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항만은 방사능에 대해 안전한가?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원전사고가 최고 등급인 7등급으로 상향 조정되었다. 비록 IMO 등 UN 산하기구는 일본 주요 항만·공항의 방사능 여파가 안전한 수준이라며 전 세계 항만물류계를 안심시키고 있지만, 미국 등 몇몇 국가들은 선박 및 선원의 방사능 피복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최인접국인 우리나라는 선박 및 선원의 방사능 피폭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선사와 선원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3월 11일 일본을 덮친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는 일본 동북부 지역의 센다이, 오후나토, 이시노마키, 오아라이항 등 13개 항만 및 주요 시설을 파괴시켰다. 주요 항만 및 물류시설의 직접적 피해로 동 지역을 통하던 물류활동이 마비되어 버렸고, 몇몇 제조업체의 공장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는 단순한 시설파괴에 그치지 않았다. 후쿠시마 원전시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최악의 방사능 유출 사태가 발생한 것. 4월 12일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급을 7등급으로 격상했다. 이는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꼽히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태와 같은 등급의 위험도로, ‘국제원자력사고등급’에 의하면 “대량의 방사성 물질 외부유출 및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대형사고”에 해당한다. 방사능 물질이 공기와 섞여 바람을 통해 퍼져나가거나, 해류에 섞여 흘러나간다면, 일본은 물론 인접국가와 태평양을 끼고 있는 주변국가 어느 곳도 방사능 문제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방사능 유출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계 항만·물류계도 일본 원전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진·쓰나미에 직격탄을 맞은 일본 동북부항만의 운영이 일시 재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국가들은 자국 선박이 일본 항만에 입항시 방사능 피폭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만들었다. 또한 자국 항만에서도 입항 선박의 방사능 오염여부 유무를 확인하는 등 방사능 물질 확산 방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일본 방사능 안전 대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리 해운·항만업계의 근심을 키우고 있다. 선박 통항의 경우 엄격한 기준 없이 단순 ‘우회’만 권고하고 있으며, 항만 및 컨테이너도 이미 입항한 선박 및 컨테이너의 사후 검사만 진행하고 있다. 선원 피폭 문제에 대해서도 입항후 방사능 검사기기 통과 등 간단한 사후 처리만 실시하는 등 방사능 피폭에 대한 예방이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일 동북부 항만 13곳 부분 운영 중 “100% 복구 시간걸릴 것”
3.11 일본 지진사태로부터 한달 이상이 지났다. 동 지진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던 일본 동북부 항만 13곳은 현재 복구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사태이후 완전 폐쇄조치 되었던 오후나토, 이시노마키, 오아라이 항은 일부 운영이 재개되고 있으며,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하치노헤, 쿠지, 미야코, 카마이시, 센다이-시오가마, 소마, 오하나마, 히타치, 히타치-나가, 가시마 항 역시 부분적인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이들 항만이 부분적으로 운영을 시작하고 있지만, 지진피해 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규모가 워낙 크고, 부분 운영이 재개된 이후에도 이전만큼의 물량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이드 리스트에 따르면 3월 21일까지 일본 동북부항만에 기항한 선박은 221척으로, 이는 지진피해 이전 전체 기항수의 5%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본 지진피해를 조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현재 동북부항만이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문제없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실상 이곳을 기항하던 선사들의 서비스는 대부분 재개되지 않고 있다”며, “항만이 부분 복구되어도 철도, 도로 등 기반시설의 복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동 지역에서의 정상적인 물류활동은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IMO “日 안전” 발표 불구, 美·獨 등 방사능피폭 방지 규제 발표 “최소 50마일에서 140마일 이상 우회” 권고
그러나 역시 문제는 방사능 유출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요소인 만큼 국제사회가 향후 발생할지도 모를 일본 방사능 유출 위험성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항만 입항 신고, 선박 우회명령, 방사능 관련 운항지침서 발간 등 몇몇 국가들은 이미 일본 방사능 피해를 막기위한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능 피해 당국인 일본 국토교통성은 3월 15일 후쿠시마 원전기준 반경 30km(18.6마일)이내를 선박통항 위험지역으로 지정했다. 또한 3월 18일에는 일본의 주요 무역항인 도쿄항 및 요코항만 인근의 방사능 측정치를 ‘정상’으로 발표했으며, 매일 방사선 측정치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안전성’ 발표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방사능 피폭을 막기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해사청은 일본 육지로부터 최소 43마일 이상 떨어져서 선박을 운항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특히 후쿠시마 원전 인근 항만 입항시에, 입항시간을 기록하고 미국 항만 도착전에 관청에 보고해 선박검사를 받아야 한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혼슈지방 동안 기준으로 최소 100마일 이상 우회할 것을 명령했으며, 독일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기준 최소 50마일 이상 우회할 것을 권고했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는 자체적으로 140마일 이상 우회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덴마크 정부는 방사능유출 관련 운항지침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그러나 UN 산하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 세계보건기구, 원자력기구, 세계기상기구, 국제항공기구 등은 일본 주요항만 및 공항이 방사능 피폭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발표했다. 3월 21일 발표된 IMO 공문에 따르면 “현재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일본 동북부의 항만 및 공항을 제외하고는 일본으로 향하는 항공 및 해상화물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방사능에 대한 제한 및 규정은 없는 상황이지만 UN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해 문제가 발생할 시 곧바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방사능 유출 관련 해외동향을 모니터하고 있는 국내 한 관계자는 “IMO등 UN 산하기구에서 도쿄와 요코하마항이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100%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며, “UN이 일본정부의 안전성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은 복구물자와 구호물자 수송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 선박·선원 피폭 구체적 대책 “아직 없다”
‘컨’화물 사후대책만 마련, 항만 및 선원 피폭 우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선박 및 선원에 대한 방사능 대책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현재까지 구체적인 조치는 ‘없다’라는 것이 항만 및 선원 관계자의 대답이다. 정부 측에서 일본 방사능에 대해 ‘우리나라는 안전하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에, 몇몇 검사활동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화물과 선박에 대한 검사는 사후 검사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방사능연구원과 관세청은 일본발 화물 및 일본에서 들어온 컨테이너에 한해 방사능 피폭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 등 타 국가에서 입항 전 신고에 의한 검사가 아닌 입항 후 ‘컨테이너 화물’에 한한 검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부산의 한 관계자는 “세관에서 컨테이너화물 검사를 한다고 하지만 인원과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전수검사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나마 검사 역시 선박 입항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선박피폭과 항만오염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것 아닌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박검사 역시 개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1차적으로 컨테이너 화물에 대한 피폭검사를 진행한후, 화물의 방사능 피폭이 확인되면 그 후에 입항 선박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피폭선박이 입항한 후에는 검사를 진행한다면 해당 선박은 해체할 수 있지만 항만과 해수에는 이미 방사능 물질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항만당국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검사 계획은 없으며, 정부의 ‘안전하다’는 입장과 세관의 화물 피폭검사에 의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시인했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데 우리가 나설 수 있나”
피해 지역 주변을 항해하고 있는 우리나라 선원들의 안전성 여부도 관심거리이다. 국토해양부는 3월 31일 지방해양항만청, 선사,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이하, 해상노련) 등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일본으로 입항하는 선박에 승선한 선원들에게 우리 주요 항만(부산항, 광양항,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 에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음을 알릴 것 △선원들이 다른 통로로 빠져나가지 않고 방사능 검사기기를 통과하도록 안내표지판을 설치할 것 △피폭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거점병원으로 후송하고, 관내 지역에 방사능 오염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거점병원을 사전에 파악할 것 △우리 국적선박들이 방사능 영향권을 미치는 지역으로 항해하는 것을 가급적 자제하거나 부득이 할 경우 우회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선원들은 불안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해상노련 측의 설명이다. 해상노련 측은 “일본 지역을 통과하는 선원들의 경우, 회사 방침에 따라 승선을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없어 우려가 크다”며, “하루에도 방사능 피폭 안전성에 대한 수십번의 문의전화가 연맹 사무실로 오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선사의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다른 국가 처럼 50마일, 100마일 등 구체적인 우회 기준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지 않는데 선박회사가 실질적인 방침을 내세우려면,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시인했다.

 

우리나라 해역 검사 시행 2달 주기로 시료 채취 예정
한편 우리나라 해역에 대한 검사 방침이 4월 14일 마련되어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방사능 피폭검사가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국토해양부는 일본 원전사고 7등급 상향조정에 따라 우리나라 주변해역에 대한 전면적인 해양관측 및 감시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8월까지 우리 주변해역 외해에 24개소, 연안 30개소를 선정해 2개월 주기로 시료를 채취, 방사능 물질의 검출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대한해협은 일본 원전사고 해역의 바닷물이 대마난류를 타고 우리나라 남·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길목이기 때문에, 매달 시료 채취 및 분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해양관측조사에는 국토해양부 외에도 해양환경관리공단, 국립해양조사원, 한국해양연구원 등 국내 주요 해양조사기관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며, 시료분석 및 결과공표는 교육과학기술부 및 국립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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