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실한 재정’과 ‘진정한 니치’ 특화서비스가 살 길

북미항로에서 TCC의 퇴장은 같은 항로에 첫 진출한 중국의 GCS의 행보와 비교돼 눈길을 끈다. TCC의 북미서비스 중단이 동항로의 다른 니치선사들에게 일종의 시장불안 ‘경고’는 아닌지 주목되기도 한다. 니치선사들은 스팟운임에 노출되어 있고 대형선사들의 규모의 경제성에 대응한 경쟁을 피할 수 없기에 악화된 시장여건에서 더 쉽게 타격을 입는다.

이에따라 니치선사들에게는 대형선사가 제공하지 않는 소규모 항만에 집중한 서비스나 고객에 기반한 신속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정한’ 의미의 ‘니치(niche)'서비스 개발, 운영이 요구된다. 일각에서 “니치선사가 설 시장은 죽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난국에 대한 타개책으로는 ‘튼실한 재정’과 ‘진정한 니치’로의 특화서비스가 제시되고 있다.

노르웨이선사인 TCC(The Containership Company)가 화려한 팡파레를 울리며 Great Dragon Srevice를 개시한 시기는 지난해(2010년) 4월이었고, 연말까지만해도 이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라고는 예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TCC는 서비스 운영 1년만인 올해 4월 북미항로의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2,600-2,800teu급의 선박 5척을 배선해 중국의 상해 북서부 인근 타이창터미널, 청도 지역과 미국의 로스앤젤리스와 롱비치항만을 잇는 직기항서비스를 제공해온 TCC는 ‘주름없는(No Frill) 서비스'를 주창하며 북미항로의 니치마켓에 진출한 ‘뉴커머(New Comer)’였다. 지난해 동사는 740만달러의 순손실(세전)을 기록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지만 운임하락과 유가상승 등 운항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야심만만하게 시작했던 북미항로서비스 무대에서 퇴장카드를 선택하고 말았다.

TCC 철수한 4월초 GCS 북미서비스 개시

이에반해 중국의 소형선사인 GCS(Grand China Shipping)는 올해 4월 9일 북미항로에서 처녀항해를 시작했다. 2,600-3,000teu급 컨선박 5척을 배선한 GCS의 북미항로 서비스는 홍콩에서 시작해 중국 본토의 얀티안과 닝보, 상하이를 거쳐 롱비치, 오클랜드를 오가는 로테이션으로 운영되고 있다. GCS는 자국의 화물은 물론 태국과 베트남 등 남아시아지역의 피더네트워크를 연계해 미국내륙 지역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아래 북미항로서비스를 개시했다. GCS는 4월 개시한 청도-닝보-상하이-롱비치-오클랜드-청도 노선에 이어 올해 6월 2일에는 시아멘-홍콩-센젠-롱비치-오클랜드-시아멘 노선의 추가 운영에 들어갔으며, 2개의 노선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북미(태평양횡단)항로와 대서양횡단항로 니치서비스의 미래가 주목받고 있다. TCC 경우와 같이 끝장이 난 것인가, 아니면 GCS의 도전처럼 아직도 기회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인가? 이에대한 답변은 누구도 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분명한 것은 2010년보다 올해 북미항로의 상황이 니치선사들에게 고난기일 것은 현실이며 이들 선사는 지금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일부 해운전문가들은 동 항로가 소형선박을 배선하는 니치선사들에게 어려운 시장이 될 것을 점쳤었다. 시황이 바닥을 치며 적자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지난해 는 북미항로의 운임회복 노력과 컨장비의 부족이 예외적인 시장상황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동 항로의 서비스 선사들이 시장점유율과 가격 측면에서 공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위기상황에 대비하는 능력에서 니치선사들은 대형선사들보다 취약하다. 니치선사들은 대부분 스팟시장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 서비스계약을 통해 안정된 물량을 수송하는 대형선사에 비해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탄성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GCS와 Hainan PO, TS Line 등 소형선사는 기본적으로 진입 이후 시장의 동일한 상대와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니치선사는 통상 선복이 부족한 상황에서 활동하게 되고 공급과잉 상황에서는 활동이 위축되는 게 일반적이다. 공급과잉 국면에서 글로벌선사들은 서비스의 질과 신뢰성, IT솔루션 등 개별기업의 특화전략을 구사하며 난국을 헤쳐나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와 광대한 해운 및 내륙복합운송서비스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는 대형선사들의 경쟁에 소형선사들이 대적하기란 쉽지 않다.

글로벌 선사의 한 관계자는 소형선사들은 용선비와 터미널핸들링비, 트럭킹및 복합운송 등 관련 제 비용들의 노출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관계자는 특히 선사들은 컨테이너의 내륙운송에 대해서 그 양의 過少에 관계없이 똑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컨테이너를 회수하지 못한다면 소형 니치선사들의 경쟁력은 충분하지 못하며 믿을만한 IT시스템 구축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드루어리 “니치선사들이 설 시장은 죽었다”

드루어리의 관계자는 니치선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글로벌선사들이 지속하고 있는 선박의 대형화에 기인한다며 “니치선사들이 설 시장은 죽었다”고 진단하고, 이들 선사는 해를 거듭할 수록 점점 더 소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3,000teu급 선박의 원가 가가 8,000teu급의 원가수준과 경쟁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이다. 대형선사들의 규모의 경제 압박이 점점 심해지면서 니치선사들의 생존상황이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드루어리 관계자는 니치선사들이 지속적으로 생존해나갈 수 있는 방안으로 '내륙수로(Upriver)' 시장에 역점을 둔 사업을 제시했다. 니치선사들의 소형선박들은 수로터미널에 직기항하기에 적합한 크기를 갖추고 있고, 더욱 저렴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치선사의 선박들은 소형 수로터미널에 접근성이 좋아 대형항만에서 화물을 환적, 수로를 통해 수송할 수 있다. 중국의 양쯔강 유역의 난징과 유한, 아마존의 마나우스 등이 그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니치선사들은 대형선사들이 서비스하는 주요노선이 아닌 항만을 선택하는 등 ‘진정한 니치(truely niche)’서비스로 특화시키는 것이 생존의 길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니치선사들은 중국의 주요항만과 미국의 로스앤젤리스*롱비치항만을 연계하는 등 대형선사들이 기항하는 항만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기항서비스라는 특징이 있지만 지역 측면에서는 특화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니치선사들이 좀더 규모가 작은 항만에 직기항하게 된다면 대형선사들이 환적을 통해 실현하는 운송보다 비용측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타이충항만의 경우, 인근에 공업지역이 위치하고 있어 화주들은 상해항만을 경유하지 않고도 동항의 기항서비스를 통해 내륙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대형선사들과 ‘다른’ 서비스 ‘지역’과 ‘운임’을 제공할 수 없다면 니치선사들의 장래는 극히 불안정하다는 얘기이다. 

Maston*Horizon 운송시간 스케줄안정성으로 특화서비스

일례로 미국의 선사인 Maston은 하와이와 괌서비스에서 시간에 민감한 생필품 등을 운송하고 있으며, 신속한 서비스 제공으로 ‘정시도착’을 핵심사업 전략으로 구사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선사들의 네트워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Horizon도 지난해말 태평양횡단노선인 FSX를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스케줄과 신속한 서비스, 고질의 고객서비스를 내걸었다. 미국연안선사인 이 두 선사의 서비스 초점은 대형선사들과는 차별화된 운송시간, 스케줄의 안정성 등이다. 화주가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선택할 만한 핵심요인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화주 입장에서도 화주의 니즈에 맞춘 맞춤서비스를 잘 제공한다면 시장상황이 악화되었지만 니치선사들은 나름의 시장을 확보하며 생존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선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저렴한 운임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비용의 효율성’이 장점인 반면, 니치선사들의 소형선박은 대형선에 비해 양적하 시간을 단축할 수있는 ‘시간의 효율성’을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화주들은 니치선사들과 대형선사들의 서비스 경쟁을 반가워하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홍콩화주협회 측은 니치선사들이 대형선사들의 대량화물 운송서비스와는 달리 특정화주의 특별한 니즈를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니치선사들은 대형선사들에 비해 적은 운항회수와 좁은 서비스 네트워크의 단점을 안고 있다.

북미항로는 선복과잉 상황에서 향후 시장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시황이 더욱 빡빡해지면 대형선사들은 운임다운을 감수할 것이고 이는 소형 니치선사들의 운임과 경합할 정도에 이르러, 니치선사들의 매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게다가 니치선사들은 공컨테이너의 불충분한 공급여건과 금융권의 재정지원 측면에서 대형선사들보다는 열악한 실정이다. 특히 어려운 시기를 견디어낼만한 충분한 유동성 여력은 니치선사들의 향후 운명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GCS 중국물류회사들의 자회사 재정적 신뢰
Westwood Shipping 일본창고업계 공동인수

재정 측면에서 해운업계는 중국의 GCS를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GCS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동사가 Chinese Logistics Conglomerate와 Grand China Logistics, Hainan Airlines Group그룹의 물류사업 부문이 공동으로 설립한 자회사라는 태생에서 비롯된다. TCC의 서비스 철수가 GCS의 북미항로 서비스 진입에 절호의 기회로 작용할 것인지도 지켜볼 만하다.

북미항로 니치선사중 주목받는 또다른 선사는 미국의 워싱턴에 기반을 둔 Westwood Shipping으로, 이 회사는 일본-한국-중국-태평양 북서안항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웨스트우드는 The Japenese Warehousing과 J-WesCo의 물류부문, Sumitomo Warehousse가 5,300만달러에 사들인 회사이다. 관련업계는 Sumitomo Warehouse가 동사의 인수에 참여한 것이 웨스트우드의 미래에 확신을 가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동사의 인수에 함께 한 J-WesCo는 일본 하역회사들이 컨소시엄으로 설립한 지주회사이며 25년이상 웨스트우드에 핵심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현재와 같은 불안정한 해운시장에서 니치선사들이 살아남느냐 퇴출되느냐는 이들 선사의 ‘재정’과 대형선사들과 차별되는 ‘진정한 니치’ 서비스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선사들이 선박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성 확보를 더욱 거세게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원양항로 니치선사들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을 위한 미래전략은 우리 근해선사들의 현재와 미래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주목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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