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9월까지 우리나라 컨테이너 항만물동량은 1,597만TEU로 작년 동기대비 11.1%가 증가하였다. 이중 부산항 컨테이너물동량은 1,202만TEU로 작년 동기대비 13.7%나 증가하였다. 특히 우리나라 컨테이너화물 환적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산항의 환적물동량은 동기간동안 546만TEU로 부산항 전체 취급량의 45.4%를 차지하여 2010년의 동기간 환적물동량 비율 44.7%를 상회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환적물동량 호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2003년 이후 우리나라 환적물동량이 500~600만 TEU로 그 규모는 크게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북중국 항만들이 항만개발을 크게 늘려, 선박의 직기항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우리 항만의 환적물량을 제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1만TEU이상 초대형선이 대부분의 기간항로에 취항할 경우 동북아 지역의 해상물류가 우리나라 항만에게 불리하게 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만 2,000TEU 초대형선이 입항할 경우 약 2,000개 이상의 피더운송물량을 양적하해야 한다. 환적비용은 대부분 피더운송비용이며, 피더운송비용은 피더선 운송거리의 함수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초대형선들이 부산항 기항 대신에 북중국의 청도항, 천진항, 대련항 등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 항만들로 기항지를 이전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연구결과 북중국 항만의 물동량을 환적할 경우 총비용 기준으로 부산-광양항은 상해항에 비해 각각 16%, 11%의 비용이 더 들게 된다. 당연히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주들은 부산항이나 광양항보다 총비용에서 유리한 상해항 등을 북중국 항만의 환적기지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동북아지역에서의 우리항만의 환적기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이유이다.


우리 항만에 초대형선이 기항하지 않는다면 우리항만 배후지에서 제조, 조립하던 공장들이 다른 나라 항만을 경유해 화물을 받고 보내야 한다. 이 불편 때문에 기업들이 선박이 직접 들어오는 상해항 등 배후지로 옮겨갈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물류 중심화하여 고용을 창출하기는 커녕, 오히려 고용기회를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항만정책은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국내 항만기항을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하나는 항만의 첨단화, 고 생산성화를 가능케 하도록 항만기본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이며, 다음으로는 초대형선이 기항할 수 있는 상해항보다 유리한 국내 북중국 환적 전용기지를 개발하는 일이다.


지난 7월 제3차 전국 항만개발계획(2011~2020)이 확정·고시되었다. 여러 번 지적하였지만 이번 계획에서도 컨테이너 선석 당 적정처리능력을 40만 TEU로 설정하고 컨테이너항만을 선석 개수로 개발하는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채 확정되었다. 자칫 향후 10년간의 항만개발계획이 낮은 생산성의 항만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1,400미터 4개 선석의 연간 처리능력은 160만TEU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 선석 2개(900미터)와 피더선석 2개(500미터)의 1,400미터 선석에서 1만 2,000TEU급 초대형선이 24시간 이내에 서비스를 완료할 수 있는 초대형선 전용항만을 만들 경우 그 하역능력은 300만 TEU에 달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선석 점유율, 선박 대기시간이나, 서비스 면에서 기존의 항만보다 오히려 우수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장비 가격으로만 비교해도 기존 선석당 40만TEU처리 터미널에 비해 700억원 정도(28%)를 더 투자하면 연간 처리능력이 88% 이상 증가하는 고 생산성의 초대형선 터미널이 건설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정부의 항만정책이 이제라도 선석단위의 개발계획에서 고 생산성의 최첨단 항만을 건설하는 질적 항만개발로 바뀌어, 초대형선 전용항만을 건설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항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극 초대형선을 위한 전용항만개발 기술 및 양적하 및 환적 첨단기술개발 등이 국가 R&D과제로 동시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북중국 화물 환적기지로 북중국 항만과 가장 인접해 있는 곳에 북중국 항만 환적 전용기지를 건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북중국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인천항, 평택항 등은 주 기간항로(main trunk line)상에서 크게 ‘이로(deviation)’하여 있어, 추가적인 운항시간 및 운항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원양항로를 다니는 대형선이 취항하기에 부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초대형선의 피더운송물량 증가와 그에 따른 피더운송비를 감안할 때 만약 피더 운송비 절감이 모선이로 비용의 증가를 상쇄할 수 있다면 모선기항지로 가능할 수 있다.


분석결과 인천항은 모선이로 비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북중국항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으로 피더 운송비가 절감되어 모선이로 비용과 피더운송비용을 합한 총비용으로 보면 부산항, 광양항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항에서 북중국항만으로 환적할 경우 중국 상해항보다 총비용 기준으로 5.4%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차 부산에서 빠져나갈 우려가 있는 동북아 수역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다시 우리나라 항만에 기항시킬 수 있도록 북중국 항만 환전 전용기지 항만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항과 광양항은 중국 청도항 이남 항만 환적기지로, 그리고 인천/평택항은 청도항 이북 북중국항만 환적기지로 그 기능을 재정립하는 변화가 미래 지향적인 허브항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항만정책이 지금이라도 바뀌어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기항을 유도할 수 있는 전용항만을 북중국항만 환적에 유리한 곳에 건설하여, 해운항만물류산업의 성장동력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저작권자 © 해양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