다는 것이 조선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중소조선업은 어떻게 될까.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정부 주도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무조건 ‘시장질서’만 외치며, 아무런 손을 쓰고 있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책없이 은행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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