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종 관연구위원/연구본부장물류항만연구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임 종 관연구위원/연구본부장물류항만연구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운송은 출발지와 목적지가 전제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의 운송사업을 영위하려면 기본적으로 3가지 네트워크를 운영해야 한다. 첫째는 화주로부터 화물을 유치하는 마케팅네트워크가 필요하고, 둘째는 화주가 위탁한 화물을 지정된 출발지에서 지정된 목적지로 이동시키는 운송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화물의 운송을 서류로 완성하는 계약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운송업은 네트워크경영의 샘플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운송회사의 경쟁력을 말할 때 차량, 기관차, 선박, 항공기 등 운송수단의 구입원가와 운송수단에 탑승하는 승무원의 임금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요소비용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최종 기준으로는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초과하는 덴마크의 머스크사가 세계 컨테이너선 운송부문의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건비가 비싼 나라에서 세계 최대 선사가 유지된다는 것은 해운의 경쟁력에서 요소비용보다는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케팅네트워크는 얼마나 넓은 범위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을, 그것도 얼마나 고가의 화물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치하느냐를 좌우한다. 마케팅네트워크는 회사의 수익력을 결정하게 된다. 운송네트워크는 차량, 기차, 항공기, 선박 등 운송수단과 이들 운송도구를 수용해주는 정류장, 터미널, 공항, 항만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 운송네트워크가 이용하거나 소모하는 각종 장비와 기자재 등도 네트워크의 일부를 구성한다. 이 운송네트워크는 그 구입비용도 중요하지만 운영비용은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차량구입비 보다는 차량운영비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운영의 기회비용은 더욱 중요하다. 승무원의 임금보다 네트워크 운영에서 차지하는 승무원의 역할 및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운송네트워크는 초기 구입비용보다는 운영비용이 중요하고, 운영비용보다는 운영성과가 더욱 중요하다. 운영성과는 수익력을 제고시켜줄 뿐만 아니라 고객의 신뢰감에 결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케팅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계약네트워크는 마케팅네트워크와 운송네트워크의 성과를 유도하여 완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계약네트워크가 잘못 구축되면 네트워크운영성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나타났다가 곧바로 외부로 누출될 수 있다. 채용계약, 운송계약, 대리점계약 등 계약당사자에 관련된 문제나 계약서 이행문제는 매끄럽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국제해상운송에는 수많은 계약이 수반된다. 그리고 모든 네트워크는 계약서로 인해 구축된다. 운송사슬의 어느 한 부문에서 활동을 잘못하여도 문제이지만, 활동을 아무리 잘 하여도 계약서가 잘못되어 있으면 네트워크가 와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1세기에는 이 네트워크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함축하는 의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네트워크환경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우선 마케팅네트워크의 기본 대상인 화주에 있어서 중국인들과 중국기업의 역할이 커졌고, 사용하는 언어에서도 중국어의 역할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마케팅의 장소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중요성은 운송네트워크에서 더욱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자리잡아감으로써 해상수출화물의 출발지가 중국으로 집중되어왔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상품의 생산지가 중국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해상항로 또한 자연스럽게 중국항만으로 집중되었다. 따라서 중국의 항만시설, 도로시설, 장비운영여건 등이 운송네트워크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계약네트워크에서도 중국관련 계약과 중국어로 작성되는 계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미국, 일본, EU를 대상으로 운영해온 마케팅, 운송, 계약 등의 네트워크에 중국요소가 깊숙이 파고 든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네트워크의 무게중심마저 이동하고 있다.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 등이 부상하면 이러한 네트워크환경의 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파견된 직원은 단순히 중국에서 생산되는 화물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네트워크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글로벌 네트워크에 중국색깔이 진하게 변하면 경영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느 다국적 기업은 연간 예산을 편성할 때 총액을 정한 다음 중국지역 예산을 1차로 편성하고, 나머지 액수로 여타지역 예산을 편성한다고 한다. 참고해야 할 사안이다. 글로벌네트워크의 중국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도, 러시아, 브라질,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이 글로벌네트워크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고 있다. 아직도 서구 중심의 네트워크 운영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인력의 사고에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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