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과 유엔 사무총장


‘평창!’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낭랑한 목소리가 남아공 더반의 밤공기를 타고 전세계로 울려퍼졌다. 온 국민이 염원하던 동계올림픽 유치를 해내는 순간이다. 모두가 환호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유치위원들은 공로를 국민들에게 돌리는 성숙함도 보여주었다. 10년간 3수하며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한 보상이자 값진 결실이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재선 소식에 이어진 낭보로써,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이 또 한번 격상됐다. 끝까지 긴장하며 발표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안도했고, 후손들에게 좋은 유산을 물려주게 되었다며 흐뭇해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깜찍한 외모와 당찬 언변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김연아 선수가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고, 토리노 동계올림픽 모글 동메달리스트인 입양아 토비 도슨 선수와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 나승연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세계가 미스터 반(Mr. Ban)의 인품과 능력에 반해 경선 없이 만장일치로 사무총장을 뽑았다는 소식과 함께 한국인의 자긍심을 세워준 쾌거였다.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 원조에 의존해 살아갈 수밖에 없던 가난한 나라에서 반세기만에 OECD의 선진국으로서 남을 도와주는 나라로 바뀌었고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에 이어 동계올림픽까지 개최하게 되었으니 감개무량하다. 이제는 힘을 모아 낙후된 동계 스포츠를 더욱 발전시키고, 유엔의 각종 활동에도 적극 동참하는 후속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나가노와 밴쿠버 같은 적자 동계올림픽이 되지 않도록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이 필요하고, 세계평화와 인류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각종 지원과 참여도 요청된다. 아무쪼록 세계인의 기억에 오래 남는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 반 총장도 5년의 임기를 잘 마쳐 유엔 역사상 길이 남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허베이 스피릿호 유류유출사고와 선박안전


7월 1일 콤파스가 열렸다. 휴가철이 가까워서일까, 아니면 오늘 주제가 안전문제라서일까 참석률이 저조하다. 한리해상손해사정 김대래 대표가 특유의 음성으로 ‘허베이 스피릿호 유류유출사고와 선박안전’에 관해 발표하였다. 김 대표는 삼성중공업의 예부선 삼성1호와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가 충돌하여 발생한 대형 유류유출사고를 분석하며, 여기서 나타난 선박안전실무상 문제점을 제기하였다. 그는 허베이 스피릿호 선주의 상대방인 예선 소유자 삼성중공업의 입장에서 접근하였기에 예선 입장과 논리에 기울 수 있겠지만, 해기사 출신으로서의 직업의식과 판사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도 과학적인 자료와 합리적인 논증으로 객관성과 개연성을 유지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의 발표내용은 해운회사가 범하기 쉬운 운항안전상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사례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충돌사고의 특이점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삼성1호(이하 예선)와 허베이 스피릿호(이하 유조선) 간의 충돌사고는 보통의 사고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항구내의 지정된 안전한 묘박지에 갑자기 접근하는 동력선과, 묘박상태에서 피항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묘박선박 간에 짧은 순간 발생한 일반적인 충돌사고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사건이다. 즉 정상적인 동력선이 아닌 황천하에 조종성능이 제한 또는 불능상태의 예부선과 언제라도 양묘, 즉 닻을 올려 피항이 가능했던 유조선과의 충돌사고였다. 충돌 3시간 이전부터 위험성을 인지하여 피항할 수 있는 상당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유조선의 투묘위치를 살펴보면, 부적절한 묘박위치에 투묘하여 통항선과의 충돌위험을 초래하였다. 주변의 선박들이 동쪽인 육지 근처에 투묘한 것에 비해 유조선은 서쪽의 통항로 정중앙에 닻을 내리고 있었다. 주변의 선박보다 1.8 내지 1.95마일 더 서쪽에 위치하였음이 대산항 VTS의 레이더 영상에 잡혔다. 그리고 사고 전날에는 본선 주변의 선박에 대한 특별한 언급과 기관수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유조선의 야간당직지시서(Master's Night Order)에 기록되어 있다. 사고 다음날에야 본선 주변 선박들에 대한 계속적인 경계가 요망된다는 지시가 내려졌을 뿐이다.


이번 사건은 단일선체 유조선과의 충돌이어서 유류유출이 발생했다. 만약 2중선체 유조선이나 광탄선이었다면 단순한 접촉사고로 끝났을 개연성이 크다. 최근 중동에서 대형 충돌사고가 발생했으나 2중선체 유조선이어서 원유유출이 없었다. 또한 기관당직자도 없었다. 항내의 안전하고 차폐된 지정 묘박지가 아닌 경우에는 기관 스탠바이(stand-by)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는 물론 기관당직자조차 배치하지 않아 위험을 인지한 직후 즉각적인 기관사용을 준비할 수 없었다.


유조선 운항 매뉴얼에 의하면 묘박시 기관을 수리할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그러한 허가도 받지 않은 채 교체수리 작업을 실시하였다. 이렇듯 자체 사규도 무시하는 안전불감증에서 이번 사고가 비롯되었다. 유조선의 주기관(main engine)수리는 약 3~4시간 동안 주기관을 사용할 수 없는 작업이다. 유조선의 경보목록(Alarm list)을 보면, 수리잘못으로 인한 기관고장에 의한 경보와 주기관 자동감속과 교체한 실린더 부위에 고온이 발생했다는 경보가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유조선 일항사의 당직 부재 가능성이 크다.


일항사와 실(습)항사는 선교당직에 함께 서게 되어 있으나 묘박중 무자격자인 실항사에게 전담케 하고 일항사는 선교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경험부족과 자격부재인 실항사 혼자 당직에 임하여 위험상황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초기조치가 없었고, 뒤늦은 미흡한 조치로 충돌을 야기하였다. 유조선의 앵커 로그북을 살펴보면, 2007년 12월 6일자의 당직지시서의 일항사 서명이 조작된 것임을 식별할 수 있다. 일항사의 당직부재를 나타내는 증거로는 태안경찰서의 수사보고로도 짐작할 수 있다. 사고당시에 상기 유조선의 5마일 권내에 항해중인 선박은 2척 외에는 없었으나 그는 통항선이 6~7척이라고 하다가 정박선을 포함하여 6~7척이었다고 진술을 번복하였다. 또한 사고시점인 2007년 12월 7일에 당직교대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고, 타수는 교대시 당직사관과 함께 조타실에서 교대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일항사가 직접 조타실로 올라가 교대하지 않고 2타수 또는 실항사에게 당직을 인계하였던 것으로, 2타수 또는 실항사가 조타실에서 견시를 소홀히 하다가 상황이 급박해서야 일항사가 조타실에 올라갔거나 또는 당직중 조타실에서 취침하여 견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VDR 기록장치는 통상 선교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하며, 간편히 스위치 두 곳만 동시에 누르면 되는 데도 저장하지 않았다. 더구나 유조선 측의 검정인은 해양경찰관이 유조선에 승선중인데도 불구하고 세관에 신고도 안하고 은밀히 본선에서 반출하였다가 해경의 요청을 받고야 제출하였다. 약 6일 8시간 동안 소재파악이 안 되고 있다. VDR 판독 전문가에 의하면 정상적인 경우에는 몇초에서 몇분 단위로 로그에 기록되는 것에 비해 이번 사건의 당일 기록은 상당한 시간간격이 있다는 것과, 특히 사건 직전부터 6시간가량의 로그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 가장 의문스럽다고 진술했다. 다만 약 13시간의 조타실 대화내용이 녹음된 것은 아마 필리핀 타갈로그어라 해당부분을 미처 삭제하지 못한 것 같다. 아울러 엔진 텔레그라프 등의 관련자료도 조작한 의혹이 짙다.


당시의 예인선단은 예인등과 조종성능제한선 등화를 표시하고 접근하여 충돌위험이 존재했으나 유조선측에서는 위험을 인식하지 못해 조기피항을 실시하지 않다가 뒤늦게야 이를 인지하고 양묘 즉 닻을 들어올리는 대신에 신출을 하여 닻이 끌리는 주묘가 초래되었다. 따라서 주묘중인 유조선과의 충돌로 볼 여지도 있다. 유조선의 예측치 못한 갑작스런 움직임으로 인해 충돌의 위험을 느낀 예인선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예선의 RPM을 증가시켰고 출렁이는 파도의 응력에 의해 예인색이 파단되었다. 유조선 앵카의 신출과 주묘에 의해 예인색이 파단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거대한 유조선이라 피항동작이 불가피했다는 일부 의견은 구체적 근거 없이 과거의 선박승선에 의한 단순한 생각에서 언급한 것이고, 선박의 크기만큼 기관출력도 증가하므로 움직임에는 별 문제가 없다. 대산 VTS의 항적에 의하면, 약 4분동안의 데드 슬로우(dead slow), 슬로우 어헤드(slow ahead)만으로도 실제로 이동했고, 한국해양연구원에서도 유조선에게 피항의 기회가 수차례 있었다는 것을 시뮬레이션으로 이미 입증하였다. 그리고 쉽게 제거가 가능한 유조선의 비터 엔드(bitter end)도 유지관리 소홀로 작동이 힘들었다. 오염과 관련된 충돌시간은 7시13분 이후로, 삼성T-5호가 이 시간에 부선 삼성1호로부터 갑자기 멀어졌다. 충돌사고 이후 유조선에서는 선상유류오염비상계획서인 SOPEP에 의한 효과적인 오염방지조치가 전혀 없었고, 유출탱크 내 압력제거 같은 가장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SOPEP에 의한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현저한 유출방지가 가능했으나 불활성가스(IG)를 공급하여 얼리지의 압력상승으로 오히려 유출이 가속되는 실수를 범했다. 탱크 내부의 공기유입으로 인한 폭발위험 때문이었겠지만, 탱크의 내부공간은 완전히 밀폐된 곳이므로 불꽃이 들어갈 수 없어 폭발위험이 없다는 것을 간과한 듯하다. 또한 파공부에 대한 밀봉작업은 시도조차 안했고 사고후 3시간 22분 뒤에야 자체 이송작업을 실시했다. 그래서 충돌사고가 난지 이틀이 지난 12월 9일 7시30분에야 유출이 완전히 멈추었다. 그것도 유조선이 아닌 삼성중공업에 의해 나무쐐기로 파공을 봉쇄하여 유출을 중단시켰다.


서울대학교 해양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유출탱크 밀봉시 유출속도를 10%로 감소시킬 수 있고, 비파손 탱크로 기름을 이송했을 때 5,600킬로리터, 유조선 우현경사(13.7도)시엔 6,600킬로리터로 유출방지량이 모두 1만 2,200킬로리터에 달해 실제 유출량 1만톤을 감안할 때 매우 안타깝다. 갑판하부에 점화원이 없을 경우에는 폭발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허베이 스피릿호의 인적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일항사의 승선경력이 약 6개월 선장은 9개월로, 경험이 부족한 선장과 일항사를 단일선체 유조선에 한달 간격으로 승선시켰다. 일항사는 선박관리회사 V-ship에 처음 입사했고  20일 전에 승선, 오버랩도 없이 바로 투입되어 앵커(anchor)중 연료수급기간 3시간만에 일항사 교대를 위한 인계인수를 마쳤다. 첫 항차에서 묘박당직중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선주와 선박관리회사 모두에게 인적관리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선장과 일항사 중 누구라도 본선에 대한 충분한 인지와 선원정신(seamanship)이 있었다면 충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발생했더라도 원유유출에 대해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두 배의 상태를 비교해 보아도 선원의 자질과 등급, 항해설비 및 조종성능, 기상영향 등에서 유조선이 예인선단보다 훨씬 우월한 상태였다.


허베이 스피릿호 사례의 문제점을 검토하면 10가지로 집약된다. 1) 유조선의 항로상 투묘로 충돌위험 유발, 2) 불완전한 묘박지에서 당직부재와 기관종료로 초기의 신속대처 불가, 3) 묘박후 항만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교체수리 등의 영향으로 기관의 작동불량, 4) 대산 VTS와 예인선단이 요청한 양묘와 기관사용 미실시, 5) 묘박중 일항사 대신 실항사가 당직에 임하여 초동 피항조치 지연, 6) 단일선체인데도 적극적인 충돌회피 동작(전손후진, 소각도 좌회전 조치 등)부재, 7) 비터 엔드 등의 유지관리 미흡, 8) 충돌후 실질적 유류유출 방지조치 부재, 8) SOPEP에 대한 단순암기보다 원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 필요, 9) 초보 선장과 신입 일항사가 한달 간격으로 승선하여 본선에 대한 이해 불충분, 10) V-ship에 처음 입사한 일항사는 오버랩도 없이 벙커링중 3시간만에 교대했다는 점 등이다. 


최근 해난사고의 유형별 현황은 충돌 31.94%, 좌초 11.18%, 화재 폭발 9.84%, 기관고장 28.45%, 프로펠러 손상 2.06%인데, 원인별로 살펴보면, 항해일반원칙 미준수 43%, 법령미준수 15%, 복무 및 당직근무 태만 2% 등 운항과실이 전체의 76%나 된다. 최근 우리나라 해역에서 발생한 해난사고 분포를 보면, 남해가 40~50%로 제일 많았고 서해 30~40%, 동해 10~30%로 뒤를 잇고 있다. 이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중국해에 선박들이 가장 많이 항해하기 때문이다.
 

해난사고율이 높은 회사는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해난사고의 대부분이 사전에 피할 수 있는 인재에 기인한다. 둘째, 인적관리와 운영체제에 문제가 있다. 셋째, 수익감소로 재투자가 저하되어 다른 사고로 연결된다. 해난사고와 경영악화는 연계되어 있어, 해난사고가 저수익을 불러오고 저수익은 저투자를, 저투자와 저임금은 안전의식과 업무능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해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가 필요하며, 위험요인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첫째는 내부감사와 차별성을 지닌 외부에 의한 안전감사이고, 둘째 안전에 대한 의식고취로 경영자의 자세와 직원의 태도가 통상 일치해야 하며, 셋째, 업무 및 안전에 대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업무능력과 안전은 비례한다. 또한 해난사고는 기본적으로 의사소통 부재가 근본적인 문제이다. 선주와 관리회사 및 운항선박의 선장과 선원간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이어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모든 사고가 그렇지만, 해난사고는 특히 소통이 문제가 된다. 선원들 간의 대화가 부족한 선박에 사고가 많이 난다. 혼승선원의 문제도 소통이다. 언어와 문화, 생활이 다르므로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고 학습과 교육,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요청된다. 또한 대부분의 사고는 선원교체기와 선사가 바뀔 때 발생한다. 그래서 선체보험료에 선사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고지불이행이라는 할증료가 붙는다. 안전은 심플해야 한다. 하던 일을 또 해야 하고, 모든 게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 허베이 스피릿호 사고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사례연구와 보완에 철저해야 한다.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와 인간상록수
일본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藤原新也)의 작품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를 읽으며 자신을 성찰했다. “슬픔은 또한 풍요로움이다. 거기에는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 타인에 대한 한없는 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평범한 사진 한 장과 그에 담긴 애잔한 얘기가 심금을 울린다. 사랑과 슬픔은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정이기에 사랑을 잃어버린 슬픔은 두 배의 아픔을 준다. 가슴에 파문을 일으키며 아련한 그리움을 일깨우는 그의 작품에서 언젠가 어디선가 너를 잃어버린 나를 만난다.


한국상록회가 주관하는 인간상록수 추대식에 다녀왔다. 이번에 추대되는 KSS해운 박종규 고문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박 고문 외에도 영화인 임권택 감독과 유한대학 총장 김영호 박사도 함께 추대되었다. 인간상록수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 봉사한 70세 이상의 사람에게 주어지는데, 역대 추대자 중에는 YMCA 명예회장 전택부 선생을 비롯하여 가나안농군학교 설립자 김용기 이사장, 재건국민운동본부장 류달영 박사, 부산복음병원장 장기려 박사와 언더우드 3세인 원일한 박사 등이 있다. 한국상록회는 민족주의 계몽문학가 심훈 선생의 ‘상록수’의 영향을 받은 춘천고보 학생들이 황성신문을 창간하여 민족정의와 주권옹호를 주창하고 조국의 미래를 위해 학교를 설립하고 겨레의 꽃 무궁화심기운동으로 민족혼을 일깨웠던 한서 남궁 억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리고, 일제의 탄압정책에 항거하며 조국 독립을 목적으로 1937년 3월 14일 조직한 단체이다. 상록회원들은 내 고장의 발전을 위해 개척과 상부상조 정신으로 뭉치고, 공익을 우선하고,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일하되, 숨어서 일하는 자세와 말보다 행동하는 것을 그 신조로 삼고 있다. 구제활동과 청소년 교육지도, 환경보전, 충효 경로사상 함양을 주요사업으로 한다. 


이날 추대된 세분의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박 고문은 청년시절 일본출장중 전철 안에서 “한국에 가보니 조센징은 정직하지 않아 뒷돈만 주면 안되는 일이 없었다”는 일본인들의 대화를 듣고, 리베이트를 절대로 안주고 안받고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은 지킨다”는 굳은 결심을 하여 평생 이를 실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권택 감독은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할 줄 아는 게 영화밖에 없어 영화만 했고, 또 영화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스탭들과 함께 했는데, 혼자 상을 받아 송구하다”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므로 한국 정서를 살린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나온 김영호 총장은 “부족하지만, 앞으로 상록수 같은 사람이 되라는 주문으로 받아드리겠다”고 말하고, 일본 경제학자들이 선정한 애덤 스미스 이래 세계 100대 경제학자중 한 사람으로서 경제학의 최고 목표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며, 이에 대한 설명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지난 날 녹색혁명은 인간을 기아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었지만, 현재의 녹색혁명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경제학자들의 임무는 지구가 파괴되고 인류가 파멸하지 않도록 서스테이너빌리티를 부단히 연구하여 예측가능, 지속가능, 생존가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는 상록수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추대자들에게 수여된 부상은 상록회원들이 만들고 재배한 감자, 인삼, 사과 같은 농작물과 지역 토산품이었다. “청년은 생각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날 참석한 상록회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청년이었다. 행사를 진행하는 그들의 드높은 기상을 보며, 상록회 같은 모임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행사장을 나왔다. 한 그루의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듯이.......
<한국해사문제연구소 강영민 전무이사, timkang@komare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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