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도움이’로 흑자전환 당기려”

최근 국내 재계에 유행처럼 번진 지주회사제도의 도입바람이 해운업계까지 일고 있다. 한진해운이 지난 12월 1일부로 (주)한진해운홀딩스와 (주)한진해운으로 분리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이를 대내외에 알렸다. 이로써 지주회사 (주)한진해운홀딩스는 앞으로 자회사의 투자와 관리에만 전념하며 자회사인 (주)한진해운은 고유의 해운사업을 영위하게 된다.

 

해운불황에 따른 경영난과 지주회사로의 전환, 경영권 분쟁 등 한진해운에 대한 구구한 뒷이야기들이 쉼없이 회자되는 가운데 한진해운홀딩스의 최은영 회장이 12월 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에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최은영 회장은 한진해운의 경영에 참여한 지 3년이 되어 간다. 고 조수호 회장의 사후 2007년 3월 부회장직을 거쳐 2008년 1월 회장직에 오르면서 그녀는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며 올해부터는 공식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행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공세에 최 회장은 쾌활하고 호방한 어조로 답변해나갔다. 다소 직설적인 표현을 섞어 설명하는 그녀의 답변은 솔직했고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였다. 간담회 시종 적절한 ‘비유법’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최은영 회장은 경영자로서 자신감을 내추었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로의 전환에 대해 “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시대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체제변화”라며 미래지향적인 선진경영을 위한 행보이고 “한진해운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누에가 나비로 성장하는 과정의 변신과정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해운위기와 관련 경영난 질문에는 “전세계 선사가 모두 엉망이다.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흑자경영을 실현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을 둘러싼 세간의 추측들과 관련 조양호 회장과의 관계는 ‘노모의 자식 걱정’에 비유하며 “이 어려운 시기에 경영권 분쟁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일축했다. 아울러 “계열분리는 물이 흐르듯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불안한 시선으로 현 경영체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경기는 다 끝나 스코어가 나와봐야 평가할 수 있다”며 본인을 ‘작전 중인 감독’에 비유하고 한국의 대표선사로써 한진해운의 전임직원의 노력을 지켜보며 응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간담회 자리에서 보인 최은영 회장의 당당하고 진솔한 답변을 통해 해운업에 대한 숙지와 경영자로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배경과 효과는

“앞으로 한진해운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역할구분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사업특성에 맞는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그리고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지주사의 설립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 단행되었다. 이로써 책임경영과 경영효율성이 강화될 것이다.

 

불고기는 고려의 맥적이라는 요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과거 국간장으로 간을 했던 맥적과 외간장으로 간한 불고기는 요리법만 바뀌었을 뿐 불고기의 본제는 변질된 것이 아닌 것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유기적으로 대응하며 한진해운이 미래형 기업으로 가는 일의 일환이다.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선진경영을 위한 미래지향적인 체제로의 가는 행보이다. 한진해운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누에가 나비로 변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진해운의 성장발전에 필요한 과정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현시점인 이유와 회장의 역할은

“지주회사 체제는 고 조수호 회장 별세이전부터 검토된 일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07년 봄부터 시행할 일이었다. 그동안 이 체제가 과연 필요한 지 나 스스로 검토하고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2년간 검토한 결과이다.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했거나 전환 중인 것으로 안다.

 

조수호 회장의 사후 매일 회사에 출근하며 실제 경영에 참여해왔다. 언론에서도 그간 최은영 체제 출범을 말해왔듯이 줄곧 최은영 체제였다. 해운은 경기변동이 있는 산업이다. 위기 때일 수록 본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오너로서 책임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문경영인과의 역할분담 내용이나 체제전환 시점 등은 신경쓸 일이 아니다.”

 

◇한진해운그룹이라는 표현과 조양호 회장과의 관계

“한진해운도 계열사가 많다. 해운업을 특성화시키기 위해 한진해운그룹이라는 호칭을 쓴 것이다. 또한 향후 가고 싶은 길이기도 하다. 자회사의 역량을 갖춘다는 뜻에서 사용했다.

조양호 회장에 대해 자주 언급되는데, 한진해운은 그분께 동생의 회사이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확고하다. 그 분도 큰 그림에 동의하고 있다. 80의 노모가 자식을 걱정하듯, 해운이 위기에 처해있으니 집안의 장남인 조회장께서 걱정하는 것 아니겠나. 경영권 분쟁은 아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은 있을 수 없다. 특히 현 경영진에 대한 불신 등의 과격한 표현은 피해달라. ”

 

◇언급한 ‘큰 그림’은 무엇, 계열분리인가?

“한진해운그룹이 조수호의 가족회사임을 인정하고 자신의 경영불참과 독자경영에 동의한다는 의미이다. 그 큰 그림에는 변함이 없다. 계열분리는 물이 흐릇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가는 것이다. 현재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도 아니며, 동생 사후 조 회장께서 개인자격으로 매입한 주식은 1주도 없다. 전세계 선사들의 수지가 엉망이고 우리도 어려운 상황이다. 흑자경영의 실현이 제가 할 일이다. 흑자전환의 시점을 앞당기는데 향후 경영의 초점을 둘 것이다.”

 

◇최근 자사주 매각과 터미널 지분매각 추진은?

“산업은행과 체결한 재무약정에 의거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혹 주식시장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장기투자 법인에의 매각이 추진된다. 4년후 되살수 있는 옵션으로 진행되며 국내 금융기관이 설립한 법인이다. 터미널 지분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자녀들의 경영수업 계획은?

“본인들의 의사에 맡길 생각이다. 그러나 고조수호 회장 와병 중에도 상의했던 일인데, 다른 기업에서 훈련을 받으며 우리회사의 취약부분에 대해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큰 조직에서 경험을 쌓으면 좋겠다. 어디에서든 ‘물류파트’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축적했으면 한다.”

 

◇ 지금이 선박매입의 찬스로 보는 견해도 많다. 이에대한 견해와 해운 전망

“이론적으로 지금이 선박매입의 시기인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회사는 이미 발주해놓은 신조선박들이 계속 나올 것이기 때문에 2013년까지 67%의 선복량 확대가 예정되어 있다. 발주된 신조선박들의 인수시기는 조선사들과 상호 윈윈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

 

시황은 올들어 3분기에 바닥을 치고 4분기에 선방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전사적으로 사활을 걸고 선방하고 있다. 컨테이너부문에서 더 이상의 운임하락은 공멸의 길이라는 인식아래 자체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더 나아질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정한 요인이 있어 유동성 대비를 하고 있다.”

 

◇여성 CEO로서 어려움은

“여성 CEO라는 점에서 취약점에 대한 시선이 있다. 본인은 골프도 못하고 술도 잘 못한다. 이러한 점이 비즈니스와 경영에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사업과 경영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지 않는다. 위기시에는 특히 누구와도 이야기 해야한다. 한진해운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며 위기극복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

 

특히 앞으로 균형잡힌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신 성장동력의 집중개발로 ‘세계 최고의 SCM Service Provider'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것이며, 이를 한진해운홀딩스가 지원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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