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정기선사들 큰 위기 봉착

 

 
 
로이즈 리스트(Lloyd’s List)지는 최근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정기선사들 재무상태가 적자로 돌아서는 가운데 지난해 말 이후 10,000TEU 이상 초대형선 컨테이너선의 신조발주가 크게 증가시키고 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2009년 해운시황 급락시 총 190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던 세계 컨테이너 해운사들의 수지가 2010년에 바로 흑자로 돌아섰다. 이와 같은 흑자전환에는 선사들의 계선, 감속운항 등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일치된 노력이 밑바탕이 되었고 이것이 해상운임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시황이 좋아지자 하반기부터 신조선 발주를 가장 먼저 서두른 곳은 대만의 에버그린이다. 10,000TEU이하 선박 30척을 발주하였다. 싱가포르의 NOL(Neptune Orient Lines)사와 독일의 하팍-로이드(Hapag-Lloyd)사도 13-14,000TEU 선박을 10여척 씩 발주하였다. 그리고 2011년 들어 머스크 라인(Maersk Line)이 18,000TEU 선박인 Triple-E급 선박 20척을 발주하였다. 특히 머스크사는 2011년 중 신조발주 규모가 200만TEU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올해 초 머스크사의 총 컨테이너 선대 1,400만TEU의 14.3%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세계 최대 정기선사의 이와 같은 선대증강 및 초대형선화 도전에, 다른 정기선사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머스크사와 같이 초대형선을 따라하는 것이 상업적으로 의미있는 일인가?’아니면 ‘시장 선도자만이 격렬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인가?’


몇 달 전, SeaIntel Maritime Analysis의 최고 경영자 라스 젠슨(Lars Jensen)은 더 큰 초대형 선박을 주문하지 않는 한 컨테이너선사 중 일부는 아시아-유럽항로에서 버티기 힘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가 말한 컨테이너 선사들은 일본선사와 홍콩의 OOCL과 우리나라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초대형선 발주 러쉬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13,000-18,000 TEU급 초대형 선박으로 아시아-유럽항로를 운항하게 될 머스크사나, MSC사, CMA CGM, 그리고 중국선사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경고에 자극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일본의 NYK사와 MOL사는, 얼라이언스 파트너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용선하기로 하였고, 우리나라 한진해운도 지난 6-7월에 1만3,000TEU급 컨테이너 5척, 1만 4,500TEU급 컨테이너 3척 등 총 8척을 발주했다. 현대상선 역시 지난달 1만 3,1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발주했고 내년 동급 선박 5척을 용선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머스크사의 18,000TEU 선박을 따라서 발주하겠다는 선사가 없는 상태이다. CMA CGM사가 이미 발주되어 있던 13,000TEU선박 6척을 16,000TEU로 대형화하겠다고 한 것 정도가 머스크사의 Triple-E선박 발주에 대한 반응의 전부이다. 시장점유율이 낮은 타 선사들의 경우 머스크사와 같은 대규모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머스크 라인은 10월부터 아시아-유럽 항로에서 새로운 서비스인 ‘데일리 머스크(Daily Maersk)’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선적항만 컨테이너 야드 반입에서 양하항만 컨테이너 야드 인도까지 총 운송 기간(Transportation time)을 보장하는 것으로, 화주에게는 100%의 정시 인도를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인 서비스이다. 머스크가 이번과 같은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타사가 추종할 수없는 서비스 체제를 확립하고, 가격 경쟁과 함께 서비스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머스크사는 2010년의 시황회복 노력을 이끌다가 선대 확충을 하지 않은 사이 MSC사에게 선대규모 1위 자리를 잠시 내준 바 있다. 보다 공격적인 전략만이 세계 수위자리를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머스크사는 수송능력이 세계 최대이며, 수송선박의 대형화와 효율화로 원가경쟁력이 타 선사나 얼라이언스보다 월등히 유리하다. 타 선사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하려면 수송능력을 크게 확충해야 하고 선박도 초대형화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결국 머스크사는 이러한 수송능력 및 초대형선을 바탕으로 타 선사가 따라오지 못할 차별화된 서비스를 추가요금도 받지 않고 제공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11년 상반기 세계 20대 정기선사들 중 4개 선사만 흑자를 보였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포함한 나머지 16개사들은 상반기 적자를 보았으며, 그 규모는 3억 6천만 달러에 이른다. 유가상승도 문제이지만 아시아-유럽항로의 경우 소석률은 85%에 불과할 정도로 선복이 과잉이 되어 운임이 크게 하락한 것이 주된 적자요인이다. 그러나 현재의 운임 폭락 상황에서 대응하는 선사들의 모습은 2010년 선박계선, 선대감축노력에 세계 선사들이 모두 동참한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다. 오히려 강자만이 그리고 거인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적자시황에서도 초대형선 건조에 거액의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그리스의 디폴트 우려와 미국과 이탈리아 등 신용등급 하락소식에 세계경제의 더블딥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여 큰 경제혼란을 겪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해상물동량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공급과잉에 이어 물동량마저 감소한다면 정기선 업계의 불황은 더욱 깊고 길어질 수도 있다. 해운경기는 시황 등락을 반복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시황이 어려울 때 일수록 생존의 지혜를 짜내야 한다. 거인만이 살아남는 시장이라면 거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적 정기선사들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업계도, 화주도, 정부도, 선박금융기관도, 조선소도 함께 현명한 지혜를 짜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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