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중형조선사 수주액 14억달러 전년 대비 53% 감소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 “‘생사의 기로’에 놓여있어” 토로

 
 

2021년부터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증하면서 국내조선소 빅3사는 지난해까지 신규 일감 확보에 성공하면서 수주목표를 초과달성했지만, 중형 조선사의 경우 적극적인 수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중형선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고 여기에 더해 개별 중소 조선사마다 할당된 RG(선수금 환급보증제)의 한도가 가득 차면서 발행 한도액을 늘려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RG는 조선사가 선주와 계약 체결 후 선주에게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면 선주가 지급한 선수금을 은행에서 책임져 주는 보증 제도이다. 지난해 케이조선, 대한조선, 대선조선은 강재가격 급등과 RG발급 한도로 인해 발급 지연, 한도 초과 등을 겪으면서 수주량이 급감하고 영업이익도 떨어진 상태이다. RG 한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기관의 회계감사를 통해 한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중형선박 시장의 불황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상태로 한도를 늘리는 소요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새로운 계약을 맺기 힘든 상황이다. 중형조선업계는 시중은행의 RG 발급 확대도 요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중형조선산업 2022년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량은 탱커선 16척, 컨테이너선 12척 총 75만CGT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4% 감소한 수치이다. 같은 기간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액은 약 14억달러로 2021년 대비 53%가 감소했으며 이는 국내 전체 신조선 수주액에서 중형조선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6.8%에서 지난해 3.1%로 크게 축소됐다.

2022년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과 비교해 봤을 때 조선업 불황기였던 2017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중형선박 발주가 현재까지 늘지 않고 있어 국내 중형조선사들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중형선박 발주량은 총 711척(1,358만CGT)로 2021년 대비 43%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선종별로는 △벌크선 50.7% 감소 △탱커선 42.1% 감소 △‘컨’선 57.3% 감소 △가스선 69.8%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신조선 시장에서 중형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1년 만에 44.7%에서 31.7%로 급감했다.

국내 전체 중형선박 수주량은 72척(152만CGT)으로 ’21년 대비 52.7%가 감소했다. 특히 대형조선사 한국조선해양 그룹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중형 컨테이너선 및 LPG 운반선 등 가스선 부문의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탱커선 시장이 부진해지자 상반기에 활발한 수요를 보인 ‘컨’선 시장에 집중하면서 일감이 몰렸다. 전 세계 중형조선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중형선박 수주점유율은 2021년 13.4%에서 지난해 11.2%로 감소했으며, 중형조선사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5.4%에서 3.3%로 떨어졌다. 이같이 현대미포조선 등 대형조선사는 많은 자본과 기술력을 통해 중형탱커선 대신 중형‘컨’선으로 수주 비중을 높일 수 있지만, 중형조선사의 경우 탱커선이 주력 선종인 만큼 수요가 부진하면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중형조선사 수주실적은 2021년을 제외하고 SPP와 성동조선 등 주요 중형조선사가 시장에서 철수한 이후 가장 좋은 실적 거뒀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조선업 활황 중에 중대형 컨테이너선까지 수를 확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형조선소 수주량 36% 감소, 해외중형조선소 점유율 뺐겨
“친환경선박, 선박 대형화 등 선가 높아지면 RG 한도도 늘려줘야”

중형선박 시장이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중형조선사는 RG한도 발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건조계약 취소로 인한 수주량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 중형조선소 관계자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라고 말하면서 RG발급 한도를 늘려야한다고 토로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조선 수주량은 9척(30만 3,253CGT)로 2021년 17척(41만 1,497CGT) 대비 35%가 줄었다. 케이조선은 2021년 23척(50만 7,574CGT)을 수주했는데 2022년에는 13척(32만 4,434CGT)으로 17%가 줄었다. 대선조선의 경우 지난해 5척(5만 8,209CGT)을 수주했는데 이는 2021년 20척(25만 859CGT) 대비 무려 77% 대폭 감소했다. 유일하게 HJ중공업의 수주량이 2021년 5척(13만 2,172CGT)에서 2022년 4척(14만 1,480CGT)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들 4개 중소조선사의 지난해 수주량은 총 82만 7,376CGT로 2021년 130만 2,102CGT에 비하면 36% 감소한 수치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 산업 불황이 이어져 중형조선사들이 경영 위기를 겪었다. 이후 2020년대 중형조선사들은 중형선박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인수를 도모했다. 대선조선은 2020년 말 동일철강에 인수됐으며, STX조선해양은 KHI·유암코 컨소시엄으로 인수되어 2021년 케이조선으로 탈바꿈했으며 2022년 9월 대한조선도 인수됐다. 특히 한진중공업의 경우 2016년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고 2019년엔 투자한 필리핀 수빅 조선소가 수주고를 올리지 못하면서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경영위기가 지속됐었다. 이후 2021년 4월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건설업체 동부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에 조선소를 매각하면서 HJ중공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중형 조선사들이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중국 등 해외 중형조선사들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금융사의 RG 한도액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점도 중형조선사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저가 수주를 못 하도록 조선사별로 자본금 규모와 신용등급 등에 따라 결정되는 여신 한도 내에서 RG 한도를 제한하면서 한도 내에서 수주를 할 수 있어 기존의 수주한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면 새로운 수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형조선업계에 따르면, 선박의 대형화와 더불어 친환경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선가가 올라가면서 RG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선가가 올라감에 따라 RG발급 한도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조선 지난해 ‘컨’선 8척 계약취소, 대한조선 RG한도 8~10억달러로 늘려야,
대선조선 지난해 RG발급 지연 고초…“정부의 RG 발급 정책적 배려와 지원 필요”

이처럼 국내 조선업계는 신조선가가 상승하면서 호황기를 맞고 있지만, 중형조선사들은 일감이 있어도 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지 못해 여전히 선박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형조선소업계에 따르면, RG한도에 막혀서 계약을 취소하게 되면 그만큼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므로 선주와 새로운 계약을 섣부르게 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중형조선소 관계자는 “9월에 한도가 나오기 전까지 계약을 미루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선가가 많이 올라서 수주 문의는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수주여력이 있어도 선박 수주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RG한도에 막혀서 계약이 취소된 조선소로 케이조선이 있다. 케이조선의 현재 RG한도는 4억 5,000만달러로 현재는 다 소진된 상태이다. 케이조선은 지난해 상반기에 캐나다 선주사 시스팬으로부터 수주한 8,000TEU급 ‘컨’선 8척이 RG한도에 발목을 잡혀 건조 계약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상반기 수주량은 48% 감소한 45만CGT, 하반기엔 컨테이너선 수주가 크게 줄면서 38% 감소한 30만CGT에 그첬다. 현재 케이조선의 수주잔량은 탱커선 20척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조선은 RG발급 한도를 8~10억달러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한조선의 수주량은 11척(8억 6,000만달러)였는데 2021년 19척(9억 9,000만달러) 대비 줄었다. 수주량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대한조선 측은 RG한도를 문제 삼았다. 현재 대한조선의 RG한도는 6억불로 올해 수주잔량 24척 중 20척은 RG 발급이 완료됐지만, RG 발급 한도가 가득 차면서 나머지 4척은 RG를 발급받지 못했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탱커선 선가는 정체되어 상태이고 강재가격도 올라서 컨테이너선과 DF선 위주로 수주하다 보니 수주량이 감소했다”며 “무엇보다 RG한도 상황을 보면서 수주계약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RG한도가 다 차 있는 상태에서 선주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까지 걸리게 되면 취소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섣불리 수주를 못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선조선의 RG 발급 한도는 2억 2,000만달러로 지난해 9,000만달러를 올려달라고 정책금융기관에 요청했다. 대선조선은 지난해 1월 1,000TEU급 피더 컨테이너선 3척을 계약했음에도 RG발급이 늦어지면서 10개월 뒤인 9월에 6,500만달러 규모의 RG를 받는 고초를 겪었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RG한도를 넘치게 수주받으면서 RG발급 한도를 늘리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회계감사를 받으면서 RG 발급이 지연됐다”며 “중형조선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선 RG는 필수이고 정책금융기관에서 RG발급 한도를 확대해야 선박을 신속하게 만들고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조선의 올해 수주잔량은 22척이다.

또한 최근 2년간 신조선가가 30%가량 상승하면서 중형조선사들의 RG 발급 한도가 빠르게 소진됐다. 통상 조선사가 선사와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금, 인도대금을 제외한 나머지 30~40%는 RG로 충당하게 되는데 조선사가 발주선사와 수주계약을 체결해도 3개월 내에 은행으로부터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건조계약이 무산된다. 업계에선 3개월 내에 RG 발급을 받기 위해 선박을 빠르게 인도해야 하고 새로운 RG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사실상 RG한도라는 틀 안에서 선박을 수주할 수 있어 숨가쁘다.

한편 대한조선의 경우 RG발급기한을 늘리고 있다. 대한조선 측은 “RG를 빠른 시일 내에 받는 것이 좋지만, 만일 선주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3개월 이내에 기존 RG발급 선박을 인도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RG발급 기간은 선주와 협의를 통해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선주와의 계약은 신뢰관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 취소 우려와 RG가 늦게 열릴 것을 대비하여 120일 정도로 여유를 가지고 계약한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중형조선업계의 입장이다. 대한조선은 수에즈막스 원유운반선 4척을 수주했으며 케이조선은 MR탱커선 2척을 수주했다. HJ중공업은 올해 2월 14일 HMM과 9,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해 2025년 말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반면 대선조선은 올해 아직 수주신고를 하지 못했다. 이는 조선 빅3사가 올해 1분기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105억 8,000만달러의 수주를 거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주량이다.

중형조선업계 측은 “대한조선은 수에즈막스급 대형 유조선과 아프라막스급 탱커 등 주력 선종을 통해 중국 중형조선소와 수주전을 치르고 있다”며 “다만 추가 수주를 눈앞에 두고도 RG 한도에 막혀 수주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중형조선사들이 당면한 문제로 인력난과 RG발급 한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대형사보다 중형사의 인력난이 더욱 심각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리스크관리 지침에 따른 기업별 RG 발급의 한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신조선 가격 상승으로 한도가 조기 소진됨에 따라 시황 호전에도 불구하고 중형조선사들이 수주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형사 시중은행 RG 발급 확대, 중형사 무·보 특례보증 비율 80%로 상향
중형조선업계 정책적 실효성 의문…시중은행 RG 발급 위한 정책마련 시급

정부가 중형 조선업계의 RG한도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중형조선업계는 RG 확대 지원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23일부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4월 6일 ‘조선산업 수출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최종 발표했다.

먼저 시황 회복기를 고려하여 제작금융 및 RG발급 등 1조 9,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건조자금 확보를 위한 제작금융 지원 확대와 특례보증제를 통해 RG 한도소진 업체의 지속적 수주 활동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조선사에는 한도 초과분의 최대 95%를 보증 지원하고 중소조선사에는 1,200억원 규모의 수출선박금융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대형조선사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특례보증을 활용하여 시중은행의 RG 발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한도 내 적기 발급 및 RG한도 초과 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더불어 우리, 농협, 기업, 신한, 하나, 국민 6개 시중은행이 기관별로 RG 분담액을 정하고 순차적으로 RG를 발급할 계획이다. 업황이 개선되는 하반기 이후에는 조선사의 글로벌 금융을 통한 RG 발급을 다원화할 계획이다. 현재 대형조선소는 전체 RG한도의 85% 이상이 소진되었을 경우 무역보험공사가 시중은행의 RG 발급에 대해 95% 이상 보증이 가능한 상황이다.

중형조선사에는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비율을 상향하고 산·수은이 추가 RG를 지원할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RG 발급 참여 확대를 위해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비율을 70%에서 85%로 상향 조정한다. 이에 산업부와 기재부는 수주 확대에 따라 중형조선사에 400억원의 출연금의 3배인 1,200억원을 운용 중이다. 현재 잔여한도는 936억원으로 수주 확대에 따른 재원 부족에 대비 다양한 재원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RG발급 기관인 산·수은도 프로젝트별 수익성 검토를 통한 추가 RG를 발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지원책 이외에도 중형조선업계는 자구의 노력을 강조했다. 산업부 측은 “조선업계는 경영 효율성 제고, 적정가 수주 등 자율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이에 뒷받침해 조산산업 시황, 경영 상황 등을 고려한 금융권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며 “금융지원이 저가수주,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가수주 방지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관계부처가 공동용역을 추진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다만 중형조선업계에서는 실질적인 효과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중형조선업계는 시중은행의 RG발급 확대를 정부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중형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RG지원 확대방안은 발표만 했을 뿐 언제, 얼마큼 적용하겠다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다. 무역보험공사에서 지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중은행권이 RG발급을 해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책금융기관 내에서 RG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이 안 됐기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다. 중형조선소 대부분 2021년부터 강재가격 급등으로 수주량도 줄고 영업이익이 감소하여 신용등급이 떨어진 상태”라며 “이번 정부 RG 지원 발표도 대형조선소만 시중은행이 RG를 발급해 주겠다고 하는데 중형조선소에도 시중은행이 RG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정부의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형 조선소의 주력 탱커선 노령화 문제…“정책금융기관 선박금융으로 일정 부분 감당해줘야”
한편 중형 조선소의 주력 선종인 탱커선의 노령화 문제도 선박금융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해양수산부의 3월 등록선박통계 정보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국내 화물선은 675척, 탱커선은 711척이다. 이중 선령이 15년 이상 된 화물선은 452척으로 67%이며, 탱커선은 521척으로 73%에 달한다. 국내 선령제한 기준이 15~20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전반적으로 10년 미만인 화물선은 108척(16%), 탱커선은 111척(16%)뿐이고, 나머지 10~35년 이상 노령선은 화물선 567척(84%), 탱커선은 600척(84%)에 달하면서 절반 이상의 선박이 적정 수명을 넘겼다.

국내 해운업계의 중형선박이 평균 선령이 15~20년 이상을 넘어서고 있고 환경 규제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여 폐선 또는 교체, 스크러버 등 친환경 설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순 없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스크러버 하나를 설치하기 위해 50~60억원이 투입되고 설치 기간은 1~2개월이 걸린다. 대형조선사의 경우 선박을 신조할 때 친환경선박으로 건조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중형조선사 입장에서는 노후선 교체, 스크러버 설치 등으로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조선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약 2년간 탱커선 발주가 주춤했으나 올해는 노후선 교체 수요 등으로 인해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동안 많이 오른 선가가 올해 다소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시장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2일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운·조선·금융 상생 국회 정책 세미나’에서는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의 지원을 확대를 위한 대책 논의도 있었다.

이자리에서 해운협회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해외선사 금융 지원율은 80~95%로 높지만, 국내 지원은 6%로 매우 저조하다”며 “국내 선박의 평균 선령이 20년을 넘어가면서 고령화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신조선과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책금융기관이 일정 부분 감당해 줘야 선박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우리나라 선박 금융계는 규모도 작고 달러 조달 능력과 인력이 부족하다”며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친환경 선박 금융과 세제 등 패키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출입은행은 “선박투자회사 제도 재활성화, 선박 조세리스 제도, 공공 선주사업 확대 등으로 해운산업 금융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민간자본을 해운산업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처럼 RG는 중형조선사들의 안전을 담보해주는 닻이자 생명을 위협하는 높은 파도와 같이 양날의 검으로 다가오고 있다. 신조선 수주, 노후선 개조, 스크러버 설치 등 선주와 다양한 계약 속에서 RG는 필수적으로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RG발급 확대 정책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운업계의 전문가들의 제언과 같이 정책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의 RG 발급 확대가 시급하고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선박 조세리스 제도, 공공 선주사업 등 선박금융의 확대가 긴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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