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LNG선 선박평형수로 적재, 중동지역 물 부족 국가에 식수활용 검토

정부 ‘5+2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일환 인센티브사업 확정, 타당성 용역 발주

 

선박의 중심을 잡아주는 ‘밸러스트 수’를 수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그것도 일반 해수가 아닌 먹을 수 있는 ‘담수’를 선박평형 수로 적재하여 물 부족국가에 수출하는 획기적인 방안이다.


정부는 최근 ‘5+2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으로 제주 물 산업 중에 제주 용천수의 해외수출 프로젝트를 포함시켜 적지 않은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용천수를 선박 밸러스트 수로 적재하여 수출한다면 해운업계도 윈윈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적극 검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추진하는 유조선과 LNG선의 밸러스트수를 활용한 ‘제주용천수 수출프로젝트’를 살펴보았다.


밸러스트수는 화물을 내린 빈 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채우는 물로 유조선과 LNG선에서는 오염방지를 위해 기름을 싣는 칸과 밸러스트수를 싣는 칸이 구분되어 있다. 최근 건조되는 유조선의 경우 기름 유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이중선체구조로 되어 있고, 벽과 벽사이에 밸러스트수를 채우게 된다.


국내 도입된 원유는 작년 1억 2,000만톤 규모로 알려졌다. 보통 유조선의 경우 중동으로 향할 때 원유 선적량의 30% 정도를 밸러스트수로 채우기 때문에 한 해 최대 4,000만톤까지 수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밸러스트 수 ‘해수’대신 ‘용천수’ 적재
제주 용천수를 중동에 수출하는 방법은 유류를 선적하기 위해 중동으로 향하는 유조선의 ‘밸러스트수(Ballast Water)’로 바닷물 대신에 용천수를 적재해 이를 물 부족 지역인 중동에 식수(먹는 물)로 수출하는 방안이다.


땅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는 제주지역에 총 911개소가 있으며, 603개소가 해안가에 분포해있다. 제주용천수의 전체 용출량은 하루 100만톤으로 이 가운데 바다로 흘러가는 용천수의 용출량이 하루 25만톤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12월 2일 인센티브 사업으로 제주용천수를 유조선의 ‘밸러스트 수’로 적재해 물 부족 지역인 중동에 먹는 물로 수출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는 2011년까지 4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고, 5억원을 투입한 타당성 용역까지 발주됐다. 용천수 수출은 제주개발공사와 한국농어촌공사, 코트라, 제주대, 홍익대 등이 공동 참여하여 제주 용천수의 특성과 수출가능량 평가, 타당성, 시험운송, 유조선 입출수 최적시스템 개발, 국내외 제도개선까지 포함하고 있다.


제주용천수 수출은 11월 23일 한-카타르 에너지 협력위원회에서 카타르측이 액화천연가스를 실어나르는 LNG선박을 이용해 물을 수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고, 이에 앞서 이스라엘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조선 기름 홀더에 담수용 ‘Sack’ 투입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최근 물 부족이 더욱 심화된 이스라엘은 터키에서 물탱크 전용선을 통해 물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1㎥당 물 가격이 0.1달러인데 비해, 운반비가 1.5달러나 돼 수입을 포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기후는 건기(3~10월, 8개월), 우기(11~2월, 4개월)로 나뉘는데 건기에는 비가 전혀 안오고, 6~8월에는 물 부족이 극심한 반면, 우리나라는 6~8월에 장마와 태풍이 많기 때문에 수자원을 바다로 흘려보내지 않고 저장했다가 이스라엘에 수출할 수 있다. 특히 제주의 물은 이스라엘이나 유럽지역의 물과 달리 석회가 없고, 화산지형에서 나오는 우수한 품질이기 때문에 1일 바다로 흘려보내는 25만 2,000톤의 낭비되는 물을 수자원으로 취수할 경우 경제적 실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트라는 “유조선을 통해 물을 운반하는 아이디어는 이스라엘 정부가 제안받은 적이 없지만 매우 흥미있는 방안이라고 밝혔다”며 “중동을 왕래하는 한국의 유조선과 LNG선을 활용해 물을 이스라엘에 수출할 경우 인도적, 경제적 실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 부족국가 경제적 실익 확보
유조선과 LNG선을 활용해 물을 어떻게 운반할 수 있을까. 국내 원유 대부분은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으나 ‘중동→한국’의 구간만 유조선, LNG선의 탱크가 채워지고 ‘한국→중동’구간은 밸러스트 확보를 위해 탱크에 해수를 채워 이를 산유국 인근 공해에 버린 후 원유를 채워 수입하게 된다. 따라서 ‘한국→중동’ 구간 탱크에 물을 실어서 이스라엘로 운반해 하역한 후 빈 탱크 상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원유생산국으로 이동한 후 원유를 싣고 한국으로 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유조선 갑판 위의 15개 원유 홀더(Holder) 각각에 파이프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담수 가능한 주머니(Sack)를 투입한 후 이 안에 물을 넣어서 수출하게 된다. 이렇게 적재할 경우 물이 기름과 섞이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으나 수축과 확장이 가능한 견고한 주머니가 필요하다. 또 이러한 주머니는 안전인증을 해주는 국제기구가 없기 때문에 수출대상국으로부터의 안전인증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한 가지 방법으로는 유조선의 원유 홀더에 직접 물을 채우는 방안이다. 수출대상국에서 하역한 물은 기름과 물이 섞인 상태이기 때문에 수출대상국에서 별도의 수처리 과정을 통해 식수로 활용해야 한다. 수질이 좋지 않을 경우 공업이나 농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으나 수처리 비용이 높을 경우 경제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코트라는 “이스라엘은 2013년 이후 담수화 플랜트가 본격 가동되기 때문에 부족한 물의 양이 줄어들 것”이라며 “담수비용이 1㎥당 70센트 정도로 다른 방법보다 싸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운반비와 물 가격을 합해 이 수준을 넘지 않아야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스라엘은 2010년에 Ashkelon, Palmahim, Hadera의 담수화 플랜트에서 총 3억㎥의 식수를 확보하고 2013년에는 Soreq, Ashdod, Galilee에서 담수화 플랜트가 완공돼 총 5억 5,000만㎥의 물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도개발공사 삼다수연구소 고경수 소장은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으로 선정되어 연구용역단계”라며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기술적 검토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가 실현될 경우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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