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운회사들은 선박의 활용 폭이 너무 좁고, 단순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가 없다. 외국에서는 선박을 활용하는 비즈니스가 다양하다 못해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우선 기후변화협약의 영향으로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의 해양오염 및 대기오염을 보다 강력히 규제할 수 있는 국제협약을 제정하고 나섰다. 2-3년 이내에 선박의 환경오염에 대한 전례 없이 강력한 국제협약이 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민간부문에서는 해운회사, 조선소, 보험사, 금융권이 합동하여 선박의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선박을 개발하여 상용화시켜가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LNG추진방식의 친환경 선박을 이미 상용화 시켰다. 선사들에게 인도한 LNG추진 선박이 벌써 6척이나 된다. 스위스에서는 민관합동으로 완전 무공해 태양광 선박 ‘MS Turano Planet Solar’호를 독일 조선소에서 완공하였으며, 지난 9월 27일 모나코항을 출항하여 14개월 여정의 세계일주 항해를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해상운송의 그린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녹색해운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선박의 해상활동이 환경규제로부터 자유를 선언해가고 있는 것이다. 완전한 자유를 인정받게 되면 인간의 기술력이 선박에 집중 투여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로는 해상에서 선박의 기능이 단순한 수송활동을 벗어나 채취, 생산, 물류 활동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 Offloading)선박의 보편화 현상이다. 이 선박의 보편화가 시사하는 것은 앞으로는 육지에서처럼 해상에서도 1차산업(채취, 개발), 2차산업(생산, 가공), 3차산업(다양한 서비스)이 구분되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해상경제가 입체적으로 구성될 것이며, 선박은 이러한 해양경제시대에 기본적인 활동수단(시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선박은 어류나 해조류는 물론이고 해저 광물자원을 채취하여 가공 또는 생산하는 시설이자 그 생산물을 저장 또는 수송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각종 해상시설물에서 필요로 하는 자재나 부자재를 공급하는 역할도 수행할 것이다.


세 번째 선박의 혁신은 인간에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즉 선박이 인간의 해상생활 또는 해저생활의 기본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는 점이다. 인간의 여행과 사교활동 공간으로 활용되어 온 크루즈개념이 인간의 해양거주 및 생활개념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러한 선박의 개념혁신은 2002년에 ‘The World(2002)-The World of ResidenSea’호가 완공됨으로써 이미 시작되었다. 이러한 거주개념의 선박은 ‘The Four Seasons’호, ‘The Orphalase’호, ‘The Magellan’호로 이어지면서 영구거주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선박의 선실은 필요할 때 운임개념의 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라 아파트 분양하듯 분양되고 있다. 따라서 소유권자는 아파트를 이용하듯 선박의 거주공간을 이용하게 된다. 인간의 해상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보다 혁신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선박을 도시개념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해상도시선박인 ‘American World City’호를 개발하고 있다. 선박에 설치되는 고층 빌딩 3개 동에서 인간의 도시생활이 이루어지게 된다. 


위의 첫 번째 사례인 친환경 선박의 개발은 선박이용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선박운항의 중요한 장애물인 환경오염을 극복하려는 노력인 것이다. 유조선의 원유창고화 사례에서 보듯이 이러한 선박이용 혁신은 보다 다양한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심화되고 있는 선박공급과잉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사례는 선박기능혁신에 해당된다. 선박수송기능 외에 채취기능, 생산기능, 가공기능, 물류센터기능이 활성화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위의 세 번째 사례는 선박의 개념혁신에 해당된다. 선박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아파트가 있고, 학교가 있고, 병원이 있고, 마트가 있고, 관공서가 있고, 체육관이 있으며, 문화센터가 있는 그래서 현재 육지에서 누리는 생활이 그대로 바다로 옮겨가고 선박은 이러한 시설의 복합공간이 되는 것이다.


결코 상상의 일이 아니다.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변화다. ‘15,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을 몇 척이나 보유하고 있느냐, 케이프사이즈 벌크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 VLCC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 이러한 이슈들은 선박의 수송개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선박을 아무리 많이 보유해도 미래의 새로운 선박패러다임이 도래하면 국제경쟁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해운업계는 수송기능에 그것도 화물수송에 너무 전력 질주한다는 느낌이다. 외국에서는 선박의 이용혁신, 기능혁신, 개념혁신 등 3대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에 너무 몰입되어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도 준비해야 한다. 늦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배제할 수 없다. 보유하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의 최소 5% 정도는 미래 패러다임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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