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TC선 공급, 대량 인도 예상되는 24-25년에야 해소

 
 

최근 중국의 EV(전기차) 무역 성장, 차량용 반도체 수급 회복 등으로 자동차 수요는 계속해서 상승하는 반면, 신조선 발주 부진과 유럽 항만 혼잡 심화로 자동차운반선(PCTC. Pure Car Track Carrier)선 기항 빈도가 둔화되며 PCTC선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PCTC선 공급은 2016년부터 연간 평균 4대의 적은 주문량을 보이고 있었으며, 2022년에 이미 부족한 상황이었다. 전 세계 PCTC선 수는 2019년 777척에서 2021년 749척으로 감소했으며, 22년 755척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지난해에 구체화되어 PCTC선의 운임과 선박가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외국 선사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르노코리아와 쌍용자동차는 PCTC선 확보에 발을 굴러야 할 정도로 공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서양 횡단·아시아-유럽 항로, PCTC선 부족 두드러져
업계, “대규모로 공급되는 24년까지 높은 운임...23년 슈퍼사이클의 마지막 해”

배슬밸류(VesselsValue. VV)가 지난 1월 발표한 ‘PCTC·LCTC 및 RoRo 2022년 전체 리뷰’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주요 항만과 터미널의 만성적인 정체로 2022년 PCTC선 기항 빈도와 용량이 감소했다. 지난해 8월에는 브레머하펜(Bremerhaven), 제브뤼헤(Zeebrugge), 앤트워프(Antwerp)를 포함한 지중해와 북서부 유럽 주요 허브의 터미널 공간이 가득 차며 대서양 횡단과 아시아-유럽 정기선 서비스에서 차량운송의 기록적인 지연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왈레니우스 윌헬름센(Wallenius Wilhelmsen. WalWil)의 예약이 완전히 중단되어 북미, 극동, 중동, 오세아니아로의 정기선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EV 무역 증가는 의심할 여지없이 PCTC선 공급 부담을 가중시켰다. 아시아발 유럽향 항로의 PCTC선 공급 부족이 두드러진 상황은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이 전년 대비 54.4%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2년 중국 자동차 글로벌 시장 수출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수소전기차 등의 친환경차 수출이 86만대로 전년 대비 120% 급증했다. 이는 중국에 생산공장이 있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들이 완성차를 유럽으로 수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PCTC 시장의 공급 부족으로 PCTC선 가치가 높아지며 용선료 또한 쉬지 않고 올라갔다. VV에 따르면, ‘레이크 제네바(Lake Geneva)’호는 지난 8월 닛산(Nissan)에 10만달러/일에 12개월 연장된 후 오버드라이브(overdrive)에 들어갔다. 동 선박은 2021년 말 현대글로비스에게 4만달러/일로 계약된 선박으로, 9개월 만에 150% 증가한 것이다. 이에 용선 계약자들은 3-5년의 장기계약으로 PCTC선을 계약해야 했고, 지난해 말 기준 VV의 6,500CEU PCTC선 1년 정기용선료 운임은 200% 상승한 10만 3,000달러/일을 기록했다. 선령 10년의 6,500CEU PCTC선의 용선료 또한 84% 증가한 8,400만달러에 달하며, 21년에 달성한 50% 성장에 더해 더욱 상승했다.


이에 VV는 “대량의 인도가 예상되는 2024년과 2025년에야 수급균형이 재조정될 것이며, 그때까지 12개월은 더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OEM(위탁생산) 업체들 또한 “PCTC의 수요를 따라잡을 만큼 공급이 충분히 보충되려면 12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모든 물류 대안을 계속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신조 인도는 3% 늘어나는 반면, 선박 해체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PCTC선 공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공급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2024년까지 높은 운임과 가치가 뒷받침될 것이고, 2023년이 이러한 슈퍼사이클의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포드(Ford)와 같은 OEM 업체는 만성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차량캐리어의 대안으로 스몰 RoRo선으로 전환하는 등의 추가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생존 위한 수출 지원’ 호소...쌍용은 유코카와 계약 체결
해수부, 차량을 ‘컨’ 통해 수출하는 등 대체 수출 옵션 제공

기아나 현대자동차와 달리 자체 해운사가 없는 르노코리아와 쌍용자동차는 PCTC선 부족에 따른 높은 운임과 선적의 어려움을 직격탄으로 맞았다. 지난 1월 르노코리아자동차협력업체협의회는 자동차 수출 위기 국면에 따른 수출지원방안을 정부와 부산시, 지역경제계에게 마련해줄 것을 요청하는 ‘생존 위한 수출 지원’ 호소문을 발표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협력업체협의회는 이번 호소문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반도체 부품 부족, 원부자재 가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 등 많은 이슈를 극복해 왔으나, 최근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출 물류비로 인해 어렵게 버텨온 자동차 수출 경쟁력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에게 기존의 수출 지원 정책에 더해 전용 선사가 없는 국내 자동차 완성차 및 부품 협력업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수출 물류 지원대책을 요청한 것이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급격한 물류비 상승이 올해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져있다”며 “최악의 경우 물류비 상승이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공장 및 부품 협력업체들의 주요 수출 품목의 유럽 판매 물량이 유럽 공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예측이 흘러나온다”고 우려했다. 한편, 전용 선사가 없는 쌍용차는 최근 유코카캐리어스와 계약을 맺어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및 국적선사와 긴밀히 협력하며 지원대책을 이행할 계획이다. 우선 차량을 자동차운반선 대신 컨테이너를 통해 수출하는 등 대체 수출 옵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자동차운반선 부족 현상이 심각한 극동아시아-유럽 항로의 물류 애로 해소를 위해 유럽 기항 선사를 중심으로 유럽향 컨테이너선의 일정 선복을 자동차 대체 수출에 전용으로 할당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컨테이너를 통한 수출에 익숙하지 않은 자동차업계의 애로를 고려하여 자동차 컨테이너에 대한 항만 내 반입기간 연장을 추진, 자동차업계의 원활한 대체 수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동차 선화주 간 상생을 위해서도 주기적인 선화주 협의회 운영을 통해 선복 상황을 점검하고, 국적선사의 여유 선복이 최대한 국내 업체에 배정될 수 있도록 해운업계와 협조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해수부는 선복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KOBC의 정책금융 등을 통해 국적선사의 자동차운반선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여 이렇게 마련된 선박의 경우 선복의 일부를 국내 중견 자동차 화주에 할당하는 방안도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시 또한 지역 자동차산업의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해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부산상공회의소, 부산경제진흥원, 부산테크노파크,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다수의 유관기관이 참석한 간담회를 개최하여 향후 대책방안 등을 공유하고,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한편, 올해 2월 1일부터 컨테이너에 중고 자동차가 적재되어 수출되자 메리츠화재가 전 위험부담조건(ALL RISK)으로 전 세계 어느 지역으로 수출하든 최저 보험요율로 적용하여 컨테이너로 수출되는 중고자동차에 대한 적하보험을 신설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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