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가 새해 보험갱신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CEO직에 대한 외부의 ‘인사압력’에 휘말려 어수선하다. 이에 KP&I의 고객인 해운업계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KP&I의 수장에 공무원의 낙하산 인사는 안될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낙하산 인사압력은 고위직 공무원의 퇴직후 일자리보장 압력이 관련업단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더욱 관련업계의 빈축을 샀다.


해운업계 회전문 인사는 해운조합과 KL-Net, 해양환경관리공단, KP&I가 연관되어 있다. 임기만료로 단체장이 바뀐 해운조합에서 시작된 낙하산 인사는 1년여 임기가 남아있는 KL-Net 사장직에 영향을 미쳤으며, 한편에서는 올해 1월 21일로 임기만료된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직과 KP&I CEO직이 연계된 낙하산 인사가 타진되었다는 소문으로 비공식적인 인사압력 사실이 알려졌다. 1월 27일 현재 관련인사는 유보된 상태로 있다.


이렇듯 해운관련 퇴직공무원들을 둘러싼 인사파문은 최근 전반적으로 회전문식 낙하산 인사가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성이 강한 KP&I에 대한 인사압력설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는 정부나 민간 공히 그 자체만으로도 ‘적절치 못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국민정서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안이다. 더욱이 임기가 남아 있는 경우의 낙하산 인사는 그 부당성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임기는 법적으로 보장된 기간이므로 본인의 의사에 반한 인사압력은 무리가 따르게 마련이다. 여기에 그동안 전문가를 영입했던 자리에 시도되는 관료출신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과 논란은 건강한 사회의 반응일 것이다.
KP&I는 ‘한국해운의 보험인프라’ 역할을 맡아 국내 선주들에 의해 설립된 전문성이 강한 특수법인이다. 따라서 정책에 힘입어 탄생했지만 설립 당시부터 해운과 보험분야에 오랜 경험과 네트워크 갖춘 전문가에게 수장을 맡겨 왔고, 현 재임자도 공모를 통해 영입했으며 아직 1년 6개월여의 임기가 남아 있다.


KP&I가 10년만에 연간 2,640만불의 보험료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전문성이 기여한 바 크다고 평가되고 있다. 해운업계가 KP&I CEO직에 대한 인사압력에 반발하는 것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해상보험분야라는데 연유한다. 특히 P&I보험의 갱신(2월)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국제클럽으로의 도약을 시도하는 과도기 국면에서의 ‘부당한’ 인사개입은 어렵게 이루어놓은 성장기반마저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KP&I가 현재의 성장세를 지속하도록 지원하려면 전문가 기용이라는 당초취지를 유지하는 것이 ‘해운강국’을 지향하는 정부시책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본다.


정부는 최근 해운관련단체와 기관의 장에 대한 일련의 인사파문과 구설이 낙하산 인사와 임기보장, 전문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제기된 문제임을 숙고해 ‘정당한’ 인사를 펼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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