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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바다에 버려진 무관심, “쓰레기 섬 이뤘다”
‘바다살리기운동본부’ 태안 환경정화활동
[0호] 2011년 06월 14일 (화) 17:54:08 김승섭 komares@chol.com

 

우리가 바다에 버린 쓰레기가 밀물로 바다로 유입된다. 유입된 쓰레기는 일본과 하와이를 거쳐 태평양 한가운데 남한면적 14배 크기의 쓰레기 섬을 이뤘다. 플랑크톤 보다 미세하게 분해된 쓰레기는 우리가 먹는 물고기가 섭취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먹게되는 셈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이다. (사)바다살리기운동본부가 조정제 총재 취임 후 첫 행보를 시작했다. 서해안 지역에 엄청나게 쌓인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이었다.
 

   
 

 

아침부터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던 6월 11일.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 (사)바다살리기운동본부 회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충청남도 태안 모항항으로 출발했다. (사)바다살리기운동본부(이하, 바살본)는 1998년 조직되어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이다. 올 4월 조정제 前해양수산부 장관을 새 수장으로 맞아 전국 25개 지역본부 및 기타 관련 단체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해양수산부 재건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첫 행보는 태안 앞바다에 쌓여있는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작업이다.


6월 11일 오전 8시 서울 을지로 장교빌딩 앞에 20여명의 자원봉사단들이 모였다. 바살본 회원 및 장금상선 직원 10여명, 남산거북이마라톤동호회 회원 등 참가자들의 면면은 다양했다. 아침부터 한여름의 더위가 느껴졌던 토요일에 자원봉사를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의가 느껴졌다. 70대를 훌쩍 넘긴 어르신서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따라온 초등학교 여학생까지 의미있는 행사를 위해 휴일을 반납한 채 서울을 출발했다. 조정제 총재 및 노덕하 사무총장 등 10여명이 죽전IC에서 합류해 총 44명의 자원봉사단이 이번 환경정화활동단의 틀을 갖췄다. 버스에서는 봉사단이 향하는 태안의 실태와 해양쓰레기 수거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한중일 해양쓰레기 국제분쟁 발생
바살본, “단체 규모 키워 연구활동 펼친다”

조정제 총재는 자원봉사를 위해 모인 봉사단에게 감사움을 표시하며, “바다 해(海) 속에는 어머니(母)가 들어있다. 곧 바다는 모두의 어머니이며, 병든 어머니를 살리는 일은 모두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 총재는 “우리 서해안에 중국 대련 등에서 밀려 내려온 부표등 해양 쓰레기가 상당히 많다. 또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일본으로 이동하고, 이는 하와이를 거쳐 태평양까지 이동한다. 한*중*일 사이에는 해양쓰레기로 인한 국제분쟁까지 발생하고 있다. 곧 해양쓰레기 수거는 범 지구적 협력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북태평양 쓰레기섬
이어 성상훈 사무국장이 해양쓰레기 실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성 국장에 따르면, 지구촌에는 5대륙 이외에 5개의 쓰레기 섬이 존재한다. 해류에 따라 이동하는 해양쓰레기가 북태평양, 남태평양, 인도양, 북대서양, 남대서양의 환류지점에 쌓여 하나의 섬을 이룬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북태평양 쓰레기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남한크기에 14배에 달한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이들 쓰레기는 해류에 파도에 의해 미세하게 부서져 우리가 먹는 물고기에 유입된다. 결국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우리가 먹는 것이다. 노덕하 사무총장은 “바살본의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은 사실 미약한 움직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쌓인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선 엄청난 규모의 장비와 인력이 필요하다. 다만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해양 쓰레기에 대한 위험성을 홍보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바살본의 목표는 우선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단체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하반기부터는 수륙양용차량 등 해양쓰레기 수거장비 구입을 위해 후원금을 모집할 계획이다. 연구작업도 계획 중이다. 우리나라의 해양쓰레기의 전수조사 및 유입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노 총장은 “일본의 경우 해양쓰레기 분류 및 재활용에 대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 국제분쟁 소지가 있는 해양쓰레기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관련단체들과 협력해 이러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쓰레기, 한*중 부표, 그물망, 밧줄 등 쓰레기 규모 ‘엄청나’
   
 
태안 모항항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 즈음. 2007년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로 얼룩졌던 검은 바다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태안의 바닷물은 맑고 투명했다. 기름유출 사고가 인간 때문이었다면, 정화활동도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 가능했다. 몇십년이나 걸릴 것이라던 기름바다가 4년도 안되어 온전한 바다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컸다. 해양쓰레기 수거도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본격적인 정화활동 전 바살본과 서산수협 모항1구 어촌과의 자매결연식이 치러졌다. 바살본은 정화활동
   
쓰레기를 수거하는 조정제 바살본 총재
을 확대*활성화하기 위해 어촌지역과 ‘1사 1어촌’ 자매결연을 추진하고 있다. 동 사업은 정화활동은 물론이고 어촌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매결연으로 맺어진 기업이 워크샵이나 야유회 등을 어촌에서 진행한다면 침체되어 있는 어촌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도이다.


참가자들에게 장갑과 집게, 마대가 하나씩 지급되었다. 모항앞바다 자갈밭 군데군데 숨어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부표에서 떨어진 스티로폼 조각, 캔, PET병, 비닐 봉지 등 생활 쓰레기들이 상당수 수거되었다. 얼마 수거하지도 않았는데 등줄기엔 땀이 흘렀다. 버리는 것은 쉽지만 치우는 것은 힘들다.


   
 
“젊은 남성분들은 바위 언덕을 넘어 가세요. 밀물시간 전까지 작업을 마쳐야 합니다.”
자갈밭을 지나 바위 언덕을 건너니 하얀 모래사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모래사장 위편 자갈밭에는 밀물에 흘러들어온 엄청난 쓰레기 더미가 쌓여져 있었다. 스티로폼 부표 더미들, 중국에서 건너온 검은색 부표, 그물 그 외에 잡다한 쓰레기 더미까지.. 보기만해도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집게로는 담을 수 없는 큼직한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부표와 밧줄, 그리고 그물망은 자갈밭에 깊이 박혀 젊은 장정 하나의 힘으로는 수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오늘 처음 본 봉사단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공통의 목표를 갖고 낯선 사람들이 하나가 되었다. 깊이 박혔던 쓰레기가 지면 밖으로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생하셨어요”라는 말 한마디가 달콤해지는 순간이었다.


젊은 남성들로 시작되었던 대형 쓰레기 수거작업이 어느새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작업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지긋한 봉사단원들도 있는 힘을 다해 쓰레기 수거에 함께 했다. 가만히 서있기만해도 땀이 흐르는 30도 기온에도 누구하나 소홀하지 않았다. 2시간여의 작업을 마치니 상당한 양의 쓰레기가 수거되었다. 일손을 도운 지역 어민들도 “이 정도면 상당히 수거된 것”이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뜨거운 햇볕에 얼굴이 익어도, 구두가 찢어지고 손에 기름때가 묻어도 봉사단들의 표정은 밝았다.

 

“바닷물은 살아났지만 실물 경제는 죽었다”
   
태안 앞바다의 맑은 모습
점심식사가 이어졌다. 태안 앞바다의 한 식당에서 준비한 꽃게 매운탕이 메뉴였다. 태안의 바닷물은 맑아졌지만, 태안 지역민들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름유출지라는 이미지 때문에 더 이상 관광객이 찾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일 주말 오후인데도 해안가 식당들은 빈 곳이 태반이었다. “여기 경제는 다 죽었습니다. 여름휴가 성수기는 기대할 수도 없어요.” 탄식이 섞인 식당 주인의 한마디는 태안 경제의 암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여러분들이 오늘 돌아가셔서 할 일은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은 물론 태안의 상황을 주위에 알려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보았듯이 태안의 바닷물은 전국 어느 곳에 뒤지지 않을 만큼 깨끗합니다. 그러나 기름유출이란 이미지 때문에 관광객이 전무한 상태예요. 태안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홍보해 주시는 것이 태안의 경제와 바다를 살리는 길입니다.” 성상훈 사무국장이 참가자들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점심식사 후, 봉사자들은 수협 위판장과 천리포 수목원을 견학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태안에서 나온 수산물을 구매하기도 했다. 천리포 수목원은 총 62ha 규모에 목련류 400여종, 동백나무 380여종 등 1,000종 이상의 나무 및 식물들이 모여 장관을 이뤘다. 땀과 더위에 지친 봉사단들의 몸과 마음이 시원하게 풀리는 듯했다. 노덕하 사무총장은 “여름휴가에 동해바다와 남해바다도 좋지만, 태안 지역에도 아름다운 관광지가 많다. 서해바다는 볼 것없다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 몇몇 참가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활동을 통해 느꼈던 점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많은 봉사활동을 다녀봤지만 이번 만큼 충격을 받은 봉사활동은 처음이었다던 참가자, 지인에 이끌려 따라왔지만 본부 회원으로 당장 가입하겠다는 참가자 등 봉사활동을 마친 참가자들은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했다. 그리고 우리 손으로 심각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성상훈 사무국장은 “선진국가에서는 봉사활동 경력을 하나의 명예로 본다. 우리나라도 이제 봉사활동이 사회인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진행한 7시간의 활동은 모두 여러분의 경력이 된다”라며 지속적인 참여를 부탁했다.

 
   
 

 

태안 봉사활동만 십수차례, 장금상선 직원들

 

   
 

“한두번의 소규모 활동으로는 힘듭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군*관이 함께해야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이번 봉사활동에 참가한 김경태 장금상선 영업본부 팀장의 소감이다. 김 팀장은 민간 자원봉사들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대규모 장비와 군*관급의 인력투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름유출 당시에는 정말 끔찍했어요. 이렇게 바닷물이 맑아질 수 있을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죠. 봉사활동이란 것이 오기 전엔 귀찮은 일이지만, 활동 후 느끼는 보람은 다시  발걸음을 이끄는 매력이 있죠.” 김남철 관리본부 팀장도 장금상선 입사 후, 다수의 바다정화활동에 참가했다. 몸은 힘들지만 그 봉사 후, 느끼는 뿌듯함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장금상선 직원들의 봉사활동 모습
장금상선과 바살본의 인연은 깊다. 정태순 장금상선 사장이 바살본의 전 총재직을 지냈고, 200여명의 임직원들은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건부터 지금까지 십수차례 자원봉사활동을 위해 이 곳을 찾았다.

 


“직원 중 바다 봉사활동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은 한명도 없습니다. 기름유출 사건 때는 한달에 두 번 이상 이곳을 찾았어요. 회사차원에서 해양쓰레기 수거를 위해 많은 활동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운사가 바다를 무대로 사업을 하는데, 바다를 버릴 수 없죠.”

 


장금상선 직원들은 이번 활동 외에도 6월 17~18일 태안 모항항을 다시 찾았다. 동사 임직원 30명이 1박 2일동안 쓰레기 수거작업은 물론, 방송국과 연계(KBS '6시 내고향‘)해 태안 홍보영상을 촬영했기 때문이다. 특히 동사는 1사 1어촌계 자매결연을 통해 이곳의 영세어민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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