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십(Greenship)’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진다. 선박에 적용되는 친환경 기술들이 앞 다투어 개발되고 있지만, 어떠한 선박을 그린십으로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했다. 2013년부터 적용되는 IMO의 EEDI 규정발효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기관들이 그린십 인증제도 및 기준을 마련 중이다. IMO 규정에 대한 국내법 수용절차가 내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국토해양부와 정책금융공사는 ‘그린십 인증제도’를 통한 조선업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3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제조연비지수’(EEDI, 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와 ‘에너지효율운항지표'(EEOI, Energy Efficiency Operation Indicator)를 규제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관련정책 마련에 한창이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친환경 선박 건조를 위해 각종 규제 및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친환경 선박 건조를 장려하고, 신 기술도입으로 인한 조선업계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취지에서다.

 

EEDI 국제규제 국내법 수용작업 진행.. 내년 도입
우선 국토해양부는 IMO의 EEDI 환경규제를 수용하기 위한 국내법을 만들 계획이다. 현재 국토해양부가 관련법안 초안을 만들기 위한 작업 중이며, 내년 4월 입법예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안숙헌 사무관은 “IMO 국제규제의 국내법 수용을 위해 초안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4월 입법예고, 6월 법제처 심사, 10월 정기국회 제출을 통해 2013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OFC 그린십 프로그램’ 6월 발표... 왜 지연되나?
한편, 한국정책금융공사(KOFC)는 지난 6월 친환경 선박 인증제도를 통해 인증선박에 선박금융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KOFC 그린십 프로그램’ 시행계획을 밝혔다. KOFC에 따르면, 선박구입 자금 지원시, 대상선박이 친환경 선박(Green Ship)에 해당될 경우 금리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며 현재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6월부터 준비 중이었던 동 제도가 발표 후 4개월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어서 동 제도를 기다리던 국내 조선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KOFC에서 준비하고 있는 동 프로그램의 인증기준은 한국선급(KR)에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기본적인 인증기준을 마련한 KR이 정책금융공사 측에 기준 초안을 전달한 상태로, 정책금융공사가 동 기준안을 확정하면 속도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지만,아직 구체적인 사업진행 상황은 알려져있지 않아 동 사업이 표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업계 사이에서 일었다.


애초 KOFC는 ‘KOFC 그린십 프로그램’을 계획하면서 인증 심사기관을 노르웨이 선급인 DMV로 선정할 계획이었다. 지난 6월 KOFC가 동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을 당시에는 정확한 기준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으며, 내부적으로 DMV에 인증심사를 맡길 예정이었던 것. 그러나 국토해양부 측이 심사기관을 DMV가 아닌 KR로 교체할 것을 제안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국토해양부의 제안은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수준의 선급이 존재하는데 굳이 외국선급을 인증기관으로 선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그린십을 인증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고 한국 선급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침 한국선급에서도 비슷한 인증제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인증제도를 준비하면서 한국선급을 이용하는 것이 정체성에 맞는다 생각해서 제안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사업연기, 인증기관 교체와 무관.. 적절한 시기 조율중”
이에 대해 정책금융공사 측은 사업이 연기되는 것은 인증기관의 교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주상욱 정책금융공사 과장은 “현재 한국선급의 인증심사안을 검토하는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사업안을 갖고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인증기관이 교체되어 사업이 연기되고 있다는 소문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현재 시장상황이 시중은행들이 선박금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장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니즈가 충분히 있을 때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공사는 늦어도 올해 안까지 동 인증제도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한국선급과의 인증기관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그러나 동 사업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있다. 선박금융의 주체인 은행권이 움직여야 한다는 전제에서만 동 사업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상욱 과장은 “현재는 정책금융공사 단독으로 동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은행권의 협조가 필요하고, 이들이 선박금융에 대한 의지가 확고할 때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박금융이 침체된 현 상황에서 동 사업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인 것. 업계 한 관계자도 “현 상황에서 선박금융을 받을 수 있는 업체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속되고 있는 해운사업의 침체와 선박금융이 활성화되지 않은 국내 여건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지적이다.

 

EEDI는 기본, 배기가스 감축 효과 큰 장치 점수가 고려대상
쉽지 않은 상황으로 사업이 연기되었지만, 동 인증제도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한국선급은 국제해사기구의 EEDI, EEOI 충족은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그린십을 인증한다는 초안을 마련한 상태이다.


류경부 한국선급 녹색산업기술원 팀장에 따르면, 선박 건조 및 운항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을 고려해 인증안이 마련되었다. 온실가스 배출저감에 대한 많은 기술 중 실제 효과가 상이하기 때문에 어떠한 기술을 적용했느냐에 따라 부여되는 점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며, EEDI를 충족하는 선박에 대해선 기본점수가 부여될 예정이다.


류 팀장은 “예를 들어, 폐열회수장치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 저감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에 인증 심사시 부여되는 점수가 상당히 높다. 동 장치는 주기관에서 배기관을 통해 대기로 버려지는 열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배기가스 감축에 대한 효과가 상당히 크다. 그러나 EEDI 수식에서는 동 장치의 효과가 100%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EEDI와 다르게 그린십 인증제도에는 장치를 고려해서 점수를 부여할 것이다. 폐열회수장치 이외에도 NOx, SOx 감축효과와 발라스트수 등 선박에 적용될 다양한 친환경 장치가 고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2013년부터 강제화되는 EEDI를 기본으로 하면서 기타 장치를 통해 배기가스 감축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선박에 한해 인증을 부여하겠다는 설명이다. 국토해양부 남창섭 주무관은 “2013년부터는 EEDI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건조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EEDI를 만족한 선박을 그린십으로 말할 수 없다. 결국 EEDI가 규제화되는 시점부터는 기본적인 기준을 충족함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선박에 ‘그린십’이라는 인증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내부적으로도 그린십 건조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주무관은 “정부 차원에서 큰 그림의 그린십 활성화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검토중”이라면서, “내년 업무계획에 이와 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박건조의 패러다임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2012년부터는 그동안 부분적으로 적용되었던 선박의 녹색기술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녹색선박’ 혹은 ‘그린십’으로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가 친환경 기술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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