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기사의 경력경로관리가 필요한가?
해운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육상, 해상 모두 내부에 그 업무의 중핵이 되는 선박운항능력과 이에 뒷받침된 관리 및 감독능력을 갖춘 우수한 기술자 집단인 海技士의 확보가 필요하다. 최근 해운을 둘러싼 국제 환경은 선박의 기술혁신, 국제적인 안전기준의 강화, 보안의식의 고양 등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해운업의 안전성, 안정성, 신뢰성의 확보, 해사기술(海技)의 세대간 전승 등을 가능케 하려면 해기사를 안정적, 계획적으로 확보하여 육성하는 것이 국가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선박직원(선장, 기관장, 항해사, 기관사)은 부족하지만 갑판원, 기관원 등의 부원은 과잉인 수급구조가 정착되어,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선복량을 담당할 선박직원 부족이 한층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선원 공급국의 사정변화로 안정적인 해상수송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면 일정규모의 우수한 외항 해기사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해기는 일단 세대가 단절되면 다시 확립하는데 매우 긴 시간과 노력,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해기사의 확보, 양성, 경력관리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없이 현재의 국면을 방치하면 가까운 장래에 해상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기능이 포함된 ‘해양 DNA’가 손실되어 국가적으로도 치명적인 악영향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유능한 해기사를 확보하려면 바다의 매력과 해기사의 직업적 매력 및 중요성을 폭넓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 각국에서 해기사는 1)바다의 중요성에 관한 사회적 인지도가 낮고, 2)선원을 지망하는 유능한 인재를 모집하기 곤란하고, 3)선원이 되는 그 자체가 매우 어렵고, 4)선원의 힘든 직장환경 및 노동환경, 5)경력향상(Carrier Up, 경력관리)을 위한 환경이 충분하지 않고,  6)선원 및 육상관리자 전체를 통하여 해기사로써 일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캐리어패스(Carrier Path, 경력관리경로)가 불명확하고 7)국가에 따라서는 선원직업의 사회적 인식이 낮다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차세대를 담당할 청년층이 안심하고 선원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환경은 아니다.


어떻게 해기사의 경력경로관리를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우수한 해기사의 확보를 위하여 선진 해운국은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해기사의 확보 및 육성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기본 개념을 정리하면 선원을 ①모집하고 ②육성하고 ③경력향상을 도모하고 ④육상해사전문가로 변신하도록 지원하는 4가지의 기본시책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해기사를 육해상을 아우르는 해사전문가로 성장하도록 경력향상을 도모하는 경력경로관리를 어떻게 정책적으로 담아 낼 것인가에 우리나라해기사의 미래도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06년 현재 해상직 해기사의 평균 월급여가 70여만엔인데 반하여 육상직 500인이상기업의 평균월급여는 45만엔으로 3배이상의 차이가 나던 20년전과 비교하면 선원직에 대한 매력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전성기에는 자국선에 승선하는 해기사를 중심으로 6만여명의 외항해기사가 있었지만 현재는 2천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2천여명으로는 해사국가 일본의 미래가 없다는 인식하에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해기사의 모집과 양성, 경력경로관리에 대하여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선원이 되려는 젊은이에게 일생을 선원으로 끝내는 것이 아닌 해사전문가로서 경력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지 않고는 우수한 젊은이를 확보할 수 없다는 차원에서 일본정부도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덴마크, 싱가포르 등도 마찬가지이다.


덴마크의 경우, 선원양성에 관한 교육제도를 개혁하여 해기사양성교육기관을 졸업하면 해기사면허와 함께 석사학위도 취득이 가능하도록 하여 다양한 육상부문의 해사관련분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가 민간과 협력하여 해사클러스터펀드를 조성, 해기사가 되고자 젊은이의 경력관리를 위한 다양한 교육제도를 마련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원의 경력 향상을 도모할 것인가? 첫째로는 선원직업의 매력도 향상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에게 선원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원이 된 젊은이이가 경험을 쌓아가면서 경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여 직업으로써의 선원의 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급자격의 조기 취득이나 선장, 기관장의 조기승진, 내외항의 장벽을 넘은 전직, 소형 선박에서 대형선박으로의 전선 등 경력 향상이 용이하도록 환경정비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또 중소형 선박관리업체의 대형화는 해운사업자의 경영기반안정화 및 안전운항의 확보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충실한 체제하에서의 교육 및 훈련을 통한 고도의 기능 획득으로 선원의 경력 향상을 도모하는데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다.


둘째로는 선원의 육상해사전문가로의 변신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선원을 둘러싼 환경변화로 해상뿐만 아니라 육상에서도 선원이 가진 고도의 선박운항기술이나 풍부한 해상실무경험이 필요한 업무가 다수 생겼다. 이러한 업무는 선박관리 및 감독자(SI)나 도선사, 조선소의 독마스터(Dock Master)등 직접적으로 바다나 선박에 관련된 직업이외에도, 보험업, 금융업이나 기업경영 등의 폭넓은 부문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선원교육훈련기관의 교관, 해기시험관, 해난심판관 등 공적인 해사관련분야에서도 폭넓은 수요가 존재하고 현재도 다수의 선원경험자가 ‘육상해기사’로서 이러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운업 등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구축이 시도되면서 해기사출신의 업무영역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해사전문가로의 경력경로관리를 위한 체제와 제도 등의 정비
육상해사전문가로의 변신은 생애전반에 걸친 직업 및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이다. 그러나 해기사가 육상에서 수행하는 업무 중에서 도선사이외의 업무는 자격제도나 경력 향상을 위한 체제가 아직 정비되지 않고 있으며 내외항을 통하여 선박관리부문 등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육상해기사의 사회적 지위나 육성시스템이 명확하지 않은 업무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해기사의 경력 경로를 고려한 새로운 ‘선원의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관점에서 육상해기사에 관련된 자격제도의 신설을 축으로 선원으로써의 경험을 살린 새로운 활약이 기대되는 신 분야(새로운 경력경로모델, Carrier Path Model/Business Model)를 명확히 하는 등의 정책을 충실하게 하고 선원의 육상해기사로의 변신을 강력하게 지원하여 해사산업의 직업적 매력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선박관리업무는 외항분야에 관하여 국제적인 안전 확보 수요가 높아지는 등 보다 업무내용이 고도화, 복잡화됨과 동시에 선사의 선대확충으로 업무량도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선박관리 및 감독자(SI)는 일반적으로 선박운항능력 및 그에 뒷받침된 관리 및 감독능력을 갖춘 자로 인식되고 있지만 그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격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원래 선박관리 및 감독자(SI)에게 요구되는 지식의 범위나 레벨, 또는 직무 범위에 관하여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공통이해가 불충분하다. SI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들의 위상을 명확히 하고 효과적인 육성을 위한 기반정비를 도모할 필요가 있어 SI에 관한 자격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이 자격제도의 신설로 선박운항에 관한 안전 확보, 나아가 해운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선박운항능력의 중요성이 재인식됨으로써 선원(해기사)의 직업으로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 선원의 경력 향상에 관한 인센티브 부여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선박관리 및 감독자(SI) 등 육상해기사가 담당하는 민간업무에 관한 새로운 자격제도의 신설, 둘째, 관련업계와 연계하여 육상해기사의 위상적립과 업무내용의 명확히 하여 육상해기사가 활약할 수 있는 장의 확대, 셋째, 육상해사전문가로 변신 시에 참고할 수 있는 정보를 충실하게 하기 위하여 국토해양부 선원정책과를 중심으로 육상해기사의 채용정보 등 적극적인 공개, 넷째, 유럽 등 선진해운국가의 해기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참고로 한국 해기사의 사회적 지위나 육성 시스템을 명확히 할 수 있는 방안 강구, 다섯째, 보다 해기사에게 고도의 해사지식인 선박금융, 해사법, 국제물류관리 등의 분야를 체계적으로 지도가능한 해사전문대학원의 신설 등이 필요하다.


젊은이를 선원으로 일생을 마치게 하면서 우수한 해기사를 확보하고 세계적인 선박관리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단순히 선박조종만을 전문으로 평생을 바다에 매골하라고 고임금으로 유도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정책당국뿐만 아니라 선사를 비롯한 업계관계자도 인식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해기사를 지망하는 젊은이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만 우수한 해기사 확보와 함께 해양한국의 미래도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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