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역사 대형화 방안 및 컨테이너 풀링제도 눈길

하역사들 상생의식, 항만운영 주체 정책추진에 달렸다

 

 
 

부산지역 하역사들의 경영난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인가. 부산항의 하역료가 4-5년전 teu당 7~9만원대에서 지난해 말 4만원대까지 추락하면서, 하역사들 사이에선 ‘이러면 다 죽는다’라는 공멸의식이 커지고 있다. 하역업무에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하역사들의 수입구조가 오히려 하역분야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적자를 다른 분야에서 메우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 항만 전문가들은 부산항 항만산업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터미널 운영사의 대형화 방안과 컨테이너 풀링(pooling) 제도는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방안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김형태 연구위원은 터미널 운영사의 대형화가 하역시장의 과열 경쟁과 경영악화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4월 29일 (사)한국해양산업협회가 주최한 라운드테이블에서 발표자로 나선 김형태 박사는 세계 항만에 비해 부산항의 운영사 수가 너무 많아 과당 경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하역률 인하와 경영악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GTO를 육성하고 있는 세계적인 조류와 역행하는 것이며, 우리도 합리적인 정책을 통해 터미널운영사의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운산업에서 메가캐리어의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도 터미널 운영사의 대형화가 필요한 이유로 지적된다. 이미 메가캐리어의 단일항만 취급 물동량이 최대 300만teu에 이르고 있어 터미널운영사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전략항만 실시 계획과 중국항만의 시설 확충으로 부산항 환적 물량의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부산지역 운영사 11개... “너무 많다”

KMI 김형태 박사
KMI 김형태 박사
현재 부산항에서 운영 중인 터미널 운영사는 총 11개사로 세계적 항만들이 2~3개사 체제를 이루고 있는 것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상황이다. 싱가포르항은 PSA International과 JTC의 2개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MSC가 동 항에 진출했음에도 PSA와 공동출자해 공동운영을 시행하고 있다. 상하이항의 경우 6개 터미널 운영사가 운영 중이지만 SIPG가 4개 운영사에 지분을 출자하고 있어 경쟁조정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로테르담항은 ECT, APMT, 씨스테인버그(C Steinwerg)가 동항 물량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함부르크항은 HHLA, Eurogate, Buss Group 등 3개사, 브렘하벤항은 Eurogate, MSC, Maersk Terminal 등 3개사, 안트워프항은 PSA와 DPW가 전체 물량의 90%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이렇듯 유럽, 중국, 싱가포르 등은 소수 운영사 체제 및 대형화가 추진되고 있으며, 항만당국이 이러한 정책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점은 시사할만 하다.


세계적인 터미널운영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대형화를 이루어 점차적으로 시장점유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op 10 GTO의 시장점유율은 2001년 41.5%에서 2005년 55.1%, 2006년 60.9%, 2007년 58.7% 등으로 증가했다. 최근 GTO는 1998년 Eurokai가 BLG와 통합하여 EUROGATE를 만들었으며, 2005년 DPW사가 CSX World Terminals사 인수, 2006년 PSA사가 HPH의 지분 20% 구입, 2006년 DPW사가 P&O Ports 인수, 2008년 Hesse Natie 및 Noord Natie사가 합병했다.

 

“현행 운영사 자회사로 분리하고 공동으로 단일 운영사 설립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 터미널 운영사의 대형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김형태 박사는 터미널 운영사의 대형화를 위한 5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M&A를 통해 운영사간의 자본을 결합하는 방식 △단일운영사로의 통합 △통합작업회사 설립 △통합영업회사 설립 △현행운영사를 각 터미널 자회사로 분리하고 운영사가 공동으로 단일 운영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이 중 △M&A 방식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현실성이 낮다. △단일운영사의 경우, 운영사가 현행 터미널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운영사가 공동으로 단일운영사(Mega Terminal Operator)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동 방식은 실질적인 대형화가 가능하고, 요율인하 경쟁을 해결할 수 있으나 MTO의 출자비율을 둘러싼 운영사간 마찰이 발생할 수 있고, 인력통합에 따른 진통이 우려된다. △통합작업회사와 △통합영업회사 설립도 독자적인 성장이 힘들고, 물량배분 공정성 문제 등 와해될 우려가 있다.

김형태 박사가 제안한 터미널운영사 대형화 방안
김형태 박사가 제안한 터미널운영사 대형화 방안

김형태 박사가 제안한 최적의 방안으로는 △현행 운영사(A, B, C)의 터미널을 각 자회사(a, b, c)로 분리하고 운영사가 공동으로 단일 운영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동 방법은 단일운영사(MTO)에 주주인 A, B, C 운영사와 항만공사가 출자하여 주도적인 주주의 위상을 확보하고, MTO는 지주회사와 운영회사로 분리해 업무를 구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운영사 a의 주식 50%는 현행 운영사 A가 확보하고 나머지 50%는 MTO가 투자해 운영회사가 설립된다. 이들 운영사의 통합을 위해서는 항만공사가 참여해 주도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참여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김형태 박사는 동 방안에 대해 “지주회사는 영업과 요율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터미널 단위로 설립된 자회사가 영업, 계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동 세미나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BPA 등 항만공사의 적극적인 태도를 주문했다. 조성환 한국허치슨터미널 상무는 “그 어느 때보다 부산항 요율 문제가 심각한데 부두의 대형화, 소수화 정책을 촉진해야 할 항만당국의 정책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BPA가 오늘 제시된 최적화 모형에서 지주회사의 관리주체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석현 (주)아이엘에스 대표이사도 “새로운 통합운영사를 만드는 것보다 BPA가 나서는 게 가장 현실적인데 이런 뉘앙스의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BPA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BPA의 적극적 개입을 요청했다.

 

컨테이너 풀링제도, “업계 공감하는 적정기준 필요”
현재 한일항로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링(Ceiling)제도를 컨테이너 부두에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류동근 한국해양대학교 교수가 연구 중인 컨테이너 풀링(Pooling)제도는 터미널 운영사별로 처리물량의 상한선을 정해, 운영사간 과당 경쟁을 완화하고 하역료 덤핑을 해결하자는 방안이다. 류동근 교수는 “동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는 과도한 항만 하역사간 경쟁을 완화시키는 것”이라면서, “물량과 장비, 인력을 공유함으로써 하역 비용은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동 방안은 항만 하역사간 M&A 등 대형화가 당장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재 하역사의 과열 경쟁체제를 한시적으로나마 상쇄할 수 있는 해법으로 분석된다. 다만 동 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선 ‘누가 어떻게 처리량의 기준을 정할 것인지’와 ‘운영사간의 의견 합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컨테이너 풀링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선 우선 몇가지 장애물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업체간 적정 물량과 취급 물량의 명확한 기준 설정이다. 업체마다 취급 물량이 다른데다가 전 업계가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처리 적정물량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물동량 변화로 인해 구조 자체가 유지되기 힘든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번째로 임대 터미널과 민간투자부두(이하, 민투부두)의 입장 차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대 터미널의 운영사는 항만공사에 임대료를 지불하는 반면, 민투부두 운영사는 임대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항만공사가 풀링제도를 추진했을때 민투부두 운영사까지 참여시킬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풀링제도의 경우 전체 운영사가 참여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어, 자칫 단 하나의 운영사라도 풀링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풀링제도로 인해 하역료가 상승한다 하더라도 선사와의 협상시 자칫 공정거래 위반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특히 부산 북항이나 광양항과 같이 부두가 여유있는 상태에서 운영사간 협력으로 인해 요율이 인상된다면, 자칫 선사들이 기항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운영사 관계자는 “현재 하역사의 경영악화 문제는 하나의 전략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며, “정부와 항만공사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운영사는 물론 선사와 화주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복합적인 정책이 나와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하역사의 통합방안이나 컨테이너 풀링제도 모두 쉽게 실현될 수 없는 방안”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역사들의 상생 의지이며, 항만 운영주체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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