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법학회 ‘운시트랄 운송법의 개요’ 학술발표회
“한국이 회의참석전 결정된 항해과실면책 폐지안 유감”

 

 

유엔(UN)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운송법조약에 대한 국내 해운업계의 이해를 돕는 의미있는 학술발표회가 한국해법학회에 의해 7월 6일 한국선주협회 대회의실에서 있었다.
업계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발표회는 <유엔 UNCITRAL(사법통일위원회) 운송법조약 초안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김인현 교수(목포해양대학)가 ‘운시트랄 운송법조약 초안의 개요’를 발표하고 윤민현 KP&I 상임고문과 정완용 경희대학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으며, 이어서 미국 텍사스법대 교수인 마이클 스털리(Michael Sturley)씨가 ‘미국법의 관점에서 본 운시트랄 운송법조약’을 발표하고 이태종 부장판사(행정법원)과 최종현 교수(연세대학)가 토론자로 함께 했다.

 

헤이그 비스비룰 대체할 국제운송법
이날 발표된 내용은 어렵고 딱딱한 내용이었지만, UNCITRAL 운송법 조약이 발효될 경우 해운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해운기업의 법무기획팀에서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유엔산하의 운시트랄에서 새롭게 만들고 있는 운송법은 헤이그비스비 규칙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 운송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발표자인 김인현 교수를 비롯해 정병석 변호사와 최준선 교수, 이태종 부장판사, 이성철 부장판사, 최재선 KMI 박사들이 관련회의에 참석하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동법의 성안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운송인의 책임과 관련한 항해과실면책 규정 폐지는 한국측이 운시트랄회의에 참석하기 이전 이미 방향을 정한 것으로 밝혀져 관련업계의 아쉬움이 크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동향을 보다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운시트랄이 만드는 새 운송법은 ▲해상운송을 포함한 복합운송에도 적용된다는 점 ▲운송인과 화주간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한다는 점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을 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한 특징이다. 유엔이 주도했던 함부르크 규칙이 국제사회에서 거의 이용되지 않았던 전례를 교훈삼아 이번 조약은 화주와 운송인 양자의 이익에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고 김인현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김인현 교수는 운송계약의 종류, 운송수단과 지리적 범위, 운송인의 책임제도, 화주의 의무와 책임, 처분권 및 수하인에 대한 화물의 인도, 관할과 중재 등으로 나누어 우리나라의 상법과 헤이그 비스비 규칙을 비교한 뒤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분야별로 운시트랄에서 추진하는 방향과 성안 상황을 알기쉽게 정리해서 설명했다. <이날 발표내용 전문은 논단에 별도 편집돼 있음>

 

항해과실 면책규정 폐지에 업계 주목
여러 조항중 업계의 관심은 운송인의 책임부문에 집중됐다. 운송인의 책임조항 중 항해과실의 폐지가 쟁점사항이 됐다. 운송인의 항해과실면책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이용되는 면책제도이지만, 10년이상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미국은 이 조항과 이해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화주국의 공세가 매우 거센 결과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고 김교수는 전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해운국인 일본과 그리스, 덴마크 등은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어 이들 국가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관련 김교수는 “항해과실면책제도의 필요성이 아직도 상존하므로 마지막 조약 채택 외교회의에서 항해과실의 경우,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화주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만 변경되어도 좋을 것”이라는 사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윤민현 전무는 항해과실책임제도의 폐지가 해운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윤전무는 이 제도가 폐지되면 사고발생시 거의 모든 책임을 선주가 부담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보험료의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경우 P&I에 가입하지 않은 선사는 앞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해운업계가 과연 이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동참했는지 되물으며 이 조약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P&I 미보험선사 생존하기 힘들 듯”
두 번째 주제발표(스털리 교수)에 대한 토론에서 최종현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항해과실 면책 규정 폐지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선박충돌이나 침몰, 좌초 등의 해난사고에서 항해과실 면책을 비교적 쉽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어서 관련 면책규정이 폐지되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 변호사는 “항해과실 면책규정을 폐지할 경우 법경제학적인 분석으로도 화주측에 유리한 지 분명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동 규정 폐지로 화주측은 적하보험료 인하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운업계가 지는 부담을 운임인상으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상황을 따져보면 항해과실 면책규정이 화주 측에 유리한 것만도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한국이 참가하지 않은 운시트랄 운송법 초기회의에서 다수 국가 의견에 따라 항해과실 면책규정 폐지가 결정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운임인상으로 이어지면 하주도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이태종 부장판사도 항해과실 면책과 관련해 “상사과실과 항해과실을 구별하고 항해과실에 관해 운송인의 면책을 인정해오던 것은 헤이그나 헤이그-비스비 규칙에서 인정해온 바와 같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운송인의 책임영역과 선주의 책임영역을 나누어 선주의 책임영역에 있는 부분에 관해 운송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있는 제도”라며 운시트랄에서 항해과실 면책을 삭제하고 입증책임의 문제로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태종 부장판사는 “운송인이 관여할 수 없고, 별도의 주체인 선주의 고용으로 관여하는 선장과 해원 등의 과실에 대해 운송인이 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입증책임의 문제는 소송법상의 문제인데, 오랜 역사를 가진 해상법 자체의 문제를 입증책임의 문제로 떠넘기는 것은 해상법 측면에서 이론적인 정교함이 오히려 퇴보하는 결과이다. 소송에 이르지 않고 해결되는 수많은 분쟁에서도 입증책임과 관계없이 항해과실 면책을 주장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항해과실면책규정의 폐지는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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