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시대의 마찻길 그대로 이용하는 유럽의 국가
유럽안에서 느끼는 한국 “아름다워”

유럽으로의 여행, 몇 년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지만 실현은 그리 쉽지 않았다. 물론 이번 일정도 회사 내에서의 여건과 금전적인 면에서도 그리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해 만큼은 강행하고 픈 마음이 앞섰다. 여행을 결심한 이후부터는 여행기간과 여행지에 대한 고민이 한 몫을 차지했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기도 했지만 나에겐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기에 신중을 기했다. 우선은 휴가기간과 맞아 떨어지는 일정으로 좁혀서 생각해야 하는 조건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선택의 여지는 충분히 있었기에 이에 대한 고민은 여행출발일 1주일 전까지 계속됐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나는 12일 동안 6개국(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오스트리아, 독일)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최종 선택했다. 짧은 기간에 여러 나라를 둘러본다는 것이 무리라는 염려도 없진 않았지만 언젠가의 여행에서 가이드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차피 패키지여행은 모든 사람에게 흡족한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테마를 가지고 여행일정을 골라야 의미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그래서 난, 이번 유럽여행을 일목에 여러 국가를 둘러봄으로써, 각국의 특징을 각인시키는 기회로 삼자는 것을 나만의 여행테마로 삼았다. 그렇게 나의 유럽여행은 시작됐고, 9월 28일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로비를 ‘0층’으로 인식
처음 관광을 시작한 나라 영국은 한국에서 출발해 꼬박 하루가 걸려 도착했다. 영국행 직항도 있지만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독일에서 끝나는 관계로 독일행 항공을 왕복으로 이용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영국행 비행기로 갈아타야 했다. 독일에서 영국은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 소요되며 비행기가 낮게 날아, 독일과 영국의 야경을 상공에서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상공에서 내려다 본 국가들은 동남아 국가들이 전부였던 나에게 독일과 영국의 야경은 더욱 휘황찬란하게 다가왔고, 그 화려한 불빛들이 높은 삶의 질을 과시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럽에서 제일 먼저 이색적으로 다가온 것은 유럽호텔의 층 개념이다. 그들은 로비를 ‘0층’, 그 위층 객실부터를 ‘1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투숙하기 전, 가이드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방을 찾느라 한참을 헤맬 뻔 했다.

 

옛것 그대로 사용하는 영국인
런던의 날씨는 서울보다 쌀쌀했다. 아니나 다를까 런던의 현지가이드가 감기에 심한 기침을 토해내며 어렵사리 영국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렇게 고대하던 유럽관광을 시작하는 첫 아침이었기에 가이드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시가지 역시 심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었다. 영국의 도로는 2,000년전 로마인들이 닦아 마차 길로 사용하던 길을 그대로 오늘에까지 사용하는 것이어서 차선 하나의 폭도 좁고, 고속도로도 4~5차선이 고작이다. 이러한 도로여건 때문에 날이 갈수록 교통체증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런던시에서는 시내로 진입하는 모든 차들에 할증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선진국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을까. 필요한 것이 있으며 금세 충족시키며 살아가고, 주변의 모든 환경이 최첨단으로 갖추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들을 무색하게 했다. 오히려 옛것을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파리 등은 그 정도가 더 심해 페인트칠를 하더라도 市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오래된 것은 도로뿐만이 아니었다. 가옥들도 최소 100~200년 이상 된 것들이라고 한다. 외관은 그냥 두고 내부만 개조해서 생활한다고.


영국에서는 택시를 ‘블랙 캡’이라 부른다. 영국신사의 모자모양을 본떠 만든 것으로 다른 자동차보다 차체가 높은데 이는, 영국신사의 모자가 닿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란다. 블랙 캡은 영국의 상징적 이미지인 바바리코트와 모자를 착용하고 우산을 들고 있는 신사의 모습을 자연스레 연상케 했다.

 

도심 곳곳에 녹색의 공원 자리
이동하는 차창너머로 보이는 런던의 모습은 탁 트인 광야의 느낌이다. 런던의 면적은 서울의 약 2배이지만 산이 없는 평야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가용면적은 3배정도다. 이렇게 평야로 이루어진 도시를 접할 때면 새삼 우리나라에는 산지가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런던시내를 오가는 시간은 한나절 정도로 길지 않았지만 녹색의 넓은 공원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완연한 가을 날씨 탓에 붉게 물든 가로수와 대비되기 때문이었을까. 공원 잔디의 푸른색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고 자연의 녹색을 자주 접할 수 있는 런던시민들이 새삼 부러웠다.


우리는 런던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하이드파크를 들러 일부를 둘러보았는데 그 규모가 여의도보다 조금 작은 67만평이라고. 영국의 학교는 운동장이 없는 것이 우리와는 다른 점인데 그 이유는 도심 속에도 이렇게 넓은 공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차이 때문에 우리는 무수히 많은 학교들을 지나쳤음에도 가이드의 설명 없이는 학교교정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조상이 보호한다며 묘를 가까이하는 프랑스인
프랑스에서의 첫날 아침, 파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옥과 공동묘지가 뒤섞여 있는 광경이었다. 묘를 가까이 두지 않는 한국인으로서는 이색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프랑스인들은 조상들이 지켜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동묘지와 접해있는 가옥이 훨씬 비싸다고 한다. ‘문화의 차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에 새삼스러웠다.

 

폭넓은 박애주의와 300만명 하류층 공존하는 프랑스
프랑스는 민주주의 공화국에서 한 단계 발전한 단계인 사회주의 공화국으로서 프랑스의 혁명정신은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주의이다. 국가의 성격을 꼽으라고 한다면 튼튼한 사회보장제도와 타국으로의 원조를 많이 하는 국가 등으로 들 수 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는 잠깐 동안 머물며 공부하는 모든 유학생들에게까지도 미쳐 한달에 약 10만원정도의 지원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하지만 약 250만명의 실업자와 60만명의 걸인들이 있다는 것은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유럽에서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돈을 내야한다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히 프랑스에서는 일정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시스템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는 걸인들이 자리를 잡고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국 유학생만해도 10만명,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유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지원금을 세계적 선진국인 프랑스의 하류층을 이루고 있는 300만명이 넘는 이들에게는 어떻게 비쳐질까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한강너비에 절반도 안 되는 세느강에 반가움보다 실망
파리 시내로 진입하면서 가장 먼저 접한 것은 파리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세느강이었다. 세느강을 눈앞에서 보게 된 나는 반가움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꼈다. 세느강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지만 상상과는 다르게 너무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느강의 폭은 고작 200미터로 한강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유람선을 타며 세느강 위를 떠 있는 동안 나는 아직 한번도 타지 않았던 한강의 유람선이 아쉽게 다가왔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경시했다는 생각과 함께 異國만을 동경의 대상으로 쫓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세느강이 그동안 아름답게 형언됐던 것은 강을 따라 도시가 먼저 발달했기 때문이란다. 세느강 한 가운데에도 미국에 있는 것과 같은 모양의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미국의 자유여신상을 프랑스에서 선물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 미국계 프랑스인이 프랑스 혁명 100주년기념으로 미국에 있는 것에 1/7크기로 선물했다고 한다.

 

파리시청광장과 몽마르트르 언덕 한국 자연스레 연상케 해
파리 시내를 관광하던 중 시청 앞을 지나게 됐는데 그리 넓지 않은 파리시청 광장에 공연을 위한 무대장치가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서울시청 광장을 자연스럽게 연상케 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이곳 광장에서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수시로 열리며 겨울철에는 아이스링크가 마련돼 오고 있다고. 서울시가 이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란다.


파리관광에서 한국을 느꼈던 곳은 또 있다. 바로 몽마르트르 언덕. 한때는 가난한 화가들의 장소였지만 현재는 이 언덕에서 그림을 그리려면 그만큼의 실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걸려진 그림들은 이후에 다녀온 베네치아 화가들의 작품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바로 이 언덕에 한국인 화가가 있었던 것. 나는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일행들에 따르면 30대 초반쯤의 여자화가였다고. 실력이 좋아 초상화 한 장을 그려주는 대가가 꽤 높다는 것이 가이드의 덧붙여진 설명이다.

 

고등학생부터는 성인으로 존대하는 프랑스 교육
프랑스의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5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3년, 대학 3년으로 유급제가 있는 반면, 실력에 따라서는 월급이 가능하다. 때문에 자아에 대한 평가가 비교적 정확하다고. 대학의 경우에는 유급을 2년 이상 할 경우에는 전과(轉科)를 해야 할 만큼 엄격한 규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과정이후의 과정은 석사 1년, 박사준비과정 1년, 박사 3년 등이며 이 또한 월반이 가능해 20세 박사가 배출되기도 하고 30대의 고등학생이 존재할 수도 있는 시스템. 특히,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부터는 학생을 성인으로 대접해 학생들에게 존댓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월반과 유급에 대한 교육제도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제도가 더 낫다고 평하기는 힘들지만 고등학생부터를 성인으로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본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도 3,454m에까지 설치된 융프라우의 산악열차 ‘명물’

 

융프라우를 오르는 산악열차의 급한경사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차창너머로 보이는 집들이 기울어져 보인다.
융프라우를 오르는 산악열차의 급한경사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차창너머로 보이는 집들이 기울어져 보인다.

파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스위스 융프라우로 향했다. 파리에서 T.G.V로 4시간 30분을 가면 스위스의 수도인 베른에 도착한다. T.G.V은 우리나라가 고속열차 KTX의 모델로 그 기술을 이전받아 더욱 잘 알려졌다. T.G.V는 정말 우리나라의 KTX와 같은 모양이었다.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 짐을 둘 수 있는 공간이 열차 사이사이에 따로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좌석간 공간이 우리나라의 것보다는 조금 넓었는데 유럽 사람들의 큰 덩치를 감안하면 비슷한 것 같다.
우리는 다음날 새벽부터 인터라켄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Top of Europe이라 일컫는 융프라우에 올랐는데 그 산악열차 자체가 그야말로 명소이다.


이 산악열차가 고도 3,454m에 있는 융프라우요흐역까지 연결돼 있고 이곳에 오르는 데까지 소요되는 시간만 1시간 40분가량이다. 열차 경사도가 급한 곳은 45도가 족히 될만하다. 오죽하면 열차 안에서 보이는 차장너머의 집들이 기울어져 보인다. 열차안의 우리 일행은 산기슭에 있는 집들인 점을 미루어 실제로도 집이 기울여져 있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그것은 단지 착시현상이었다. 이 열차를 오르내리며 사람들의 힘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융프라우요흐역까지는 총 3번의 열차를 타야하는데 관광객이 많은 만큼 간이역간 상인들이 즐비할 법도 한데 그런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융프라우의 날씨는 꽤 사나워 산 밑에서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중턱을 넘어서자 눈으로 바꿨고 때문에 알프스산맥의 장엄한 경치는 감상할 수 없었다. 그것이 지금까지도 못내 아쉽지만 올해의 첫눈을 알프스산맥에서 맞는 영광(?)을 누렸다. 또한 산악열차에서 보이는 스위스산맥의 경치는 달력에서나 볼법한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사람들은 연신 탄성을 내뱉었고 때때로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에서 태어난 스위스인들을 부러워했다. 스위스의 한가롭고 여유로운, 그리고 아름다운 경치는 세상에 과시할만한 스위스인들의 귀중한 재산임에 틀림이 없었다.

 

자연환경과 인성이 우리와 가장 비슷한 이탈리아
이탈리아 일정은 다소 길다. 서유럽 중에서 이탈리아는 관광명소가 가장 많은 나라로 꼽히기 때문에 이태리만을 내놓은 상품들도 많다. 우리 역시 빠듯한 일정 중에서 이태리에서 머무는 기간은 4박5일로 가장 길었다. 하지만 지역과 지역으로의 이동이 많고 그 거리 역시 평균 3-4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마냥 여유롭지는 않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자연환경이 거의 비슷해 사람들의 성격도 가장 잘 맞는다고 한다. 그래서 만일 한국이란 나라가 지구상에서 없어진다면 한국인들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가 이태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이태리 안에서 지역을 오가는 차안에서 보이는 경치는 정말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데가 많았다. 산이 많아서인가 지금까지 다녀온 나라들에서 느꼈던 이국적인 정취보다는 국내의 다른 지역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 나라도 지방색이 짙다고. 로마를 중심으로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뉘며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해 위쪽지방의 번호판을 단 차가 아래쪽지방에 가 하룻밤을 지내면 남아나지 않을 정도란다. 우리나라와 성향이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것까지 비슷할 필요는 없는데라며 우리는 너스레를 떨었다.


이탈리아 역시 유럽의 선진국과 같이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중에서 이태리는 특히 의료부문에 국가지원이 많이 이루어져 자국민은 물론 관광객이나 하다못해 불법체류자까지도 응급실을 통해 치료받으면 모든 의료비가 무료라고. 금액에 한도 없이 어떤 수술에도 의료비가 모두 지원된다니 부러운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이태리 “자동차는 이동수단일 뿐”
이태리 시내를 오가는 자동차는 대부분 소형차다. 이태리인들의 차에 대한 개념은 참 배울만하다. 그들은 자동차를 이동수단일 뿐, 그 이상 혹은 이하로 여기지 않는다. GNP가 우리나라 대비 3배가량이 되는 그들이지만 차의 수준은 절반이하. 더구나 여름날씨가 40도를 웃돌지만 에어컨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고 거의 모든 차가 스틱형이라고. 정말로 로마시내를 한나절가량 다니는 동안 우리나라로 치자면 그랜저급 이상의 차를 많이 보지 못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한동안 대우자동차의 마티즈 판매 순위 1위였다고. 하지만 대우가 경영상의 문제를 겪는 동안 그 순위도 떨어져 지금은 스와치와 메르체데스 벤츠의 합작품인 smart란 2인승 차량이 가장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한시간정도가 채 할애되지 않는 오스트리아 관광
이태리에서 오스트리아까지는 또 5시간정도를 가야한다. 여행 9일째쯤 되니까 버스 안에 있는 시간이 너무 길고 따분하게 느껴졌다. 하루 평균 이동시간이 4-5시간은 기본이고 8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역시 6개국을 둘러보는 것은 과욕이었다는 생각이 차츰 들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누군가 유럽여행일정을 고민한다면 3개국 정도의 일정을 추천하리라는 생각을 굳힌 것은 오스트리아에서였다. 오스트리아가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라 저녁 7시쯤 도착해 어둑해진 시간에 한시간정도가 채 되지 않은 시간동안 시내를 휘익 둘러보는 것이 6개국일정에서 오스트리아에서 할애되는 시간의 전부다. 이것은 비단 내가 통한 여행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그렇다. 오스트리아가 다른 여느 국가보다 볼거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이런 일정이라면 차라리 나머지 5국에서의 시간을 더 할애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불평은 떠나서 오스트리아라는 국가의 인상은 다음 국가인 독일과 비슷했다.

 

계획도시인냥 거리와 건물들이 잘 정돈돼 있는 독일
드디어 마지막 국가인 독일에 도착했다. 독일에서의 관광은 1박2일이었는데 2일째 되는 날은 저녁에 집으로 향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간의 여행에 지칠 대로 지쳐서 그랬는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독일을 만끽할 수 있었던 시간은 만 하루뿐이었다.


그간에 둘러봤던 나라들이 고대의 국가들로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면 독일은 전부 다 허물고 하나하나 계획대로 새로 만들어 놓은 계획도시의 느낌이다. 상가나 건물 등이 자로 잰 듯 일직선상으로 정돈돼 있었고 거리 역시 쓰레기 하나 없이 깔끔하다. 그런 느낌은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상점 내부에서도 느껴졌다. 특히 독일의 건물은 무주리조트의 건물을 연상하면 된다. 그대로를 옮겨놓은 듯 똑같기 때문이다. 

 

공장 가까이서 먹는 것이 독일맥주의 정통방식
독일관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명성다운 맥주 맛과 음식이다. 먼저 음식은 그동안 먹었던 현지메뉴 중 가장 맛있었다. 특히 공항으로 향하기 직전, 점심메뉴로 먹었던 돼지고기 바비큐는 분명 돼지고기라고 설명을 듣고 갔는데 맛을 본 모든 일행이 닭고기를 가이드가 설명을 잘못 했다고 확신했을 만큼 육질이 아주 연했다. 하지만 유럽사람들의 식습관이 상당히 짜게 먹기 때문에 소금을 조금만 넣으라는 주문을 강조해서 따로 하지 않으면 아예 입에 대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혹시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이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독일에 도착한 첫날 저녁식사 중에 가이드가 일행 모두에게 한 잔씩 선사한 생맥주는 독일 맥주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이었다. 독일은 특히 맥주가 유명하지만 정통맥주라 꼽을만한 것은 딱히 없다. 그저 맥주공장 굴뚝의 그림자가 드리울 거리에서 먹는 맥주가 최고라고 여기는 독일 사람들의 신조 때문에 맥주공장만이 2,000개가 넘는다고. 우리나라에서 요즘 하우스맥주가 인기가 많은데 이것이야말로 독일의 정통방식을 본뜬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해한 재료를 사용하지 독일

독일에서의 이동구간 중에는 속도 무제한의 도로 아우토반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관광버스의 속도제한은 엄격하다고 한다. 속도 무제한을 적용받는 것은 자동차일 뿐이라고. 하지만 독일이 통일된 후에는 급증한 물류량으로 인해 차량이 많아져 예전만큼 속도를 내기는 힘들다고 한다. 단,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컨테이너 차량의 진입을 통제한다고 한다. 독일을 오가는 거리에는 유채꽃 밭이 눈에 많이 띄는데 환경문제를 고려해 이 유채꽃으로 바이오 디젤을 만들어 기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단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독일사람들에 대한 좋은 인상이 남다른 듯 했다. 내가 보기엔 화물용처럼 삭막하게만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보시고도 “역시 독일놈들이 만들면 달라. 이렇게 튼튼한 것 좀 봐”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 시내관광 중 쇼핑센터로 가는 길에 쇼핑을 돕고자 가이드는 센터내에 있는 제품들에 대한 소개를 했고, 특히 주방기구에 대한 설명으로 독일인들은 몸에 유해한 재료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쇼핑을 끝내고 다시 차에 오른 일행 중 한 할머니가 백일된 손녀 이유식용으로 주방기구 일체를 구입했다며 들어 보이는데 그것이 어찌나 씁쓸하게 다가오는지.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나 역시도 그 사실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힘든 일정 속에서도 나름대로 보람 있었던 유럽여행
유럽여행의 일정은 거의 매일 아침 6시 모닝콜로 하루를 시작해 저녁 9시가 돼서야 숙소로 들어오는 빠듯한 일정이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유료로 이용해야 하는 화장실문화이다. 이용료는 평균 300~500원 정도. 한 두번 이용하는 것이라면 별로 부담스러운 액수가 아니지만 일정 내내 그렇게 지불하며 다녀야 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고, 특히 이런 습관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서 무료화장실이 있으면 무조건 한번쯤은 다녀오게 된다. 이 또한 얼마나 스트레스이던지. 게다가 짧은 일정으로 많은 국가를 관광하는 일정을 선택하는 것은 그리 유익하지 않다. 이동거리가 너무 많아 화창한 한낮의 시간을 차안에서 보내야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 속에 다녀온 유럽여행은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생활습관은 물론이고 문화차가 확연한 여러 나라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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