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북항 위기설, 글로벌 선사 신항으로 발길 돌려

신항 18개 선석 운영, 올해 물동량 45% 처리 예상

부산항 신항 1-1단계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 PSA·한진) 3선석과 2-2단계 현대상선터미널 4선석이 본격 운영에 들어가며 신항과 북항 운영사간 화물유치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글로벌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전용터미널을 오픈하면서 북항에 기항하던 얼라이언스 선사들까지 신항으로 옮기게 됐다. 이에 따라 신항 물동량은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북항 처리량은 매월 두 자리 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예고되어 왔지만 물량이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허치슨터미널은 5월부터 감만부두의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부산항 운영사들에게 위기의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됐다.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터미널은 북항 5개 터미널 8개 운영사에 이어 신항 5개 터미널 7개 운영사가 가세하며 10개 터미널 15개 운영사가 참여하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국내 수출입 화물의 63%를 처리하는 부산항은 글로벌 경기위기 속에서도 세계 5위항만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지난해 물동량은 수출입화물이 전년 동기대비 14% 감소한 656만 8,000teu, 환적 7.5% 감소한 537만 2,000teu로 총 10.9% 감소한 1,198만teu를 기록했다. 총 물동량 기준으로는 2005년도 처리량 1,184만 8,000teu과 비슷한 수준이며, 환적화물은 2006년도 520만 9,000teu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세계 6위항만인 광저우항이 1,119만teu를 처리하여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두바이가 1,112만 4,000teu(전년비 5.4% 증가), 닝보가 1,050만 3,000teu(전년비 1.8% 증가) 순으로 나타났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광저우와 닝보의 추격세가 심상치 않다”며, “올 하반기 부산항이 세계 5위권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1~3월 부산항은 대외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수출입 화물의 경우 경기회복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대비 21.7% 증가한 176만 5,000teu를 처리했으며, 환적화물도 전년 동기대비 19.8% 증가한 147만 6,000teu를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부산항은 올해 수출입 물동량이 2009년 대비 7.4% 증가한 705만 3,000teu, 환적화물도 2009년 대비 9.3% 증가한 587만 2,000teu를 처리하여 총 8.1% 증가한 1,294만 5,000teu의 처리목표를 세웠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전 세계 물동량이 지난해 10.3% 감소에서 올해 2.7%의 완만한 회복세를 기록하고 있고, 동북아시아는 4.2% 증가하여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이 기대된다”며, “공사내부에서는 올해 1,350만teu를 처리목표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에서 곪을 대로 곪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외형적인 성장세만 부추길 경우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항은 올해로 10개의 컨테이너전용터미널과 38개의 운영선석, 15개 운영사가 참여하는 슈퍼항만으로 성장했으나, 항만내부의 하역요율인하와 물량 빼앗기 경쟁으로 수익성은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부두운영을 포기하는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하면서 관련업계의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정부와 관련기관에서도 시급히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신항 PNIT부두
부산신항 PNIT부두
부산항 무혈(?)전쟁 이미 시작됐다
부산항 북항재개발 사업과 선박의 대형화에 따라 만들어진 신항이 18개 선석의 운영체제를 마련하며 화물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북항은 상대적으로 물량이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 부산항 터미널별 처리량을 살펴보면 대한통운부산터미널이 265만 6,000teu를 처리하여 22.2%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다음으로 감만터미널 208만 1,000teu(17.4%), 자성대터미널 189만 8,000teu(15.8%), 신감만터미널 116만 6,000teu(9.7%), 우암터미널 55만 2,000teu(4.6%), 기타 93만 7,000teu(7.8%)를 처리하여 북항에서만 77.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신항에서는 부산신항만터미널이 176만 7,000teu(14.7%), 한진해운터미널 92만 4,000teu(7.7%)를 처리하여 22.4%를 점유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부산신항국제터미널과 현대상선터미널이 오픈하여 부산항 전체 점유율도 신항과 북항이 각각 45%, 55%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시 말해 신항에서 신규화물을 창출하기 보다는 북항의 물동량이 신항으로 이전하여 신항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허치슨터미널은 물량감소를 내세워 광양항에서 컨테이너부두 2선석을 올해 1월 반납한데 이어 자성대부두 5개 선석 중에 3개 선석을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산항 항만위원회에서 반려하며 무효 처리됐지만 선석반납을 두고 찬반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허치슨의 입장에서는 자성대부두에 기항해 온 현대상선과 동맹 선사들이 3월에 개장한 신항 2-2단계의 현대상선 터미널로 물량을 이전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고, 이로 인한 물량 감소분이 연간 90~100만teu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면서 선석임대료만 부담할 수 없다는 방책으로 이 같은 결단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치슨은 자성대터미널의 일부부두 반납이 어려워지자 이번에는 감만부두 1선석의 운영을 5월부터 잠정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허치슨은 물량이 없어 부두를 방치하기 보단 운영을 중단하여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산항만공사는 허치슨이 부두운영을 중단할 경우 노무인력 130명을 비롯하여 다른 부두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며, 허치슨이 부두운영을 중단한 채 임대료만 낸다고 하더라도 임대차 계약에 위배될 소지가 많다고 밝히고, 지난 4월 13일 감만부두 운영정상화를 위해 시정명령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관련 공문에는 임대차 계약에 따라 부두임차인은 부두관리와 운영에 대해 주의를 기울일 의무가 있으며, 시정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공문은 발송된 일자부터 한 달간 유예기간을 두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허치슨 관계자는 관련공문을 접수하긴 했지만 관련협의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다고 말할 수 없다며, 5월부터 운영중단 방침은 변함이 없고 이와 관련하여 재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허치슨터미널(주)은 네덜란드법인 Seaports Management B.V.의 100% 자회사로 2002년 1월 31일 설립됐으며, 2002년 2월 5일자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하고 2002년 2월 27일자로 현대상선(주)로부터 항만사업부를 인수했다.


지난해 결산내역을 살펴보면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3.5% 감소한 1,356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이 2008년 148억원 이익에서 지난해 75억원 손실로 나타났으나, 영업외수익이 524% 증가하며 당기순손실이 79.1% 감소한 7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허치슨터미널은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했을 때 약 1,100여명의 직원이 일했으나 2008년부터 물량이 감소하면서 매년 약 300여명을 구조조정 했으며, 올해도 약 300여명을 구조조정 할 방침으로 약 300~400여명의 직원이 남게 될 예정이다.


부산항 북항은 물동량 감소와 하역요율 인하만이 아닌 글로벌 선사들이 신항으로 기항지를 옮겨가는 것이 가장 큰 어려운 사안으로 나타났다. 현대상선이 소속된 뉴월드얼라이언스는 3월 27일부터 기항지를 북항에서 신항으로 이전했다. 뉴월드얼라이언스는 현대상선과 APL, MOL 등 3개사로 이뤄져 허치슨의 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뿐만 아니라 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서도 약 90만~100만teu에 이르는 물량을 처리해왔다.


이쯤 되자 하역사들이 하역요율을 낮추면서까지 선사유치에 나서게 됐고, 이에 가세하여 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주 9항차 기항하는 그랜드 얼라이언스(GA)가 부산항 터미널 운영사를 대상으로 하역료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GA는 뉴월드 얼라이언스(NWA)와 함께 세계 양대 선사동맹으로 NYK, OOCL, 하팍로이드 등 3개사가 소속되어 있으며, 대한통운부산터미널에서 90만teu를 처리해왔다. 대한통운부산터미널에서는 양대 선사동맹이 전체 물량의 70% 이상을 처리해왔으며, 이번에 기항지를 신항으로 옮길 경우 선석반납도 불가피 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처럼 북항과 신항간 컨테이너 물량 빼앗기 경쟁이 가열되면서 부산항 운영사들은 하역료 덤핑과 함께 터미널의 경영상황 악화 등이 반복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항만정책 컨트롤타워 만들어지나
전국 컨테이너항만이 과다 개발되며 부산항에 집중되는 물량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만공사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2%를 처리했던 부산항은 2002년 75%에서 2009년 63%까지 줄어들다. 상대적으로 2002년 수출입 화물 10%, 9%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광양항과 인천항은 지난해 각각 14%, 1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화물이 분산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 1월호에 게재된 한국선진화포럼에서는 동북아지역 항만들간에 ‘위기 후’ 경쟁은 더

현대상선 부산신항터미널
현대상선 부산신항터미널
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항만과 터미널을 하나의 ‘단위’로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컨트롤타워는 국토해양부에 설치하여 공항과 항만의 종합운영시스템을 수립하고, 시너지효과가 생길 수 있도록 정책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부산항 부두운영사간 경쟁이 과열되며 지난 1월 ‘하역료 신고요금 준수 이행’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10개 운영사 대표에게 보낸 바 있다. 부산항만청은 “부산 신항 본격운영으로 북항 화물의 신항 이전이 확대되고 있으며, 더불어 경기 악화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항 컨테이너 전용터미널 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요금덤핑으로 사회적 물의와 국가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여론이 있다”며 “신고한 하역요금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항만운송사업법에 따라 사업정지(1차 위반시 사업정지 1월, 2차 위반시 사업정지 6월, 3차 위반시 등록취소) 등의 처분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이러한 신고요금은 하역사와 선사간에 개별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제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 운영사 관계자는 “하역요금은 신고만하면 되기 때문에 개별선사와 계약내용을 모두 밝힐 수 없다”며 “하역사간 하역요금을 지난 2002년 공정거래에서 담합행위로 규정하면서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운영사간 자율적인 계약에 의해 적정하역료를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과당경쟁이 심해질 경우 정책적 규제와 함께 신고요금이 아닌 인가요금으로의 전환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는 부산항 현안문제들이 대두됨에 따라 4월 9일 부산지방해양항만청, 부산항만공사와 함께 ‘부산항 기능조정 활성화’를 위한 TF팀(10명)을 구성하여 첫 회의를 갖고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한 달에 두 번씩 개최되는 TF팀 회의는 부산항 북항 기능, 하역요금, 물량 유치 등을 중점사안으로 다루고 6월초까지 매회 개최되는 시점에서 부각되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계획이다.


국토해양부 송종준 사무관은 “최근 부산항 북항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쉽게 단정 짓고 결정내리기 힘들다”며 “5월말까지 부산항 활성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하여 기능을 재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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