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종 관연구위원/연구본부장물류항만연구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임 종 관연구위원/연구본부장물류항만연구본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금년 초 3개월과 지난해 초 3개월의 건화물운임지수(BDI)를 비교해보면 해운시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든다. 지난해 1, 2, 3월의 BDI평균지수는 각각 905, 1,792, 1,958에 지나지 않았으나, 금년 1, 2, 3월의 평균치는 3,168, 2,678, 3,242로 높아졌다. 컨테이너선 시황과 유조선 시황도 비슷한 양상이다.


중국의 수출과 수입 추이를 보면 회복세가 완연하다. 금년 1, 2월 중국의 수출액은 지난 해 1, 2월보다 각각 21%, 45.7%씩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의 수입액도 금년 1, 2월이 지난해 1, 2월보다 각각 85.6%와 44.7%나 증가하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금년 2개월의 수출입액이 2008년 1, 2월 수준을 초과하였다는 점이다.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중국의 철광석이나 컨테이너화물의 월별 물동량에서도 금년 1, 2월이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컨테이너물동량은 2008년 1, 2월 수준을 상회하였다. 이처럼 물동량에서도 중국의 상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알루미늄, 구리,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에너지기관들이 원유수요량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해운시장 조사기관인 클락슨(Clarkson)사는 2010년 세계 해상 컨테이너물동량이 사상 최고의 해였던 2008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극도로 침체되었던 수요부문 즉, 해상물동량부문은 살아나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근 용대선 거래나 중고선 매매동향을 보면 일부 해운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두바이의 채무불이행 선언 이후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이미 자력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며, 다른 나라에 대한 불안감도 팽배하다. 이와 같은 부정적 시각에서는 더블딥이 불가피하다는 비관론이 드세다. 더블딥은 아니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차단하려는 금리인상 즉 출구전략에 많은 나라들이 동참하면 해상물동량은 다시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어 있다.


이상과 같은 상황은 해운업 종사자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상황을 뚫고 나갈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다. 해운역사를 되돌아보면 모두가 간과하였던 의외의 변수가 큰 호황이나 큰 불황을 초래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스웨즈운하봉쇄와 중동전쟁, 아시아 외환위기, 중국효과, 2008년의 주택금융 부실 등은 모두 인지될 수 있었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결과 해운시황을 크게 뒤흔들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의외의 변수가 돌발적으로 터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또 다시 운하봉쇄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향후 해운시장에 수없이 쏟아져 나올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 일부 국가의 항만에서 극심한 적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아니면 항만에서 트럭킹운송의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리고 환경관련 국제협약이 많은 선박을 시장에서 빠르게 퇴출시킬 수도 있다. 또 다른 면에서는 인도가 제2의 중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아울러 최근 외국인투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개발도상국이 해운산업 육성을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대대적인 중고선 매입을 추진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 지진, 빈부격차에 의한 파업의 세계적 확산, 해적의 기승, 테러 등도 상황에 따라서는 해운시장의 수요공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주도의 세계질서가 흔들리고 있으며, 공해상의 환경방임시대도 끝나고 있다. 상상만 하면 현실로 변화시켜줄 기술이 끝없이 개발되고 있다. 서적은 이미 인터넷물류세계로 들어갔다. 이와 같이 곳곳에서 구석구석에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변수가 튀어나올 수 있다.


해운업계는 이러한 의외의 변수들을 체크하고, 확인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파괴력이 확인된 변수들은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남보다 먼저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주택금융부실도 상당기간동안 수없이 회자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주택금융부실이 해운시장에 미칠 파괴력을 확인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항력의 변수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시황은 주로 의외의 변수에 의해서 크게 변해왔다. 큰 호황과 큰 불황 모두 항상 확인하지 않았던 변수가 좌우해왔다. 이것이 반복되어온 해운위기의 역사적 교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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