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경인 아라뱃길’이 10월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좁은 인공수로로 인한 안전성 확보와 투입 선박 재원이 개장 직전까지 공개되지 않으면서 안전성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배를 돌릴 수도, 비상 접안할 수도 없는 여건이라는 지적이다. 총 9척의 화물선과 9척의 여객선이 투입될 아라뱃길이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한 보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인 아라뱃길 주운수로 공사현장 (5월 촬영, 아라뱃길 홈페이지)
경인 아라뱃길 주운수로 공사현장 (5월 촬영, 아라뱃길 홈페이지)

‘경인 아라뱃길’(이하, 아라뱃길)이 10월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진행 중이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9월 현재 아라뱃길의 공정률은 97%에 이른다. 수자원공사는 10월 내에 모든 공사를 끝마치고 예정대로 10월 중 아라뱃길 운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총 18km 수로, 폭 80m, 수심 6.3m 수로에 4~5,000톤급 선박 투입

서울 강서구 개화동에서부터 인천 서구 오류동까지 총 18km, 폭 80m, 평균 수심 6.3m의 아라뱃길에는 개통 즉시 총 18척의 선박이 투입될 계획이다. 투입 선박은 컨테이너선 3척, 일반화물선 6척, 여객선 9척이다. 이 중 컨테이너 선 3척은 중국, 동남아, 제주항로에 투입될 계획이며, 기타 자동차운반선과 철재화물선 등은 동남아항로와 제주 등 연안항로에 배치된다. 선박재원에 대해선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4,000~5,000톤*250teu 규모 위주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혀져 있다.

 

운영 선사는 한진해운, 대우로지스틱스, 대한통운, 인터지스, 씨앤한강랜드로 부두 운영을 동시에 맡는다.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에 개설될 총 16선석 중 한진해운이 컨테이너 부두 3선석(인천2, 김포1), 인터지스가 철재 2선석(인천), 대우로지스틱스가 자동차부두 3선석(인천), 대한통운이 잡화부두 3선석(김포), 씨앤한강랜드는 여객부두 5선석(인천2, 김포3)의 운영을 맡는다.

 

개장을 한 달 남짓 앞둔 아라뱃길의 준비상황은 대부분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안전 운항’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의 불씨를 남겨놓은 상태이다.

 

 

 
 

 

좁은 인공수로, 문제 발생시 “배 못돌려”

아라뱃길의 안전성을 문제삼는 의견의 대부분은 동 수로의 좁은 폭과 낮은 수심, 거기에 자연 수로가 아닌 인공 수로로 설계되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아라뱃길 주운수로의 폭은 80m로 일반적인 사이즈의 선박으로는 교차운항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좁은 인공수로에선 유속의 흐름이 불규칙해 조종성능이 탁월한 선박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만일 사고가 났을 경우 수로 폭이 선박 길이보다 좁기 때문에 배를 돌리기도 불가능하고 좌우 중심을 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베테랑 경력의 한 운항사는 “추진체가 트윈 스크류(twin-screw)에 바우트러스터(bow-thruster)가 갖춰진 선박이라면 운하 폭이 좁아도 선박 이상시 그나마 중심을 맞춰줄 수 있다. 그러나 동 장비가 갖춰진 선박이 아라뱃길에 투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싱글 스크류에 바우트러스터가 갖춰져있지 않은 선박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중간시점에서 예인선이 선박을 이끌어 줘야 하는데, 이 비용을 선주측에서 부담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라뱃길 안전규칙 제정 업무를 맡고 있는 인천지방해양항만청 선원해사안전과의 박향수 팀장은 “추진기는 트윈 스크류 선박이 안전한 것은 분명하나 싱글 스크류이기 때문에 운하에 투입하지 말란 규정은 없다”면서, “이는 선사와 화주, 운항사간 협의 사항으로 남겨야하며, 규제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라뱃길에 선박을 투입하는 한 운영사 관계자는 “현재 아라뱃길 투입 선박을 조율 중이며, 최대한 안전성을 감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윈 스크류 방식 선박도입에 대해선 “확정된 바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비상접안시설 전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실선시범운항 필요”

애초 설계시 부터 안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 지역이 워낙 안개가 많아 선박운항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좁은 수로로 양방향 교행이 힘들고 비상접안시설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항로시설이나 수로시설을 설계하고 계획할 때 이용자와 운항자의 의견없이 그저 설계자의 입장에서만 추진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며, “외국의 다른 수로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라뱃길은 외국에는 거의 없는 인공수로이다. 인공수로에서의 항해 경험이 없는 운항자가 대부분이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라뱃길 개통 전 시범운항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개통 직전까지 투입 선박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범운항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운항자들은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고있는 것이 전부이다. 한 관계자는 “도선사의 경우 해양연구원의 위탁과정으로 인천항 도선사 49명중 46명이 시뮬레이션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시뮬레이션 교육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익순 해사안전진단센터 센터장은 “시뮬레이터 상에서는 유속설정을 단방향으로만 설정 가능하다. 그러나 조류나 파도가 반사되기도 하고, 방향과 속도에 따라 선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라뱃길을 가로지르는 교량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는가도 문제이다. 아라뱃길을 가로지르는 교량은 14개, 수자원공사 측은 기본적으로 이들 교량의 폭은 투입되는 선박보다 약 2m 정도 여유있어 안전성은 보장받은 상태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교량을 통과할 시 선박 레이더가 블라인드(blind)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AIS(선박자동식별장치,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와 GPS 플로터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선박 레이더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여건일 때 보완 장비가 필요하다. 이들 장비를 통해 좁은 수로내에서 선박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보완 장비에 대한 계획은 아직 세워지지 않았으나, 비용부담이 크지않기 때문에 대부분 갖춰져 있길 기대하고 있다.

 

9월 현재 공사중인 인천 터미널 컨테이너부두 모습 (사진, 아라뱃길 홈페이지)
9월 현재 공사중인 인천 터미널 컨테이너부두 모습 (사진, 아라뱃길 홈페이지)

 

국정감사서도 공론화, “17회 운항 중 3회 항로 경계 침범, 위험 심각”

아라뱃길 운항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9월 22일 실시된 ‘2011국정감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국회 국토해양위 권선택 의원(자유선진당, 대전 중구)은 “경인아라뱃길 현행 항로의 난이도가 위험해 항로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수자원공사가 실시한 ‘선박조종시뮬레이션’ 용역 결과에 따르면, 현행 항로의 시뮬레이션 결과 7,000gt급 자동차운반선과 5,000gt급 여객선은 출항시 주관적 운항난이도가 각각 -2.2, -2.0으로 위험이상을 보였고, 4,000gt급 일반화물선과 250teu급 컨테이너선도 -1.0 이상의 위험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권 의원은 “실제 일부 시뮬레이션에서 17회 운항 중 3회나 항로의 경계를 침범하는 등 심각한 위험도를 보였다”면서, “보고서의 결론은 현행 항로가 위험하니, 북측 만곡부를 180m이상 확보하는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정감사가 일시 중지되는 등 파행운영으로 인해 직접 답변이 나오지 않았지만 권선택 의원실의 김동환 비서관에 의하면 “수자원공사에게서 ‘현재 IPA 측에 동 보고서를 전달해 안전성 문제가 없도록 보완 요청을 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준설공사를 진행할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IPA 관계자는 “안전 부문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여, 필요하다면 준설할 것”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은 현 상황에서 밝힐 수 없으며 개통 전까지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환 비서관은 “수자원공사 측에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준설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라뱃길 사업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되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선박유형별 주관적 운항난이도 결과>

 

입항

출항

7,000GT급 자동차운반선

1.0

-2.2

5,000GT급 여객선

1.0

-2.0

4,000GT급 일반화물선

-1.3

-1.8

250TEU급 컨테이너선

-1.0

-1.0

* 주관적 운항 난이도 7점척도

-3

-2

-1

0

1

2

3

상당한 위험존재

위험

약간 위험

안전하지도 위험하지도 않음

약간 안전

안전

확실한 안전이 보장됨

<자료, 권선택 의원실>

 

 

“아라뱃길 통항규칙 개통 전까지 마련된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아라뱃길 사업이 보다 안전성을 보장받기 위해서, 사후 진단제도 및 통항규칙, 안전평가 등을 철저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아라뱃길보다 더욱 안좋은 상황에서도 접*이안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운항자들이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으로 가능한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렇게 좁은 수로에 화물선을 접*이안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수로 건설이 막바지에 들어선 시점에서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위험 요소를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운항을 시작하기로 한 사업이면 지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는 요소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 선원해사안전과는 아라뱃길 개통에 맞춰 학계 및 연구자, 운항자,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참가하는 ‘아라뱃길 통항안전규칙 제정’ 회의를 진행 중이다. 최대한의 운항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규칙을 제정해 아라뱃길 개통 전까지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향수 인천지방해양항만청 선원해사안전과 팀장은 “대부분의 안전규칙에 대한 조율은 끝마친 상태이며, 개통 전까지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철저한 안전 규칙을 마련해 아라뱃길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말했다.

 

해상안전진단제도의 사후진단 입법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로와 기타 시설의 경우 사후진단을 통해 설계나 건조시 미흡했던 안전성을 진단하고 해결하고 있다. 조익순 해사안전센터장은 “사후진단제도가 모든 사업에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라뱃길의 경우 5년 후에 사후진단을 고려할 수 있다. 아직 입법화되지 않은 단계라 법적근거가 없지만, 향후 동 개념이 도입된다면 문제점에 대한 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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