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은 선박, 운항, 관련거래 등 3대 요소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선박의 운항부문에서 환경규제가 복합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녹색해운이라는 패러다임이 선박의 운항부문에서 아주 빠르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환경오염을 규제하려는 목적으로 제정했거나 제정작업을 진행 중인 국제협약이 12건에 이른다. 이 12개 협약 중 8개의 협약은 이미 발효 중이다. 그리고 나머지 4개 협약 중 발라스트수관리협약과 선박재활용협약은 이미 제정되어 발효요건을 충족시켜가는 상황이고, 온실가스(GHG)협약과 시장기반조치(MBM)는 준비단계이다.


이미 발효 중인 협약의 경우 해운회사들이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으로 적용될 4가지 협약의 적용문제는 우리나라 선주 또는 해운회사들의 중요한 당면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IMO는 온실가스협약의 핵심 쟁점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EEDI)와 에너지효율운항지표(Energy Efficiency Operation Indicator, EEOI)의 적정수준을 2011년 중에 확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EEOI를 충족하는 선박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을 차별대우하기 위해 논의 중인 시장기반조치도 과세도입 또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방향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발효될 4개의 협약은 선박운항측면에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있으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들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발라스트수를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선박은 입출항이 규제되기 때문에 항만에 입출항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유해물질목록과 배치도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거나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선박도 항만입출항이 까다로워질 것이다. 나아가 EEDI나 EEOI를 충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항만에서 각종 간섭을 받게 되고, 환경오염에 대한 벌과금으로 세금을 추징당하거나 온실가스배출권을 매입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협약의 제정 및 발효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EU 또는 그 국가들의 일부는 이미 단독으로 앞장서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IMO 협약보다 더 강력한 규제내용을 더 빠른 시기에 시행해가고 있다. 녹색해운에 관한한 EU지역은 국제협약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국가들은 자국영해에 들어오는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종류를 제한하고 있으며, 선박의 운항속도도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EU는 2회 이상 지적되는 선박을 회색리스트에 등재시키는 회색리스트(Gray List)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볼 때 선박이 녹색운항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매우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운항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는데 있다. 우선 선박재활용협약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해물질목록을 작성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선박재활용협약의 내용에 따르면 10만 척이 넘은 현존 운항선박들이 협약발효 5년 이내에 유해물질목록을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전문인력이 양성되지 않으면 목록을 작성하기도 어렵지만, 작성된 목록을 확인해줄 인력이 부족하면 목록작성이 완료되기도 어렵다. EEOI를 충족시키는 것도 그리고 그 충족내용을 유지·관리하는 것도 전문인력이 부족하면 쉽지않은 과제이다.

 

이러한 환경관련 내용들은 해양오염뿐만 아니라 대기오염과 인체오염에 관한 사항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쉽게 처리할 수 없는 사안들이다. 따라서 녹색해운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선박들이 녹색운항조건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큰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녹색운항조건의 충족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작업이 지연되는 만큼 사업기회는 달아나고 말 것이다.


우리 모두가 유념해야 할 일은 이러한 운항조건만 충족시킨다 하여 우리나라 해운이 녹색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박운항의 녹색화 지향점은 무공해운항이다. 이러한 비전은 무공해선박을 개발해야 달성할 수 있다. 현재 사용하는 연료로는 무공해 운항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유럽과 일본 등은 민관 합동으로 녹색선박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미래 해운시대에 낙오되지 않으려면 녹색선박을 개발하여 실용화시킬 수 있는 우수한 녹색인력이 필요하다.


녹색해운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과정에서 살아남으려면 체계적이고 대대적인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기존 인력의 재교육뿐만 아니라 태생이 녹색인 새로운 인력양성도 필요하다. 인력이 없으면 모든 조치와 노력이 무용하게 된다.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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