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전반기에 미국을 동서로 관통하는 대륙횡단운송에 대한 논쟁이 일기 시작하였다. 이 무렵 미국에서는 컨테이너화물의 미국횡단운송에 관련해서 2가지 물류서비스가 개시되었다. 하나는 미국 서안(West coast)과 유럽간 수출입화물의 운송에서 미국횡단운송과 대서양항로 운송을 결합하는 미니브릿지(Minibridge Service : MBS)이고, 다른 하나는 동아시아와 유럽간 수출입화물의 운송에서 태평양항로·미국횡단운송·대서양항로를 결합하는 미국랜드브릿지(American Landbridge : ALB)이다.


철도운송업체들은 당연히 ALB나 MBS의 발전을 지지하였고, 미국 동안과 걸프지역 항만은 물동량 상실을 우려하여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당시는 아시아지역에 대한 미국의 수출입 교역이 빠르게 증가하는 시기였다. 동안지역 항만은 배후 내륙에서 출발하여 아시아지역으로 이동하는 화물이 육상운송을 통해 서안지역항만으로 직행하는 것을 우려하였다.


이러한 연유로 항만노동자단체인 국제항만노동자협회(International Longshoremen's
Association)는 1973년 8월 필라델피아법원에 대륙횡단운송서비스 강제중단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법원은 노동자협회의 진정을 기각함으로써 대륙횡단서비스 개발을 촉진시켰다. 그러나 논쟁은 그치지 않았다. 1974년에는 월간지 카고시스템(Cargo System) 창간기념 세미나에서 미국횡단운송서비스에 대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 논쟁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결론은 의외로 싱거운 것이었다. 트럭킹이나 철도운송은 선박운송보다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륙횡단운송을 이용하는 화물은 소량에 그칠 것이고, 따라서 어느 항만도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태평양과 대서양에 충분한 선대를 운항하고 있는 선사들은 대륙횡단운송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 선사들도 대륙횡단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필자가 36년 전 미국대륙횡단서비스 논쟁을 이 자리에서 간추려보는 것은 물류에 상상력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새삼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그 후 컨테이너화물의 미국횡단철도운송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1980년대에는 2단적 열차(Double Stack Train : DST)시스템이 도입되면서 경제성도 크게 향상되었다. 그래서 많은 선사들도 DST서비스에 참여하였다. 초기 논쟁과정에서 2단적 열차의 활성화를 상상할 수 있었더라면 미국물류시스템은 또 다른 변화과정을 거치게 되었을 것이다.


상상은 혁신이나 물류의 대반전을 가능하게 한다. 파나마운하를 통과하는 해상운송이 2단적열차의 DST서비스에 의해 어려움을 겪었듯이 2007년에 착공한 파나마운하의 확장은 DST서비스에 어려움을 되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파나마운하 통행가능 최대선형이 5,000TEU에서 1만 2,000TEU로 대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나마의 이웃나라인 니카라과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대운하는 25만톤급 선박까지 통행이 가능하다고 하니 이 운하가 실제로 건설되기 시작하면 미국횡단물류에 관련되는 물류인들은 또 다른 상상을 해야 할 것이다.


물류경로의 반전을 일으킬 상상적 사안은 지구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북극항로, 중국남부내륙에서 인도양으로 뻗어갈 철도 및 고속도로, 그리고 중국이 중동, 남부유럽, 중부유럽 등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뉴 실크로드(New Silk Road)의 철도와 도로 등은 극동⇔유럽 항로에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요즈음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중국 대학생들은 4명이 조를 편성해서 유럽까지 자동차 여행을 즐긴다고 한다. 유라시아 육상물류가 급진전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성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30㎞ 이상의 대교를 건설함으로써 물류경로 대반전을 이미 시작하였다. 동해대교를 통해 양산터미널을 건설하였고, 수통대교와 항저우만대교를 통해 물류경로를 크게 단축시켰다. 2010년에는 해남도와 육지를 건설하는 대교를 착공할 예정이다. 그리고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하는 대교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도모할 수 있는 물류경로 반전에 대해 충분히 상상해야 한다. 중국의 변화에 대한 상상에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물류서비스의 경쟁력은 상상력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상력은 경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인력, 자본, 원가, 선박운항 등은 고정된 테두리 안의 경쟁요소에 불과하다. 이 요소들이 경쟁력을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상력을 활용하는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1만 2,000TEU급 컨테이너선박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40만톤급 벌크선도 운항되고 있다. 모바일 하버도 연구되고 있다. 향후 전개될 수 있는 물류경로의 반전을 부족함이 없게 상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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