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구 팀장 부부.
허문구 팀장 부부.
금년에도 어김없이 꽃샘 추위가 찾아와 낮 기온이 영하2도를 가르키던 3월의 둘째 일요일. 캐나다로 유학간 큰 아들을 보내고 맞은 처음 맞은 휴일에 집사람과 작은 아이를 데리고 단촐하게 외출에 나섰다. 목적지는 항상 가까이 있지만 자주 가진 못하는 코엑스 메가박스씨네플렉스 극장.


극장앞에서 1,100만명 이상이 보았다는 왕의 남자를 볼까 하다가 이 지면에서 이제야 왕의 남자를 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시의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고르고 고른 영화가 최근 개봉한 방화 데이지이다. 사실 쉬리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 등등 한국영화의 수준이 상당히 올라왔는지라, 이젠 극장에 가도 외화냐 방화냐를 놓고 그리 고민할 필요가 사라진 것 같다.

 

네덜란드 배경으로 한 운명적 사랑 이야기
데이지는 거리 화가 전지현을 동시에 사랑하는 킬러 정우성과 국제경찰 이성재의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그린 영화다. 벌써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지도 4년째가 된지라 이 영화가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관심거리였다.


물론 이런 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네덜란드의 운하, 건물과 거리모습들이 하나 하나 눈에 들어와 기억을 되살려 주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 것 같다.


그런데 마치 옛날 홍콩 액션영화를 통해 홍콩이 무지 살벌한 동네일 것이란 오해를 주듯이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에서 총질을 해대는 장면 때문에 살아보지 않은 이방인들한테 네덜란드도 무서운(?) 동네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기우를 해보게 된다.

 

한국·홍콩 ·일본 3개국 합작 프로젝트로 탄생한 다국적 영화
이 영화는 어찌보면 다국적 영화같기도 하다. 순수 국내인들에 의한 감독, 주연 작품이 아니라 우리 영화의 세계화를 알리듯이 ‘무간도’로 아시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린 홍콩의 유위강 감독이 연출하고 ‘스파이더맨2’의 액션을 맡은 임적안 무술감독, ‘화양연화’의 우메바야시 시게루 음악감독 등 한국 홍콩 일본 3개국 합작 프로젝트로 탄생되었으니 말이다.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 킬러와 형사의 피할 수 없는 대결과 세 남녀의 숨겨진 사랑을 그린 영화 ‘데이지’는 이름 그대로 네덜란드의 어느 지역인지 모를 데이지가 만개한 구릉이 자주 비추어지는 화려한 영상과 액션, 멜로가 적절히 버무러져 있어 많은 볼거리를 갖춘 편이다.

 

각 국의 영화특색이 제대로 어우러지지 않아 아쉬워
전지현은 데이지에서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거리의 화가 혜영 역할을 맡았다.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던 혜영의 삶에 어느 날 킬러 박의(정우성)와 국제경찰 정우(이성재)가 들어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매일 이름을 밝히지 않고 오후 4시 15분이면 데이지꽃을 배달하는 사람의 정체를 추적해가며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구인지 찾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여주인공인 전지현 뿐만 아니라 정우성·이성재 등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지만 ‘데이지’는 영화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다. 글로벌 프로젝트이기 때문인지 한국배우가 출연하고 대사가 한국어로 나오지만 홍콩 멜로물을 보는 느낌이 든다. 킬러와 경찰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순한 여인이라는 지극히 극적인 소재에 어울리지 않게 영화가 너무 잔잔해 상당한 액션장면을 기대했던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은 지루하다고 영화 중간 중간에 몸을 비틀기도 했다.

 

세계화를 향한 우리 영화의 첫 걸음
이 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을만한 작품성은 갖추지 못했더라도 한국 영화가 꼭 한국에서만 촬영되고 한국 감독에 의해 연출되는 상황에서 한 발 나아가 세계화를 향해 우리 영화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사점을 던져준 것 같다.


아무튼 꽃샘 추위속에서 모처럼 가족들과 극장에 나란히 앉아 팝콘과 콜라를 마시며 영화를 보며 같이 즐거워할 기회를 준 해양한국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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