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지르기 하던 도선사의 경계소홀로 예인선열과 충돌

이 충돌사건은 일반 화물선의 도선사가 관제 정보를 선장과 공유하지 않고 예인선열의 항로를 임의로 예단하여 앞지르기하면서 경계를 소홀히 하여 발생한 것이나, 예인선열이 조종신호나 경고신호 등의 적절한 동작을 하지 않은 것도 일부 원인이 된다고 판시한 사례이다.

 

 
 

<사고 내용>
○사고 일시 : 2021년 8월 28일
10시 50분경
○사고 장소 : 부산 감천항 서방파제 동북쪽 끝단에서 332도 방향 약 90미터 해상
○피해 사항 : 피예인부선 좌현 선미 손상 (5m × 4m), 화물선 구상선수에 파공 발생

○사고 경위
이 사고는 감천항 입출항 항로로 지정된 ‘부산항 제3항로’의 방파제(동방파제 및 서방파제) 안쪽 수역에서 발생했다. 감천항 동·서방파제의 안쪽 수역에는 선박의 접안을 위한 부두가 동·서로 나뉘어 배치되어 있다. ‘부산항 제3항로’ 및 그 주변 수역은 부산항 해상교통관제센터(아래에서 ‘부산항VTS’라 한다)의 해상교통관제가 시행되는 곳이다.
A301호는 총톤수가 144톤(길이 29.06미터 × 너비 9.00미터 × 깊이 4.52미터)인 강(鋼) 재질의 예인선으로, 출력 1,764킬로와트의 디젤기관 2기를 장착하고 있다. 이 선박 조타실에는 레이더(2대), 지피에스(GPS), 지피에스 플로터(GPS-Plotter), 자동식별장치(AIS) 및 무선전화(VHF. 2대) 등의 항해·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A302호는 총톤수가 4,280톤(길이 103.77미터 × 너비 20.00미터 × 깊이 7.20미터)인 강(鋼) 재질의 선박으로, 추진기관이 없는 모래채취운반용 부선이다. 
A301호와 A302호는 두 선박이 결합되어 운항하는 압항예부선이며, 부선(A302호)의 선미부분에 예인선(A301호)의 선수부분을 연결하여 고정시킨 후 A301호가 A302호를 밀면서 항해한다.(아래에서 ‘A301호 예인선열’이라 한다) 두 선박이 결합된 상태에서 A301호 예인선열은 길이가 전장(Length of Over All) 기준으로 127.8미터이고, 전속 항해(Full Ahead)에서의 최고 속력은 약 6.5∼7노트이다. A301호 예인선열은 전라북도 군산시 어청도 부근 수역에서 채취한 모래를 싣고, 이틀을 항해해 부산 감천항 선기조합조선소 11번 선석에 입항하는 일정으로 운항한다.
B호는 총톤수가 7,727톤(길이 97.77미터 × 너비 20.00미터 × 깊이 13.80미터)인 강(鋼) 재질의 일반화물선으로, 출력 3,309킬로와트의 디젤기관 1기를 장착하고 있다. 이 선박 조타실에는 레이더(2대), 지피에스(GPS. 2대), 자동식별장치(AIS) 및 무선전화(VHF. 2대) 등의 항해·통신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A301호 예인선열은 해양사고관련자 A301호 선장 등 선원과 작업인력을 포함해 총 11명을 태우고(A301호 7명, A302호 4명) 어청도 서남쪽 수역에서 모래를 채취하여 선적한 뒤, 2021년 8월 26일 17시 30분경 부산 감천항을 향해 출발했다.
이 선박은 8월 28일 09시 40분경 감천항 서방파제에서 서남쪽으로 약 5마일 떨어진 해상을 지나며 부산항VTS에 ‘선기조합조선소 11번 선석’에 접안할 예정이라고 보고했고, 이후 입항을 위해 속력을 서서히 낮추면서 항해했다. 이때 감천항 남동쪽 해상에는 일반화물선 B호가, 감천항 동쪽 해상에는 예인선 C호가 각각 감천항 방향으로 항해하고 있었다.([그림 1] 참조)
A301호 예인선열은 10시 41분경 약 2.4노트 속력으로 감천항 남방파제와 두도 사이 수역을 지났다. 이때 A301호 선장은 부산항VTS 관제 채널(Ch. 09번)로 C호 선장과 교신하면서, 감천항 동·서방파제를 지나면 왼쪽에 있는 선기조합조선소 부두로 들어갈 것이라고 알렸다. A301호 선장은 남방파제를 지날 무렵 GPS-Plotterr 화면에서 자선 뒤쪽의 선박 2척을 보았으나,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거나 별다른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A301호 선장은 10시 47분경 부산항VTS의 호출을 받고 ‘좌현 변침할 것’이라 답했고, 부산항VTS는 ‘방파제 통과 후 바로 왼쪽으로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A301호 선장은 곧바로 좌현 변침을 시작했지만, 항행 중인 선박이 침로를 변경할 때 해야 할 조종 신호는 울리지 않았다.
A301호 선장은 10시 48분경 약 200미터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B호를 봤고, 경고신호 등은 하지 않고 자선의 속력을 높여 상대선을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A301호 예인선열은 B호를 피하지 못했고, 2021년 8월 28일 10시 50분경 서방파제 동북쪽 끝에서 332도 방향으로 약 90미터 떨어진 해상에서 A301호 예인선열의 A302호 좌현 선미 부분과 B호의 구상선수 부분이 약 40도로 교각을 이루면서 충돌했다.
한편 B호는 울산 미포항에서 해양사고관련자 B호 선장 등 선원 20명을 태우고, 사고 당일 6시 30분경 부산 감천항을 향해 출항했다. 미포항 출항 당시 이 선박은 화물을 싣지 않은 공선 상태였다. 해양사고관련자 B호 도선사는 사고 당일 10시 35분경 감천항 서방파제에서 남동쪽으로 약 2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B호에 승선했다. B호 조타실에는 중국 국적의 B호 선원 3명(선장·3항사·조타수)이 근무하고 있었고, 이들 선원 중에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없었다. B호 도선사는 선장에게 도선계획을 설명하고 선장이 제시하는 파일럿카드(Pilot Card)를 확인한 다음, 10시 40분경부터 B호의 도선을 시작했다. 이때 B호로부터 300도 방향 1.2마일 거리에는 A301호 예인선열이, 316도 방향 0.9마일 거리에는 C호가 각각 감천항을 향해 항해하고 있었다. B호의 선장과 도선사는 이들 2척의 선박을 눈으로 보아 인지하고 있었다.
B호 도선사는 선장에게 감천항 동·서방파제를 통과하기 전에 C호를 앞질러 갈 계획임을 알렸다. B호 도선사는 A301호 예인선열의 경우 동·서방파제 안쪽에서 오른쪽에 있는 부두에 접안할 것이라고 자의적으로 예단하고 있었고, A301호 예인선열에 대해서는 선장에게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B호 도선사는 사고 당일 10시 41분 30초경에 관제 채널로 C호를 호출하여 ‘추월하게 되면 좌현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C호 선장은 B호 도선사에게 ‘삼표가 속력이 느려서 추월이 가능하겠냐’고 물었으나, B호 도선사는 ‘추월하게 되면 좌현으로 추월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C호 선장은 사고 당일 10시 45분경 관제 채널로 B호를 호출하여 ‘A301호가 느려서 추월을 못한다’고 말했다. B호 도선사는 ‘삼표는 어디로 가는지’를 물었고, C호 선장은 ‘삼표는 들어가면 좌현으로 간다’고 명확히 말했다.
이때 A301호 예인선열과 C호는 감천항 남방파제를 지나서 동·서방파제에 접근하고 있었다. 반면 B호는 아직 남방파제를 통과하기 전이었으며, 남방파제 남동쪽 약 0.4마일 해상을 지나고 있었다. 이후 B호 선장은 도선사에게 ‘속력이 빠르다’고 지적했고, 관제 통신에서는 ‘A301호 예인선열이 좌현 변침’할 것이라는 정보가 공유되고 있었다. 
그러나 B호 도선사는 관제 통신 정보 등을 선장에게 알리지 않았고, A301호 예인선열을 특별히 주의하거나 VHF Ch. 16을 통해 직접 교신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B호 도선사는 A301호 예인선열이 감천항 동·서방파제를 지나, 직진해 감천항 동쪽 끝에 있는 부두에 접안할 것이라는 예단을 갖고 감천항 서방파제 부근에서 A301호 예인선열을 B호의 우현에 두고 앞질러 가려고 접근하여 항해하던 중,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B호 구상선수 부분과 A302호 좌현 선미 부분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인명 손상이나 해양 오염 등의 피해는 없었으나, A301호 예인선열에서 A302호의 좌현 선미가 찌그러지고(5m × 4m) B호의 구상선수에 파공이 발생하는 피해가 있었다.
이 사고 발생 당시 감천항 수역은 맑은 날씨에 시정이 3마일로 양호했고, 남서풍이 초속 2∼3미터로 부는 가운데 파도는 약 0.5m 높이로 일고 있었다.

 

<원인의 고찰>
가. 원인고찰
1) 항법의 적용
이 충돌사건은 시정 제한이 없는 주간에 무역항인 부산항의 수상구역인 ‘부산항 제3항로’에서 발생했다. 또한 이 충돌사건은 대수속력을 가지고 항행 중인 B호가, 역시 대수속력을 가지고 B호 앞쪽을 항행 중이던 A301호 예인선열을 앞지르기하려던 중에 발생했다.
따라서 이 사건에는 「선박의 입항 및 출항 등에 관한 법률」(아래에서 「선박입출항법」이라 한다) 제12조(항로에서의 항법)와 제14조(부두 등 부근에서의 항법)가 우선 적용된다. 또한 이 사건에는 「해사안전법」 제71조(앞지르기), 제74조(피항선의 동작) 및 제92조(조종신호와 경고신호)가 적용된다.

2) A301호 예인선열의 운항에 대한 검토
항행 중인 동력선은 침로를 변경할 때 기적 등으로 적절한 ‘조종신호’를 해야 하고, 접근하고 있는 다른 선박의 의도가 분명하지 않을 때 등에는 ‘경고신호’를 보내야 한다.(「해사안전법」 제92조 제1항 및 제5항)
A301호 예인선열은 감천항 남방파제를 지나면서 GPS-Plotterr 화면으로 자선 뒤쪽의 선박 2척(B호와 C호)를 보았지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항해했다. 
또한 A301호 예인선열은 감천항 동·서방파제를 지나 왼쪽에 있는 부두로 들어가려고 좌현 변침하면서 조종신호를 보내지 않았고, 좌현 변침하던 중에는 자선을 향해 빠르게 접근해 오는 B호를 직접 보고도 경고신호를 울리지 않았다.
이와 같이 A301호 예인선열이 경계를 소홀히 하여 자선에 접근하는 선박에게 조종신호나 경고신호 등 적절한 동작을 하지 않은 것은 이 충돌사건의 일부 원인이 된다.

3) B호의 운항에 대한 검토
무역항의 항로에서 선박은 ①추월(앞지르기)당하는 선박을 눈으로 볼 수 있고 ②안전하게 앞지르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서 다른 선박을 앞지르기할 수 있다.(「선박입출항법」 제12조제1항제4호)
또한 이 경우에도 앞지르기하는 선박은 앞지르기당하고 있는 선박을 완전히 앞지르기하거나 그 선박에서 충분히 멀어질 때까지 그 선박의 진로를 피해야 한다.(「해사안전법」 제71조제1항)
한편 무역항의 수상구역에서 방파제 사이를 통과할 때 선박은 오른쪽 방파제에는 가깝게, 왼쪽 방파제에서는 떨어져서 항행하는 것이 원칙이다.(「선박입출항법」 제14조)
B호는 남방파제를 지나 동·서방파제를 앞에 두고, 자선 앞을 항행중인 선박 2척(A301호 예인선열과 C호)의 앞지르기를 시도했다. 특히 A301호 예인선열의 입항 부두를 자의적으로 예단하고 경계를 소홀히 한 채, 자선의 왼편에 있는 서방파제에 근접해 항해하면서 A301호 예인선열의 좌현으로 앞지르기하려다 이 선박과 충돌했다.
이와 같이 B호가 앞선 선박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고, 무역항 수상구역과 항로에서 항법을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앞지르기를 한 것은 이 충돌사건의 주된 원인이 된다.

4) B호 도선사 주장에 대한 검토
B호 도선사는 ①당시 VHF 통신량이 많아 통화 연결이 되지 않은 것과 부산항VTS로부터 적절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것도 사고의 원인이 되었고 ②사고 발생 직전에 전속 후진하는 등 자신이 선박을 적절히 운용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서방파제와 2차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첫번째 VHF 통신 및 관제 정보에 대한 주장은 ①B호가 VHF Ch. 16 등으로 A301호 예인선열과 직접 교신을 시도하지 않은 점 ②‘관제 채널’ 음성기록에 A301호 예인선열을 호출하거나 직접 교신한 사실이 없는 점 ③A301호 예인선열이 ‘방파제를 지나 왼쪽에 있는 부두에 입항’할 것이라는 정보가 이 충돌 발생 최소 9분 전부터 관제 통신에서 여러 차례 공유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주장을 인정할 근거는 없다.
두번째 사고발생 전·후에 선박을 적절히 운용했다는 주장은 이 충돌사건의 주된 원인인 B호의 경계 소홀과 항법을 따르지 않은 무리한 앞지르기와는 무관한 것이므로 이 사고 원인 판단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나. 사고발생원인
1) 사고발생원인
이 충돌사건은 B호가 A301호 예인선열을 앞지르기하면서 경계를 소홀히 하여 A301호 예인선열을 피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나, A301호 예인선열이 경계를 소홀히 하여 조종신호 등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동작을 하지 못한 것도 일부 원인이 된다.

2) 원인제공비율
이 건 해양사고의 발생에 2인 이상이 관련되어 있고, 두 선박의 해양사고관련자가 원인제공비율을 밝혀달라는 요청이 있어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두 선박의 해양사고 원인제공 비율을 살펴본다.
이 충돌사고의 원인제공비율은 ①B호가 경계를 소홀히 하고 항법을 준수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앞지르기한 것이 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고 ②A301호 예인선열이 경계를 소홀히 하여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동작을 하지 않은 것이 일부 원인인 것을 고려하여 B호에 85퍼센트, A301호 예인선열에 15퍼센트를 각각 배분한다.

 

<시사점>
○ 선박을 운항하는 사람은 항해 중에 정확한 정보나 확인 없이 다른 선박의 진로나 행위를 자의적으로 예단하여 판단하거나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 선장은 도선사가 도선하는 때에도 선박의 최종 책임자로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 관제 구역에서는 항상 관제 통신을 통해 공유되는 정보를 잘 듣고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고,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확인해야 한다.
○ 항로에서 침로를 변경하는 선박은 다른 선박이 자선의 의도를 알 수 있도록 조종신호를 보내고, 다른 선박의 의도가 의심되는 때 등에는 경고신호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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