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8개 부두·배후물류단지 개발, 국내업체 참여 독려  
업체 반응은 미미... 사업 진행 ‘차질’ 예상

 

국토해양부의 러시아 자루비노 항만개발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2008년 9월 한·러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추진된 동 사업에 참여할 국내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차질이 생긴 것이다.


국해부는 지난해 러시아와 장·차관급 회의를 거쳐 자루비노 항만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사업 진행에 들어갔다. 국해부 계획에 따르면 자루비노 항만개발은 2012년 ‘컨’선석의 개발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부두 8선석과 배후물류단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해부의 추진 의지에 비해 업계의 호응이 크지 않아 향후 사업진행에 귀추가 주목된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져 사업 참여에 선뜻 나서는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의 참여로 러시아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했던 국해부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기간·저비용 개발가능, 노동력 확보가 문제점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29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극동러시아 항만 및 배후물류산업단지 개발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자루비노 항만개발 추진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선 2012년부터 시작될 자루비노항과 배후물류단지 개발 계획과 향후 물동량 추정 등 타당성 조사 발표가 이뤄졌다. 국해부에 따르면, 자루비노항은 컨테이너부두, 석탄부두, 일반부두가 개발되며 2020년까지 ‘컨’부두 5선석, 석탄부두 1선석, 일반부두 2선석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약 3,500만평 규모의 배후지역을 물류산업단지로 개발해 국내 기업의 진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8년 9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동 사업은 같은 해 11월 극동러시아 현지조사와 2009년 수차례의 장차관급 회의를 거쳐 진행되었다. 블라디보스톡, 나호드카, 보스토치니, 포시에트, 자루비노 등 극동러시아 5개 지역의 현지조사를 마치고 컨테이너부두와 배후단지 개발에 가장 큰 가능성을 보인 자루비노 지역이 선정되어 본격적인 개발 준비에 착수했다.


이날 김광재 국토해양부 물류정책관에 의하면 자루비노 지역은 수심이 깊고, 다른 지역에 비해 겨울에 결빙되지 않아 천혜의 항만여건을 구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트로이차’ 항만개발계획에 따른 러시아 연해주정부의 외자유치 노력과 대규모 배후부지 조성이 가능한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배후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지는 현재 농장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 완만한 구릉지대로 큰 공사 없이 단기간·저비용으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의 노동력확보에 어려움이 있지만, 국토해양부는 향후 인근 도시들과의 연계성 강화로 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두노동자 인건비는 약 월 700~800불 수준으로 블라디보스톡 지역의 평균 인건비인 1,000불보다 약 2~30% 저렴하다고 밝혔다.

 

배후물류단지 2012년 착공 목표
2025년까지 261만teu 물동량 창출 가능

총 4개 선석이 운영되고 있는 자루비노 항은 최대 9.5m의 수심을 갖추고 있으며 최대 2.5만 톤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다. 현재 속초-자루비노-훈춘 간 정기항로가 운영되고 있으며, 2008년 약 2,500teu의 컨테이너 화물을 포함해 약 35만 톤의 물동량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해양부는 향후 자루비노 항에 석탄, 곡물, 기타 잡화 화물유치가 가능해 2011년 곡물 12만 톤, 기타잡화 54만 톤 등의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2020년까지 컨테이너부두 5선석, 석탄부두 1선석, 일반부두 2선석을 개발할 예정이며, 약 3,500만평 규모의 배후지역을 물류산업단지로 개발해 국내 기업의 진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자루비노항만 물동량 창출을 위해 개발되는 물류산업단지의 개발은 2012년 1단계 착공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러시아와 중국 등 동북 3성의 부존자원과 한·일 기업의 기술력을 활용한 배후산업단지 개발이 필요하며, 동 단지의 개발로 한국과 러시아간 원활한 물류망이 구성되고 극동러시아의 물류 거점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해부가 예측한 배후산업단지의 물동량 추정치는 2015년 47만teu, 2020년 127만teu, 2025년엔 261만teu로 2014년에 산업 1단지를, 2019년까지 2단지를 완공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는 아직 ‘몸사리기’
개발계획 차질로 전략수정 불가피

그러나 동 사업 추진에 있어서 국내업체의 반응은 아직 ‘조용’하다. 세계적 경제위기와 항만물동량의 감소로 항만물류업계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검증되지 않은 해외 투자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월 19일 현재 국토부에 참가의향을 보인 곳은 3개 업체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해부가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었던 제조업체의 참여는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루비노 항만투자는 실질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고 밝혀 사업추진이 쉽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경기가 조금씩 회복된다고 해도 아직까지 업체들은 ‘몸 사리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며 “해외 투자의 리스크를 보장해 줄만한 확실한 지원책이 나오지 않는 한, 이 상황에서 전사적으로 참여할 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의 참여가 미미함에 따라 국토해양부의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 물류정책과의 주광돈 주무관은 “동 사업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생각보다 적다”며,  “국내업체 수요가 있어야 제대로 된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업체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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