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종 관 연구위원/연구본부장물류항만연구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임 종 관 연구위원/연구본부장물류항만연구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중국 물류시장이 비용 또는 장비 경쟁시대에서 네트워크 경쟁시대로 전환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해운회사, 항공회사, 택배회사 등을 포함한 모든 물류관련 회사들은 인식의 전환과 함께 중국시장 네트워크 구축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나 인적, 관습적 장벽시대에서는 후발주자들도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으나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되어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이르기까지는 중국시장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꽌시”라는 개념이 상징적으로 강조되어 왔을 뿐이다. 중국시장의 발전 단계상 네트워크가 크게 강조되기 어려웠던 것이다. 우선 수송수요가 지속적으로 폭증함으로써 공급관련부문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공급관련 부문이 화물유치의 관건이었다.


수출입화물의 해상운송관련 부문을 회고해보면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이나 모두 부족하였기 때문에 수송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하물며 중국의 항만부족으로 체선체화가 극심하여 선박 공급량을 더욱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다소 과장하여 말하자면 화주는 운임을 묻지 않고 선박스페이스나 컨테이너박스만 확보할 수 있으면 화물을 맡기는 형국이었다. 도로나 공항도 부족하였으며, 철도는 턱없이 부족하였다.


수출입화물의 출발지와 목적지도 해안선에서 가까운 연해지역에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장거리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약하였다. 도로운송, 해상운송, 철도운송, 항공운송이 제각각 추구되었고, 지역간 연결도 어려웠기 때문에 서비스 통합이 어려웠다. 그래서 종합물류서비스를 위한 국제네트워크 구축은 일부 선진국 물류회사만 추구해왔다. 특히 중국시장은 벌크화물의 경우 수입화물이 월등히 많고, 컨테이너화물의 경우 수출화물이 월등히 많았기 때문에 해상운송도 편도운송 위주였다. 따라서 수출입 물류네트워크의 경제성이 취약한 여건이었다.


중국의 물류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 때문에 중국시장이 운송단계에서 물류단계나 공급사슬관리(SCM)단계로 발전하기 어려웠다고 평가한다. 즉 중국시장은 지역별로, 부문별로, 이해관계자별로 모두 제각각 행동하는 운송시장이었지 물류시장은 아니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내년에 시작되는 12차 5개년 계획시대(12.5시대)에는 네트워크관련 모든 환경이 급변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여건이 네트워크에 유리한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계기로 해운시장도 수요초과에서 공급초과로 180도 전환되었다. 따라서 화주들에게는 선박 스페이스나 장비보다는 운임이 중요하게 되고, 운임보다는 네트워크 관리가 중요해지게 된다. 특히 중국의 항만, 도로, 공항 등 인프라가 대대적으로 확충되었기 때문에 운송적체가 크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선박의 회전률이 높아져 선박공급 초과의 증폭효과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저운임시대에는 네트워크만이 고운임화물을 확보할 수 있다.


수출입화물의 출발지와 목적지가 연해지역에서 중국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네트워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높여갈 것이다. 중국은 면적이 미국과 비슷한 대륙국가이다. 서부대개발정책, 동북진흥정책, 지역간 균형발전 정책, 도농 조화정책 등은 모두 화물의 O/D를 확산시킬 것이고, 그 결과 네트워크 확장이 절실히 필요하게 된다.


글로벌 소비시장에 대응하는 중국의 생산체제 변화도 네트워크 중요성을 높여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중국 연해지역 일부에서 완제품을 생산하여 선진국 소비시장으로 수출하는 시스템이 중국시장을 지배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내륙개발 및 내수진작정책으로 수출일변도의 연해지역 생산체제에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연해지역-내륙지역 분업생산체제로 수출과 내수 모두 커버해갈 것이므로 중국 물류네트워크의 규모 경제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또한 인건비, 토지 임대료, 사무실 임대료, 외자기업 우대조건 폐지 등으로 중국의 생산라인이 동남아로 이전 또는 확산될 수 있고 이 경우 중국-동남아 분업생산이라는 새로운 국제물류네트워크가 필요해진다.


무엇보다 중국의 물류관련 정책전환이 네트워크 역할을 크게 강화시켜갈 것이다. 중국은 12.5기간의 물류계획과 관련하여 ‘확장, 향상, 융합, 경쟁’을 정책의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 ‘확장’은 시장의 규모, 기업의 규모, 네트워크의 규모를 확장시키는 개념이다. ‘향상(업그레이드)’은 운송단계를 물류단계 또는 공급사슬단계(SCM)로 향상시키려는 개념이다. 첨단화, 정보화, 경영선진화, 정책선진화 등도 모두 이 개념에 포함된다. ‘융합’은 물류와 농업, 제조업, 상업, 무역 등을 긴밀하게 결합시키려는 개념이다. 지방간 시장 통합이나 조화도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은 네트워크 중요성 제고에 가장 우호적인 개념이다. 운송부문별로 서비스경쟁과 운임경쟁이 치열해지는 경우 이 모든 부문을 통합하여 관리하는 네트워크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시장은 그동안 수요가 폭증하였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최근 4-5년간 공급도 대대적으로 늘려왔다. 그래서 중국시장의 남은 문제점은 수요부족도 아니고, 공급부족도 아니다. 수요과 공급이 효율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네트워크가 부재하거나 발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중국의 한 물류전문가가 하는 말인즉, 중국회사들은 수익성이 점점 박해지는 운송부문에서만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으며, 수익성과 진입장벽 효과가 큰 네트워크부문은 선진국 회사들이 선점하고 있다고 걱정한다. 외국회사들이 네트워크를 선점하면 중국인들도 물리치기 어렵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지나간 호황기에 네트워크를 구축해놓았던 선진국 물류회사들은 개방되고 자율화되는 중국시장에서 상당히 유리한 경쟁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류회사들도 중국시장의 네트워크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중국시장의 12.5기간은 상업적 네트워크가 대대적으로 구축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10년쯤 후에는 중국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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