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항만이 난개발 후유증으로 곪아터지고 있다.


부산항은 북항이 재개발에 들어가며 북항에 위치한 부두운영사들이 재개발지역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하고, 광양항은 물동량에 비해 부두가 과잉 개발되며 운영권을 반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항도 내항 재개발에 앞서 공사를 시작한 북항이 9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나 전체 처리능력의 10%도 안되는 물량을 처리하며 1년 넘게 개장도 못하는 부두가 속출했다.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목표로 성장가도를 달려왔던 국내 항만의 개발정책도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 정부가 개발비용이 없어 민자사업을 도입했으나 1년 동안 운영해본 결과, 매년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비용만 수백억원씩 지불하게 생겼다. 또한 부두개발을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이자비용만 따져도 수십~수백억원이 된다.


야심차게 외쳐왔던 항만노무인력공급체계 개편으로 상용화를 이뤘지만 항만물동량이 없는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화물량에 상관없이 1인당 매월 300~400만원의 급여가 지급되고, 새로운 부두가 만들어지면 기존부두 인력을 활용하지도 못하고 30~40명씩 새로 채용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부산항이 세계 5위 항만이 되면서 한반도 지도를 거꾸로 놓고, “한반도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가 될 것”이라고 외쳤던 전문가들은 모두 어디 갔는지 모른다. 항만 개발논리를 펼쳐오면서 부산항이 상해항과 경쟁에서 뒤지면 안된다는 조급함이 앞섰고, 광저우, 선전, 청도도 개발하는데 우리 항만도 인프라측면에서 뒤지면 안된다는 주장이 너무 강했다.


상해항은 지난해 컨테이너처리물량이 싱가포르항만을 제치고 세계 1위 항만이 됐다. 5년 전부터 상해항이 싱가포르항만을 제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경제위기와 맞물려 시기가 늦춰졌을 뿐 이제는 50만teu이상의 격차를 벌려놓았다.


제3차 항만기본계획 수립에 앞서 과거를 한번 되돌아봄직도 하건만, 공청회에서는 또다시 물동량 예측치와 개발계획만 늘어놓았다. 국민의 혈세로 모아진 국가예산을 집행하는데 정부와 학계에서 너무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년 동안 계획을 세워 항만을 만들어놨다면 그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우리항만은 지난 5년간 비전도, 목적도 없이 진흙탕 싸움을 지속해왔다. 정부에서는 기본계획에 따라 인프라 확충을 위한 채찍을 가해왔고, 기업에서는 화물감소와 부두의 난개발로 인한 저단가 과잉경쟁을 일삼아왔다. 정치권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리품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지역항만에 개발열기를 불어넣었다.


항만당국은 갑작스런 경제위기로 물동량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른 과잉경쟁이 심해졌다고 하지만, 이러한 위기도 예측할 수 있어야 정말 훌륭한 계획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100년지계도 아닌 10년 계획을 세우면서 보다 치밀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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