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연 신한국선박금융(주) 대표이사
김 연 신한국선박금융(주) 대표이사
쌀 300가마니를 절에 시주하면 평생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신 아버지가 정상인으로 변하게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정상인으로 변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이다. 그래서 ‘닭아 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는 간다. 나는 이제 가려니와 가엾은 울아버지.......’로 시작되는 심청이가 출발하는 날 읊는 사설이 그렇게 슬픈 것이다. 매우 적은 가능성을 위하여 엄청난 재물을 투자한다는 사실, 그 재물을 마련하기 위하여 자기의 몸을 희생하기로 하였다는 점, 그 밑바탕에 아버지를 위한 효심이 존재한다는 갸륵함, 이런 것들이 뒤엉켜서 심청전을 눈물나는 민족의 서사로 만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심봉사가 쌀 300가마니에도 불구하고 눈을 뜨지 못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은데다가, 요행 눈을 뜬다 하여도 젊은 딸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것이고, 시각장애인으로 딸과 함께 잘 살던 아버지는 정상인으로 산다 하나 사랑하는 딸 없이 외롭게 살아야 할 판이니 쌀 300가마니의 투자의사 결정시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각설.


쌀 300 가마니 뿐만 아니라 모든 현금의 이전 행위는 위험을 수반한다. 세상에 위험이 없는 현금의 이동은 없다. 다만 위험의 정도가 다를 뿐이다. 위험의 정도가 상당히 낮은 거래는 원금의 상환에 대하여 특별한 보장이 첨부되어 있는 경우이다. 보증부 사채, 국가가 원금의 상환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해경 거북선 선박펀드 같은 것들이다. 엄격히 말하면 보증부 사채라 하더라도 보증하는 주체에 무슨 변고가 생겨서 보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지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국내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예금할 돈이 많은 사람들은 원금의 손실 없이 돈을 보관해 놓을 수단을 찾느라 골몰했다.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루머가 돌기 시작한 은행에서 예금이 이탈하여 위험하지 않거나 원금의 상환이 법으로 보장된 곳으로 옮아갔다. 이 때 해당 시중은행의 이자율은 년리 약 4% 정도였고, 안전한 곳으로 알려진 국책은행은 3% 초반이었다. 5천 만원 이하로 돈을 쪼개어 저축은행에 예금할 경우 안전과 높은 이율 두 가지를 모두 얻었다.


이것은 4%의 이율은 그만큼 높은 위험, 3%의 이율은 그만큼 낮은 위험을 의미하는 좋은 예다.


뒤집어 말하면, 모든 수익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내포된 위험이 현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생길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은 각자의 판단이다. 높은 수익을 표방하는 금융상품은 높은 위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하여야 한다. 비유하여 말하자면 수익률이라는 것은 위험성이라는 효모를 속에 감추고 부풀어 있는 빵 같은 것이다. 빵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면 효모도 크게 들어있는 법이다.


수익률이 가장 큰 상품은 로또이다. 일등으로 당첨되면 수백만 배의 보상을 가져다 준다. 그러나 위험성도 매우 크다. 로또에 당첨되지 않을 확률은 99% 정도 될 터이다. 수익률이 가장 낮은 상품은 국채이다. 년리3% 정도이나 원금 보장 확률은, 우리나라의 존속 확률과 같다.


결론은 단순하다. 위험성과 수익률은 반비례하는 법이라는 것이다. 이 반비례의 법칙을 망각하면 불행한 일이 생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위험성을 계산하지 않으면 별의 아름다움에 취해 밤길을 걷다가 물웅덩이에 빠지는 사람같이 된다.


요즈음 정기예금 이자율이 4%를 조금 못미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최대 수익률이 그 두배 즉 년리 8% 정도인 상품이 합리적인 투자대상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위험성이 증대되지만. 수익률이 정기예금 이자율의 두 배가 넘는 경우 매우 경계하여야 한다. 위험을 피하여 높은 수익만 취하는 행복한 경우도 있겠지만, 높은 수익을 달성하지 못하고 원금 손실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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