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국제해사기구)가 올해 1월부터 도입한 CII 규제에 따라 일부 운항선사와 선주 간에 선박의 운항속도에 대해 ‘의견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신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비실적의 5단계 신용등급을 낮추고 싶지 않은 선주는 기존 정기 용선계약 하에 감속항해를 주장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용선계약이 만료된 뒤 신용등급이 낮은 선박만 수중에 남는 것은 피하고 싶다”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규제에 대해 대응한 중형 벌크선박을 보유한 한 해외선주가 문제의 어려움을 설명한 말이다.


CII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운계가 취하고 있는 감속운항과 평균적인 순항속도보다 굳이 속력을 줄여 운항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황 침체 때와 선복과잉 상황에서 취하는 조치이다. 최근에는 유가 급등으로 감속항해가 이루어진 측면이 있기는 하다.


CII 규제로 높은 등급을 취득하려면 감속운항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선주와 운항사와의 의견이 맞지 않는 대목은 양측이 정기용선 계약을 체결한 기존 선박이 대상이 된다. 과거에도 컨테이너선박과 드라이벌크선박, 자동차선박 등 각종 선형의 시황 침체시 운항사가 자진해서 감속항해와 정선을 선주에게 요청한 적이 있다. 운항사와 선주가 협조해서 감속항해를 실시하는 것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드라이 시황에서 중형선인 울트라막스급 선박이 손익분기점이 30% 정도 웃도는 하루 평균 1만 3,000달러미만 추이를 보이고 있다. 배선 스케줄이 엄격한 자동차선박 등에서도 운항선사로서는 통상의 속도로 운항해 선박가동률을 올리고 싶을 수 있는 상황이다.


운항사는 자사선박의 경우 에너지절약 기기의 설치와 정기적인 선체 청소, 저오염도료의 채용 등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정기용선 선박의 경우 운항선은 선주의 보유선이기 때문에 감속운항 실시에 대해 원칙적으로 용선계약서(CP)가 전제로 교섭이 진행된다.


운항사로서는 목적직까지 일정한 범위에서 운항일정을 짜지만 선주 측으로부터 연비실적이 악화되지 않도록 감속항해를 하고 싶다는 요망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관련업계는 전하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선과 같은 배선 스케줄이 정해져 있는 선종에서는 증속운항도 과제가 된다. 관련업계는 현재 선복수요가 타이트한 자동차선의 경우 스케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증속운항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후 선주가 신용등급을 낮추고 싶지 않기 때문에 증속운항에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벌크선박은 전세계 운항선박이 1만 3,000척이 넘는다. 많은 운항사가 선주에게서 정기용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업계는 CII 대응과 관련한 선주와 운항사 간의 입장차에 따른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운항사는 감속운항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운항선의 중심이 자사선인 경우는 눈에 띠는 문제가 없겠지만 정기용선 선박의 경우는 선주와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도 정기용선계약에서 운항사와 선주 간 의견이 대립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후 CII 규제를 둘러싼 연비효율 측면에서도 쌍방의 의견이 다른 경우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CII는 IMO가 시행하고 있는 연비실적등급제도로, 관련 규제는 2023년부터 5,000gt이상의 외항선박을 대상으로 연비 데이터 수집을 개시하고 있다. 그 실적을 기반으로 ‘24년부터 신용등급 평가되며, 신용등급은 A에서 E까지 5단계로 평가된다. 최저 E와 3년 연속 D를 받을 경우에는 재선계획을 제출하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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