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선박 트랜드.. 광양항에 ‘기회’?

올 상반기 광양항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0만teu를 돌파했던 광양항에 최근 초대형 선박이 잇달아 기항함으로써, 그간 침체되었던 광양항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4월 2일 1만teu급 ‘한진 네덜란드(Hanjin Netherlands)’호가 첫 취항한데 이어, 5월 10일에는 국내 입항 컨선 중 최대규모의 선박인 1만 5,500teu급 ‘에바 머스크(Eva Maersk)’호가 광양항을 기점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 이어 5월 17일엔 그랜드얼라이언스의 신규 서비스도 시작되었다. 광양항은 이러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올해 목표인 230만teu 처리와 주 80항차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양항에 입항한 머스크의 '에바 머스크'호
광양항에 입항한 머스크의 '에바 머스크'호

1만teu 이상 ‘컨’선 2척 기항, GA 광양항 서비스 개시

5월 10일 광양항 대한통운터미널에선 1만 5,5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인 ‘에바 머스크’호의 취항기념 행사가 열렸다. 에바 머스크호는 국내에 들어오는 컨테이너 선박 중 최대 규모로 머스크의 신규 서비스인 AE10 서비스에 투입되는 선박이다.

 

한국 머스크에 의하면, 광양항은 AE2 서비스의 기항지에서 제외되는 대신 신규 서비스인 AE10 서비스에 기점 항만이 되었다. AE2 서비스는 부산, 진강, 대련, 칭다오, 광양, 수에즈운하, 브렘하벤(Bremerhaven), 로테르담, 펠릭스토베(Felixstowe), 앤트워프(Antwerp)를 운항했었으나, 서비스 개편으로 광양항이 제외되고 스페인의 발렌시아, 독일의 함부르크 등이 추가되었다.

 

광양항은 AE2 서비스에서 제외되는 대신 신규 AE10 서비스의 기항 항만이 되었다. 특히 AE10 서비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PS-Class급 ‘에바 머스크’호(1만 5,500teu)가 투입되는 서비스로, 광양항 물동량 창출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AE10 서비스의 시작으로 광양항은 국내 항만 중 가장 처음으로 1만 5,000teu급의 선박이 기항하는 항만이 되었다. AE10 서비스의 기항지는 광양-닝보-상하이-얀티안-탄중펠레파스-수에즈운하-로테르담-브렘하벤-그단스크(Gdansk)-고덴버그(Gothenburg)로, 서유럽 시장 시장은 물론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발틱지역을 겨냥한 서비스이다. 특히 폴란드의 신규항인 그단스크에 우리나라 처음으로 직항서비스가 시작되어, 폴란드 및 동유럽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상당한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머스크의 최영은 과장은 “AE10 서비스는 현재 시장에서 최대 선복을 운영하는 서비스로, 다양한 크기의 하주들의 선박수요에 신축성 있게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동 서비스는 PS-Class급 선박인 ‘에바 머스크’호가 투입되어 '규모의 경제'뿐만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효율성'을 겸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네덜란드호 광양항 입항 기념식
한진네덜란드호 광양항 입항 기념식

이에 앞서 4월 2일에는 1만teu급 선박인 ‘한진 네덜란드’호가 광양항을 취항했다. ‘한진 네덜란드’호가 운항하는 서비스는 NE6 서비스로 광양-부산-닝보-상하이-시아멘(Xiamen)-홍콩-얀티앤-펠릭스토베-함부르크-로테르담-싱가폴을 기항한다. 동 서비스는 그린 얼라이언스(Green Aliance)의 회원사인 K라인, 양밍, COSCON과 한진해운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로 8,000~1만teu급 선박 10척이 운항되고 있다.

 

5월 17일에는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은 그랜드얼라이언스(Grand Aliance, 이하 GA)가 첫 입항함에 따라 광양항에 뉴월드 얼라이언스(NWA), CKYH, 그린 얼라이언스 등 주요 해운 얼라언스가 모두 기항하게 되었다.

 

GA는 세계 메이저 컨테이너선사인 NYK, Hapag Lloyd, OOCL로 구성된 얼라이언스로 광양항에 취항하는 서비스는 4,200teu급 선박 6척으로 구성되어, 칭다오-광양-일본-미국서안(LA, 오클랜드)을 주 1회 운항한다. 여수지방해양항만청 측은 “이번 서비스의 시작으로 광양항 지역 수출입화물 뿐만 아니라 북중국-미국서안간의 환적화물이 연간 4만teu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GA가 광양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GA가 광양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대 19m 수심 강점, 러시아 및 동유럽 연결 유리

올 상반기 광양항에서의 초대형 컨선 입항과 대형 서비스의 개시로 광양항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측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지난해 전무했던 1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 선박 기항이 올 상반기에만 ‘한진 네덜란드’호와 ‘에바 머스크’호의 기항으로 2척 늘어났으며, 또 다른 대형 컨선의 추가 입항도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광양항의 깊은 수심과 낮은 하역료가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 대형 하역사의 관계자는 “그간 광양항이 국내 제 2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한 것은 사실이나 선박 대형화 추세로 광양항의 장점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광양항이 타 항만에 비해 최고 19m까지의 깊은 수심을 가지고 있고, 파도와 해류가 잔잔해 터미널 연간작업 일수가 1년내내 가동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광양항의 하역료가 최저점까지 내려간 상태이다. teu당 3만원~3만 5,000원 사이의 하역료는 동아시아 지역 터미널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이는 주요 선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이다. 또한 많은 선박들이 부산항으로 몰려 혼잡한데 비해, 광양항은 항만 적체율이 낮아 빠른 환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향후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동유럽과 러시아 항만과의 직기항 서비스에 있어서 국내 타항만보다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광양 주변 산업단지에서 러시아, 발틱쪽 수출물량이 늘어나고 있어 광양항 이용이 효율적이라는 것. 한국 머스크의 최영은 과장은 “광양의 경우 배후단지 및 주변 산업단지에서 러시아나 발틱해 주변 국가로의 수출 물량이 많다. AE10 서비스의 경우 광양과 더불어 폴란드의 그단스크항이 기항지로 지정되었는데, 이는 러시아행 물량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전략이다. 러시아행 화물이 그단스크 항에서 트럭과 철송을 통해 러시아로 수송된다”고 설명했다.

 

여수지방해양항만청 관계자는 “현재 광양항의 선전은 지난해 209만teu를 달성과 더불어, 올 1월 전주-광양간 고속도로 개통과 국제물류센터 개장, 11월 완공 예정인 광양항 서측배후단지 완공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올해 230만teu, 80항차 목표 달성 무난, 환적물량 증가 ‘주목’

“낮은 하역료는 경쟁력이자 위험요소”

올 상반기 광양항은 대형 선박 및 서비스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지난해 200만teu 처리에 이어 올해 목표인 230만teu 처리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컨테이너부두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의 광양항 컨 물량 처리량은 53만 6,156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만 4,961teu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공단은 4월까지 총 72만 5,749teu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수출입물량 위주의 실적에서 환적 물량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월간 컨테이너 실적을 살펴보면 광양항의 환적물량 처리량은 1월 3만 1,894teu, 5월 3만 1,436teu 이외에 3만teu 이상 처리한 실적이 전무했으나, 올해는 3월 3만 9,944teu를 처리했으며, 4월 처리 추정실적이 4만teu를 넘을 것으로 보여 환적화물 처리 비율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병환 컨테이너부두공단 과장은 “대형선박의 입항으로 중국 환적물량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해 광양항의 환적화물 처리량이 총 31만 3,994teu로 전체 물량의 17%에 그쳤으나, 올해는 초대형 선박 입항확대로 인해 20% 이상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5월 현재 광양항 기항실적 역시 주 77항차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다. 광양항의 연도별 기항실적을 살펴보면 08년 64항차, 09년 69항차, 10년 73항차에 이어 올해 5월 77항차로 늘어난 것. 5월 현재 한진해운이 주당 10항차를 운영해 광양항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운영하고 있고, 머스크라인 8항차, 장금상선 7항차, 현대상선, 흥아해운, 고려해운, STX팬오션이 각 5항차씩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외에도 남성해운, APL, SITC, 양밍, 범주해운 등 국내외 30개 선사가 광양항에 선박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양항과 연결되는 항로는 아시아가 56항차(동북아 30항차, 동남아 26항차), 북미 9항차, 유럽 4항차, 중동 4항차, 중남미 1항차, 아프리카 1항차, 연안 2항차로 확인되었다.

 

컨테이너부두공단은 지난해 12월 개최한 ‘광양항 200만teu 달성 기념행사’를 통해 2020년까지 600만teu를 처리하는 항만으로 거듭날 것이며, 수년내에 300만teu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바 있다. 올 상반기 광양항의 선전으로 컨공단은 올해 230만teu 이상의 실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세계 해운의 초대형 선박 트랜드는 광양항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다. 국내 선사 관계자는 “선박 대형화 추세는 광양항에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광양은 국내 다른 항만에 비해 안개가 거의 없고, 태풍 등 자연재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 등 천혜의 자연 여건을 갖고 있다. 태풍이나 안개 모두 초대형 선박 운항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에서 광양항은 분명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광양항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타 항만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하역료가 가장 큰 문제이다. teu당 3만~3만 5,000원 수준인 하역료는 선사에겐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터미널 운영사에겐 지속적인 사업 추진을 고민할 만한 수준이다. 실례로 지난해 부터 몇몇개의 대형 터미널 운영사들이 사업성을 이유로 광양항을 떠났다. 한 항만 연구자는 “광양항의 저렴한 하역료와 빠른 처리속도는 광양항의 경쟁력인 동시에 취약점이다. 결국 광양항에 드나드는 선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선사를 끌어모을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항만 경쟁력을 약화시켜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만드는 위험요소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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