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물동량 증가의 둔화세로 움추러들었던 광양항이 1만 5,500teu급 초대형 선박의 정기기항을 계기로 한껏 기지개를 켜고 있다. 컨테이너선박의 초대형화와 고유가 시대를 맞아 광양항이 가지고 있는 심수와 하역생산성및 저원가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글로벌선사들이 잇달아 원양항로 서비스를 개설하거나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4월 CKYH 그린얼라이언스의 멤버인 한진해운이 1만teu급 선박을 유럽항로에 배선한데 이어 5월에는 머스크라인도 1만5,500teu급 ‘에바 머스크’호를 투입해 유럽항로 서비스를 신설했으며, 그랜드얼라이언스가 5월중에 4,200teu급 선박으로 북미항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처럼 기존 서비스선사들의 투입선박이 대형화되거나 신규 서비스가 개설됨으로써 광양항은 지난해 사상 처음 200만teu 물량을 처리했고, 올해 목표량인 230만teu의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양항에는 2011년 5월 현재, 국내 양대 정기선사인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그들이 속한 그린얼라이언스와 뉴월드얼라이언스, 그랜드얼라이언스, 세계 최대선사인 머스크라인, Evergreen 등 주요 글로벌선사들과 고려해운, STX팬오션, 장금상선 등 한국및 중국과 대만의 아시아역내 선사들 총 29개 선사가 주 78항차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양선사들의 광양항 기항서비스가 올해에 처음 생긴 일은 아니다. 부산-광양 ‘투포트 정책’에 힘입어 일부 원양선사들은 이미 광양항을 기항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원양선사들의 광양항 서비스를 주목하는 것은 북미와 유럽 항로의 일부노선에서 국내 메인항으로 광양항이 이용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머스크는 기존의 부산기항 유럽항로에 끼어넣기 했던 광양항을 빼고, 신규항로에 광양항만 기항하는 유럽노선 서비스를 개시했으며, NYK와 OOCL, HapagLloyd로 구성된 그랜드얼라이언스도 중국-북미서안항로에서 광양항만 기항하고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항해하는 노선을 시작했다. 특히 ‘에바 머스크’호의 기항은 국내 항만으로는 처음으로 가장 큰 선박이 입항하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고, 의미 또한 크다.


이처럼 글로벌선사들이 광양항을 직기항 항만으로 선택하는 이유로는 항로수심이 16-22m에 이르는 深水와 저렴한 하역요금에 따른 원가절감, 신속한 하역처리, 자연재해 강점이 꼽힌다.


정기선 해운업계는 09년 해운위기로 입은 손실을 보전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치열한 운임경쟁 양상에다 고유가시대까지 겹치자, 초대형선 운항을 통해 비용 절감과 선복확충을 도모하는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따라 1만teu급 초대형선이 중심선형이 되어가는 원양항로에서 광양항 강점의 부각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광양항의 장점중 하역료 경쟁력은 취약점으로도 작용할 여지가 있어 이에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투포트 시스템’에 의해 1997년 준공된 광양항은 ‘정치논리’로 탄생한 항만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동안 처리실적 증가세 둔화를 겪으며 침체국면을 맞았었다. 개항 5년만에 훌쩍 100만teu를 달성했던 광양항은 이후 200만teu 실현에는 9년이나 걸렸다. 특히 06년-09년 기간 광양항은 물동량의 감소와 미미한 증가, 답보상태를 거치며 고전을 했다. 한편에서는 인천항이 급성장을 거듭하며 광양항을 바짝 추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물량증가 폭이 커지고 그 기세가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어 오랜만에 광양항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광양항이 초대형선 시대에 걸맞는 저비용·고효율 항만으로 자리를 잡고 명실상부한 국내 두 번째 컨항만 지위를 굳건히 할 지 관심이 간다.  


<이인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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