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1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전 세계 많은 해운회사들이 아직도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743에 불과하던 BDI월평균이 금년 6월 3,823까지 5배 이상으로 상승하였으나 해운업계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여전히 한숨뿐이다. 해운업계는 지수가 더 높고, 더 오래 유지되는 해운시황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해운업계에 여신을 제공한 금융권이나 해운회사들로부터 신조선을 주문받은 조선소도 예외없이 해운시황의 강력한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해운관련 종사자들이 모두가 똑같이 지수만 바라본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선박이 부족해서 아우성치던 시대는 지나갔다. 따라서 선박만 있으면 돈

을 버는 총론적 해운호황이 조만간 다시 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각론적 해운시황을 대비해야 한다. 각론적 해운시황에서는 돈을 버는 선박이 있는 반면 돈을 벌지 못하는 선박이 있을 수 있고, 많은 이익을 내는 해운회사가 있는 반면 막대한 적자를 면치 못하는 회사도 있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해운시장의 공급초과(선박량 과잉)현상이 지속되는 한 각론적 호황 또는 각론적 불황이 혼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떤 선박이 이익을 남기는가? 그리고 어느 회사가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가? 원가절감이 첫째다. 원가가 낮은 선박, 그리고 비용을 절감하는 회사라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회사경영을 원가절감에만 초점을 맞추면 한없는 축소 지향적 조치만 취하게 될 것이다. 즉, 선박을 매각하고, 인력을 감원하고, 활동비를 삭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감량경영이 희망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감량경영은 위기극복의 불가피한 방책이자 새로운 희망을 싹틔우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즉 돈을 벌고,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그래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새 희망 찾기 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희망 찾기는 해운업의 고객인 화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즉 새롭게 떠오르는 화주를 찾아야 한다. 위상이 추락하는 화주는 운임을 깎으려 할뿐만 아니라 물동량마저 줄기 때문에 해운회사에 새 희망을 주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새롭게 떠오르는 화주는 물동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한다. 따라서 해운회사가 이러한 화주의 시장점유율 제고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면 높은 운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해운회사는 이러한 고객을 많이 확보해야 돈을 벌 수 있고, 이익을 남길 수 있다.


때마침 금융위기 이후 화주들의 위상에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어 해운회사의 새 희망 찾기가 가능해지고 있다. 국내외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지난 1년 여 동안 세계 주요 품목의 시장에서 상위 기업들의 60% 이상이 추락하고 있으며 중위권 화주의 부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최종소비자들이 품질보다는 가격을 중시하는 구매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애국심보다는 실속구매를 선택하고 있다. 따라서 브랜드마케팅으로 높은 가격을 받아온 상위기업이 추락하고, 가격에 비해 품질이 우수한 중위권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실속구매의 영향으로 자국상품보다는 외국상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시장의 예를 보면 일본과 미국기업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프랑스, 독일, 한국, 중국기업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운회사의 새 희망 찾기는 기존시장외에 신제품 시장에서도 게을리되어서는 안된다. 신제품시장은 시장 초기 특성상 물동량은 적을 수 있으나 가격이 높기 때문에 운임도 높을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물동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러한 신제품시장에서는 화주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치열한 시장점유율 경쟁을 추구하기 때문에 운임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이러한 신제품시장이 몇몇 선진국에서만 조성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왔으나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는 점도 잊지말아야 한다. 예를 들면 전기자동차시장에서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 자동차업체들이 치열한 선점경쟁을 전개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중국의 BYD사가 선두로 부상하였다. 해운회사들의 희망고객 찾기가 선진국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점을 시사해주는 중요한 사례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희망고객 찾기가 기존고객을 팽개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추락하는 기존 고객들 중 상당 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화주를 대상으로 이들 화주가 원하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이들 화주는 추락하는 시장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품질을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해운회사들은 이들 회사의 총물류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면 기존 물동량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운위기는 자금확보로 극복될 수 있고, 자금확보는 금융권 지원보다 새로운 물동량 확보가 근본 대책이다. 따라서 해운위기 극복은 희망고객 찾기로 시작되어야 한다.

 

임 종 관

연구위원/연구부장
해양물류연구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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